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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 트레킹] 경북 상주 백화산 천년의 길호국의 길
[비경 트레킹] 경북 상주 백화산 천년의 길호국의 길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5.0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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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상주] 경북 상주에는 구수천의 여덟 여울인 팔탄(八灘)의 빼어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길의 원래 이름은 천년옛길. 하지만 이 길 주변에 삼국시대 신라의 전초기지였던 금돌성이 있고, 몽골침략기에는 승병들이 몽골군을 물리쳤던 저승골이 있다. 또한 임진왜란시기에는 이 길에서 의병들이 왜군과 전투를 벌이며 피를 흘렸다. 그래서 근래 이 길에 붙은 새로운 이름은 ‘호국(護國)의 길’이다. 오늘은 이 호국의 길을 걸어보자.

  

밤나무골을 겉다 마주친 이무기가 똬리를 튼 모양의 밤나무.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밤나무골을 겉다 마주친 이무기가 똬리를 튼 모양의 밤나무.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백옥정에서 바라본 구수천 일탄의 풍경과 백화산.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백옥정에서 바라본 구수천 일탄의 풍경과 백화산.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호국의 길 출발점인 옥동서원.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호국의 길 출발점인 옥동서원.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의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933m)은 높이에 비해 산세가 험하다. 산세가 험하지만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 봉우리와 남동쪽 산자락을 휘감고 흐르며 금강의 상류로 흘러들어가는 구수천(석천)의 절경이 한데 어우러져 유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이 구수천을 따라 팔탄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오늘 소개할 백화산 호국의 길(천년 옛길)이다. 만물이 움트는 초봄, 이 길을 걸으며 겨우내 굳었던 몸을 움직여보자.

백화산 호국의 길 들머리는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에 있는 옥동서원 주차장이나 서원에서 가까운 구수천 건너편 보현사 주차장 두 곳 중 한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들머리를 어느 쪽으로 정하느냐는 걷는 이의 마음이지만, 두 곳의 들머리는 장단점이 또렷하다. 먼저 옥동서원에서 시작하는 길은 구수천 일탄(灘)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백옥정(白玉亭)과 조선의 선비들이 심신을 닦았다는 세심석(洗心石)을 볼 수 있지만, 초입에 산길을 오르기에 제대로 걷기 전부터 체력 소모가 있다. 반대로 보현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길은 평평하고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지지만 초입에 다소 밋밋한 풍경을 만난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에 대비해 옷차림을 단속하고 옥동서원 주차장에서 길을 나선다.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알려진 황희와 그의 자손인 황맹헌, 황효헌 등을 배향한 옥동서원을 먼저 둘러보고, 서원 뒤쪽으로 걸어가니 마을 뒷산 쪽으로 백옥정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구수천 일탄인 백옥정을 찾아가는 길은 초입부터 산세가 만만치 않다. 가빠오는 숨을 참으며 20여분 정도 산길을 올랐더니 백옥정과 임천석대를 가리키는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백옥정을 먼저 둘러보고 임천석대 방향으로 길을 내려갈 요량으로 먼저 백옥정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백옥정에 올라 한눈에 잡히는 구수천과 멀리 보이는 백화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다가 10분쯤 내려가니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놓여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가가보니 안내판에 ‘세심석’이라는 글귀와 그 이름의 유래가 쓰여 있다. 세심석은 조선 후기의 문신인 밀암 이재 선생과 백화재 황익재 선생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닦고 학문을 수양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세심석 주변을 둘러보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에 길을 재촉한다.

