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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⑦] 해녀를 알아야 제주가 보인다 제주 해녀박물관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⑦] 해녀를 알아야 제주가 보인다 제주 해녀박물관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 승인 2015.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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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터전인 제주세화 바다.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해녀들의 터전인 제주세화 바다.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제주도의 독특한 생활방식 뒤에는 해녀가 있다. 

‘알게 되면 보이나니….’ 라고 했던가? 
해녀를 알면 제주가 보이고, 이전에 알았던 제주도가 아닌 더 깊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해안도로에서 만난 해녀 
구좌읍 세화리 쪽이었다. 해안로를 달려가고 있는데 잠수복을 입은 해녀 한 분이 손을 흔든다. 

“양… 전 놔… 호콤… 비렁주쿠가….”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전화를 빌려달라는 것 같다. 무척 다급해 보여 전화기를 내미니 손이 젖어 걸 수 없다며 번호를 불러 준다.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받쳐 귀에 대 주니 전화를 빌리자고 할 때 보다 더 심한 제주 사투리로 통화를 한다. 상대방에게 차를 가지고 어디로 오라는 말을 하는 듯하다. 

아직 바람에 찬 기운이 섞여 있는데 온 몸에 물을 뚝뚝 흘리며 ‘이제 됐다!’ 하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흥분도 되고 당황하여 부랴부랴 시동을 걸었다가 다시 창문을 내렸다. 이미 30미터쯤 떨어져 서 계신 해녀 어멍에게 소리쳐 말한다. 

“저…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전화를 빌려준 값인지, 흔쾌히 허락한다. 그렇게 멀리서 제주 잠녜(해녀의 제주말)의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휴식 시간을 재현한 모형물.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휴식 시간을 재현한 모형물.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제주 여행의 퍼즐을 맞추는 해녀박물관
제주도는 해녀의 섬이다. 삼다도(三多島: 여자, 바람, 돌이 많은 섬)라 하지 않았나? 제주 신화 역시 ‘설문대할망’이라는 할머니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설문대할망의 기운을 타고 난 제주 여자들은 물질을 했다. 한 달 중 물때인 12일 정도는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나머지 날에는 밭농사를 지었다. 반농반어로 제주 경제를 지탱해 온 해녀는 강인한 생명력과 개척정신의 상징이다. 그리고 해녀의 생활이 곧 제주 민초들의 생활이요, 역사였다. 

해녀를 모티브로 만든 미술 작품 '자연과 인간의 공존'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해녀를 모티브로 만든 미술 작품 '자연과 인간의 공존'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제주해녀항일운동의 해녀 대표 5인.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제주해녀항일운동의 해녀 대표 5인.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해녀박물관 지하에는 '어린이해녀체험관;이 있다.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해녀박물관 지하에는 '어린이해녀체험관;이 있다.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해녀박물관은 해녀의 생활, 해녀의 일, 제주의 어업에 관한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녀의 집이 있다. 강한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초가지붕을 줄로 동여 메고, 돌 벽을 만들고, 검은 돌담 울타리를 쌓았다. 여기서 ‘삼다도’의 여자, 바람, 돌이 완성된다. 전통초가는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 쇠막(외양간, 창고)으로 ‘ㄷ’자 형태를 가졌다. 언젠가 밥을 먹었던 ‘안거리 밖거리’라는 식당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는 걸 알겠다. 

