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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 트레킹] 섬진강을 따라 싱그러운 봄을 만끽하는 길 전남 곡성 섬진강 자전거길
[비경 트레킹] 섬진강을 따라 싱그러운 봄을 만끽하는 길 전남 곡성 섬진강 자전거길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5.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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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곡성] 4월의 섬진강은 싱그럽다. 여기저기서 움트는 생명의 기운들이 따사로운 햇볕에 고개를 들고 겨우내 감춰뒀던 화사한 기운을 맘껏 발산한다. 섬진강에 울려 퍼지는 이 환희의 찬가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전남 곡성의 섬진강 줄기를 걸으며 봄의 생명력을 직접 느껴보자. 

  
봄볕이 따사로운 4월, 전남 곡성의 기차마을은 소란스럽다. 겨우내 움츠렸던 관광객들이 레일바이크를 타고 섬진강의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레일바이크를 타지 않고도 기차마을에서 출발해 가정역까지 걸으며 섬진강의 생명력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길이 바로 오늘 소개할 섬진강 자전거길 중 구 곡성역에서부터 가정역까지의 구간이다. 이 길은 원래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공유하는 길이지만 이 길을 달리는 이가 거의 없어 섬진강의 봄 경치를 즐기며 걷기에 제격인 길이다.

이 길의 들머리는 섬진강기차마을 내에 있는 구 곡성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구 곡성역 역사 앞에는 주차장과 화장실은 물론 커피숍과 상점까지 있어 섬진강 걷기 들머리로 삼기에 좋다. 만일 걸어야 하는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본격적인 걷기길이 시작되는 오곡면 오지마을 내의 마을 공터에 차량을 주차하고 걷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면 구 곡성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보다 약 1km 정도를 덜 걸어 그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덜 하기 때문이다.

섬진강기차마을의 중심지인 구 곡성역사.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섬진강기차마을의 중심지인 구 곡성역사.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야산 정상에서 자리한 섬진강 도깨비마을 표지판.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야산 정상에서 자리한 섬진강 도깨비마을 표지판.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섬진강 봄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고자 가벼운 차림새로 구 곡성역사에서 길을 나선다. 곧게 뻗은 기차마을로를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니 오곡면종합회관이 보인다. 오곡종합회관을 지나 금천교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둑방길을 따라 그대로 섬진강가로 나가면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걷기 길이 시작된다.

섬진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이 섬진강을 가로질러 오곡면 오지마을과 고달면 고달마을을 잇는 섬진강 뿅뿅다리다. 뿅뿅다리는 세월교(洗越矯)라는 근사한 이름이 있지만, 이 근방 주민들은 강물이 넘치면 물이 뿅뿅거리며 올라오는 모습에서 그냥 뿅뿅다리라는 이름으로 부른단다. 다리를 건너려다 졸졸 흐르는 섬진강 물이 너무나 고와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치고 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생각에 다시 길 떠날 준비를 한다. 짐을 추스르다 강 가운데 쪽을 바라보니 신묘한 모습의 물버들이 가지마다 새순을 틔우고 있다. 홍수 때 물살에 휩쓸린 비틀린 모습 그대로 자라는 풍경이 운치 있어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오지마을과 고달마을을 잇는 섬진강 뿅뿅다리.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오지마을과 고달마을을 잇는 섬진강 뿅뿅다리.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호곡마을 주민들의 발이 되어준 호곡나루터의 줄배.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호곡마을 주민들의 발이 되어준 호곡나루터의 줄배.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뿅뿅다리를 건너 섬진강 강변길로 올라 호곡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터벅터벅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강변 둑길에 내걸린 ‘함께 걷는 길’이라는 픽토그램 표지판이 정겹다. 원래 이 길은 시골에서 흔한 농로였지만 몇 해 전 섬진강 자전거길로 조성되면서 시멘트로 포장되었다고 마을 사람이 알려준다. 걷는 맛이 덜해 조금은 아쉽지만 평소 이 길을 다니지 않는 외지인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법. 섬진강 운치를 즐기며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길이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닌가. 

여러 상념을 접고 뿅뿅다리에서 둑길을 따라 부드러운 봄바람을 안고 한 15분여쯤 걸었을까. 강 건너편 철로에서 뿌우 하는 정겨운 기적소리가 들리며 증기기관차가 지나간다. 가정역에서 출발한 증기기관차가 관광객을 싣고 다시 기차마을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저렇게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의 봄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직접 섬진강을 걸으며 온몸으로 섬진강의 봄을 맞이하는 내 유쾌한 기분을 누가 알까. 