길에서 만난 돌부처. 누가 여기다 모셨는지 궁금하다.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길에서 만난 돌부처. 누가 여기다 모셨는지 궁금하다.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자랄타이가 이끄는 몽골군을 대패케 한 저승골의 안내 표지판.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자랄타이가 이끄는 몽골군을 대패케 한 저승골의 안내 표지판.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구수천 육탄 돌다리길 옆에 쌓아둔 동탑. 이 길을 지나던 이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구수천 육탄 돌다리길 옆에 쌓아둔 동탑. 이 길을 지나던 이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2015년 3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세심석을 뒤로한 길은 이제부터는 구수천을 따라 천변 길로 계속 이어진다. 졸졸졸 듣기 좋은 구수천 물소리와 함께 걷는 길은 어느 순간 산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천변길로 내려가고, 또 어떤 곳에서는 나무데크를 만나면서도 계속 이어진다. 계절은 봄의 초입이건만 아직도 백화산 산자락에는 지난겨울 내렸던 눈이 얼어붙은 얼음길로 가득하다. 최대한 조심조심 주의해서 길을 걷길 몇 십분. 그토록 조심해서 걷는다고 했건만 낙엽에 가려져 얼음이 안 보이던 곳에서 그만 큰대자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창피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잠시 주저앉아 있는데, 길모퉁이에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던 돌부처님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다시 일어나서 부처님께 합장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구수천 삼탄을 지나니 좁은 천변길이 끝나고 이제는 밤나무골로 들어선다. 밤나무가 가득한 이곳에서 지난가을의 풍요로운 흔적을 확인하고 길을 걷는데 이름 모를 산새 한 마리가 내 길 앞을 인도한다. 신기하게도 내가 다가가면 포로롱 날아가서 저만치서 나를 쳐다보며, 다시 내가 다가가면 꼭 그만큼 먼저 날아가서 기다린다. 유쾌한 마음으로 녀석과 함께 걷다보니 어느새 길은 사탄으로 접어들며 이 길의 명물인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출렁다리는 구수천의 양쪽을 잇는 현수교 양식의 다리다. 다리 위를 걸으면 심하게 출렁거려서 ‘출렁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같이 걷던 산새와 작별한 후 장난치듯 다리에 올라 쿵쾅쿵쾅 거리니 이름처럼 온몸이 함께 출렁거린다. 다리 한가운데 주저앉아 잠시 쉬며 아름다운 백화산과 구수천의 모습을 몇 장의 사진으로 담고 다시 일어선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시 숲속으로 잘 닦인 길을 따라 길을 걷는데, 얼마쯤 걸었을까. 갑자기 까만 바탕의 돌에 붉은색으로 ‘저승골’이라는 이름이 파인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인적이 뜸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산길에서 이런 표지석을 만나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안내문을 살펴보니 고려 때 몽골군 장수 자랄타이(車羅大)가 이끄는 몽골군이 이곳에서 병사의 절반 이상이 죽는 참패를 당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저승골 주변에는 깎아지른 듯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절벽이 펼쳐져 있다. 이 절벽이 구수천 사탄의 명물인 ‘난가벽(欄柯壁)’이다. 

난가벽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다시 길을 걷길 10분여, 한 채의 아담한 정자와 또 다른 절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길을 걷다 반갑게 쉬어갈만 한 이 정자의 이름은 구수정(龜水停), 절벽은 조선 태종의 부름을 거절하고 자결한 고려시대 악사 임천석의 충절을 기린 ‘임천석대(林千石臺)’이다. 구수정에 잠시 앉아 임천석대를 바라보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임천석대를 지나니 이제 길은 구수천 오탄으로 들어선다. 천변길을 따라 숲을 지나 구수천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다보니, 이 길을 먼저 걷던 이들이 천변에 쌓아놓은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 다시 길을 나선다. 산중의 하루는 빨리 사그라진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태양은 지평선으로 많이 내려가 있다. 마음이 조급해지며 길을 서두른다. 

육탄과 칠탄의 절경을 지난 길은 이제 천변 길에서 숲속 길로 바뀌었다. 걷는 이 없는 고요한 숲길을 걷길 10분여, 길은 다시 천변으로 향하더니 구수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니 구수천 팔탄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다시 숲속으로 길이 이어진다. 팔탄 길을 따라 몇 분쯤 걸었을까. 이 길의 종착지인 반야사 옛터를 표시한 표지석이 나타난다. 더불어 이 길이 끝났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경계석에는 여기서부터 충북 영동군이라는 글자가 선하다. 이제 발길을 돌려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구수천 팔탄의 아름다운 절경을 따라가는 경북 상주의 호국 길은 볼거리가 가득하고, 걷는 즐거움과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길임에 틀림없다.

INFO. 호국의 길(천년옛길)
1코스: 보현사 주차장-밤나무골-출렁다리-난가벽-임천석대
2코스: 옥동서원-백옥정-세심석-밤나무골-출렁다리-난가벽-임천석대-옛다리-반야사 옛터
거리: 1코스 7km(왕복), 2코스 11km(왕복)
소요 시간: 1코스 1시간 40분, 2코스 3시간.
주소: 경북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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