제주식밥상에서 볼 수 있는 깅이(게)콩볶음.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제주식밥상에서 볼 수 있는 깅이(게)콩볶음.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제주식 밥상도 차려 놓았다. 밥을 사람 숫자대로 뜨지 않고 큰 그릇에 담아 한가운데 두었다. 반찬은 옥돔, 갈치국, 깅이(게)콩볶음 등 해산물 식재료가 많고, 텃밭에서 키운 야채와 젓갈, 김치를 놓았다. 뭍에서는 따뜻한 된장국을 먹는데 여기는 된장냉국이 있다. 잔치가 있을 때는 돼지를 잡아 뼈를 푹 삶아 국물을 내고, 여기에 모자반을 넣어 몸국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식당에서 파는 몸국이 옛날에는 잔치가 있을 때나 먹는 귀한 고깃국이었다. 면을 좋아하는 제주 사람들은 돼지뼈 국물에 국수를 삶아 넣고, 삶은 고기를 얹어 고기국수를 먹었다. 식당에서 파는 고기국수에는 편육이 얇게 저며져 나오지만 막 썬 고기를 올린 것이 원래 방식이다. 

해녀들은 아침 일찍 물질을 했다. 물질을 마치면 용천수가 나오는 해녀 목욕탕에서 짠물을 씻었다. 올레길을 걸을 때 보게 되는 노천탕은 아직도 해녀들이 사용하고 있는 진짜 목욕탕이다. 마을 어귀에는 널찍한 바위가 있는데, 여기를 ‘쉬는 팡’이라 한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여인들이 잠시 앉아 몸을 쉬어 가던 곳이다. 

삼다도, 안거리밖거리, 쉬는 팡, 몸국, 고기국수…. 그 동안 제주 여행에서 단편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느낌이다. 낯설기만 했던 용어들의 이유와 뜻을 알겠다. 
 

해녀박물관 야외에도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해녀박물관 야외에도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세화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해녀박물관 전망대.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세화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해녀박물관 전망대. 2015년 4월 사진 / 송세진 칼럼니스트

강인한 아름다움을 지닌 프로페셔널 
제주 해녀는 수출도 했다. 제주도 밖 외지로 나가는 해녀를 ‘출가 해녀’라 불렀는데, 한반도의 여러 곳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가서 물질을 했다. 조선시대부터 시작되었으니 그 시대 프로페셔널한 직장 여성이 바로 해녀였던 셈이다. 


해녀들은 일 하는 시간을 쪼개어 해녀야학당에도 다녔다. 이들은 <농민독본>, <노동독본> 같은 계몽서를 배우고, 저울 눈금 읽는 법 등을 배웠다. 구좌읍에 있던 하도강습소에서 제1회 졸업생이 배출되었는데 이들 중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등은 해녀항일운동을 주도하였다. 그녀들은 폭력 진압에 구속되기도 했지만 당당히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끌며 일제의 경제 수탈에 맞섰다. 

전시실에선 해녀 사진도 볼 수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억척스럽게 가족과 나라를 지켜온 해녀들의 얼굴은 위대하고 건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얼마 전 신문 기사를 보니 제주지역 해녀 가운데 약 60%가 70세 이상으로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제주바다를 ‘할망’들이 지키고 있는 셈이다. 어렵고 힘든 삶이라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업을 이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물관 위층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세화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여행자에겐 아름다운 해안이지만 해녀들에겐 삶의 터전이다. 어디선가 ‘오호이~’ 하며 참았던 숨을 내쉬는 해녀의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해녀박물관 가는 법 
내비게이션: ‘해녀박물관’ 검색(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하여, 701번 버스(동회선일주)를 갈아타고 해녀박물관 정류장에서 하차.
 
해녀박물관
매표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요금: 성인 1100원, 청소년 500원 
 
음식
재연식당: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을 때 가볼 만하다. 가격도 착하고 반찬이 푸짐한 제주식 상차림이다. 기본 정식에도 생선구이와 제육볶음이 차려 나온다. 가격은 엄마정식 6000원, 갈치구이정식 9000원, 고기국수 5000원.
주소 제주시 구좌읍 세화1길 20-30 
 
숙소
올레21 민박: 해녀박물관 맞은편, 올레20코스와 21코스 분기점에 있는 숙소이다. 소박한 민박집으로 근처에 오일장이 열리고, 옥상에 올라가면 한라산과 세화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주소 제주시 구좌읍 구좌로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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