증기기관차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부지런히 걷는다. 봄이 찾아온 섬진강의 풍경은 아직까지 푸름이 넘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따사로운 봄볕에 지난겨울 움츠러들었던 나무가 새싹을 틔워내고 갈대들도 푸른색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의 변화가 확연하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눈 호강을 하며 걷는데 어느 순간 사위가 탁 터지며 호곡마을 줄배 나루터가 나타난다. 


예전에 호랑이가 살아서 범실로도 불렸던 호곡마을은 어찌 보면 육지 속의 섬이라고 할 수 있는 오지마을이다. 마을 뒤쪽으로는 견두산 바득재가, 마을 앞으로는 섬진강이 가로 막고 있어 이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섬진강 줄배에 의지해 곡성읍내로 나가곤 했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도 차량으로 이 마을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20여분은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데 예전에 큰물이라도 나면 오죽이나 고단했을까 싶다. 그 고단했던 삶의 흔적이 줄배 나루터에 남아있는 것 같아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섬진강 도깨비마을의 귀여운 도깨비 동상.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섬진강 도깨비마을의 귀여운 도깨비 동상.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예븐 한옥으로 지은 전통 한옥 펜션 두가헌. 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쉼터로도 사용로도 사용한다.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예븐 한옥으로 지은 전통 한옥 펜션 두가헌. 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쉼터로도 사용로도 사용한다.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호곡마을에서 도깨비마을로 가는 길. 섬진강의 봄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호곡마을에서 도깨비마을로 가는 길. 섬진강의 봄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2015년 4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따사로운 봄 섬진강의 경치를 즐기며 걸으니 유쾌한 흥이 돋는다. 갓 세상을 알아가는 어린아이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다. 동심으로 돌아가 이런 저런 장난을 하며 걷길 30여분. 멀리 야트막한 야산 정상에 도깨비마을이라는 글자 표지판이 선명하다. 대명천지에 무슨 도깨비마을인가 싶어 가보니 기다란 창을 든 커다란 도깨비 동상과 섬진강변을 바라보는 아담한 쉼터가 길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이 섬진강 도깨비마을이다. 도깨비마을에 전해지는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살에 관한 전설을 재미있게 읽고 도깨비마을 쉼터로 자리를 옮겨 섬진강의 봄 운치를 즐겨본다.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얼마쯤 남았나 가늠해보니 아직도 갈 길이 꽤 남았다. 태양도 중천을 넘어선지 오래라 배낭을 메고 다시 발걸음에 힘을 주고 길을 나선다. 

도깨비마을을 지나니 이곳에서부터는 길도 조금 더 넓어지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런 저런 즐거운 생각으로 걷길 30여분쯤. 탁 트인 길 멀리로 야트막한 돌다리와 단아하게 잘 지어진 예쁜 기와집이 나타난다. 섬진강 물이 금방이라도 찰랑거릴 듯한 얕은 돌다리는 이쪽의 두계마을과 강 건너 송정마을을 잇는 사곡교요, 예쁘고 단아한 기와집은 자전거 쉼터이자 전통한옥펜션인 두가헌(斗佳軒)이다. 폭이 좁아든 섬진강과 다리와 전통한옥펜션이 잘 어울려 카메라를 꺼내 사진 몇 장을 담고 다시 가정역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두가헌을 지나 5분쯤 더 걷다보니 저기 멀리 이 길의 종착점인 섬진강 출렁다리와 가정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길었던 걷기 여행을 끝낼 시간이다. 봄의 향기를 물씬 느끼려면 남도의 아름다운 젖줄 섬진강을 찾아보자. 이 길에서 섬진강의 왈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INFO. 섬진강 자전거길
코스: 구 곡성역사-오곡종합회관-뿅뿅다리-호곡마을-도깨비마을-두가헌-섬진강출렁다리-가정역
거리: 10km
소요 시간: 2시간 30분.
주소: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구 곡성역사)

TIP.
종착점인 가정역에서 시발점인 구 곡성역으로 돌아가려면, 가정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곡성 군내버스를 타거나 가정역에서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를 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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