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당진] 충남 당진의 태신 목장.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해지자 지난 여름 무더위에 지쳤던 소들이 나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대초원이 펼쳐진 그림 같은 곳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노는 아이들. 소에게 우유를 주고 젖을 짜고 치즈도 만드는 낙농체험을 하러 모였다.
넓은 초지가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몸집이 큰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광경을 처음 본 것. 우유곽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고 흥분하기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오늘 목장에서 할 체험은 소젖 짜기, 송아지 우유 먹이기, 로데오 체험, 당나귀 타기, 트랙터로 목장 한 바퀴 돌기, 우유로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이색체험이다.
“여러분! 오늘 질서를 잘 지키면 당나귀가 끄는 마차도 탈 거에요!” 체험 선생님의 말에 방금 전까지 뿔난 망아지처럼 부산하던 아이들의 음성이 잦아든다. 서울의 서초유스센터에서 온 어린이 40명이 둘씩 짝을 지어 이동한 첫 장소는 소젖을 짜는 방. 대부분 기계를 이용해 젖을 짜지만, 서너 마리는 아이들이 직접 짜볼 수 있다.
“이렇게 큰 젖소 처음 봤죠? 여러분도 놀라지만, 소도 처음 본 사람 앞에서는 긴장을 해요. 평소에는 하루 열 번 정도 배설을 하는데 긴장하면 또 배설을 해요. 그것을 보고 소 옆에서 하하하 하고 웃으면 입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요~.”
젖 짜는 기술에 대한 설명과 당부를 듣고는 한명씩 줄서서 체험을 한다. 실제 우유가 나오는 체험을 하기에, 나오는 젖을 바로 먹으려는 아이, 무섭다고 사진만 찍겠다는 아이, 재미있다고 쭉쭉 잡아당기는 아이 등 반응도 다양하다.
“젖 짜보니까 어때?”, “느낌이 좋아요”, “말랑말랑하고 따뜻해요~ 큭큭”, “전 무서웠어요”, “젖이 쭉 나와서 신기해요.” 정말 신기한 듯 젖소 옆에서 떨어지지 않다가 긴장한 젖소의 소변 세례에도 탄성을 지른다. 폭포 같다나?
금방 짠 젖은 송아지에게 먹인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송아지들은 아침에 2ℓ, 저녁에 2ℓ를 먹는데 아이들이 다가오자 분홍빛 혀를 내밀며 우유 주기만을 기다린다. 이 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가까이서 소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송아지들이 다른 생각을 안 하고 오로지 먹는데 전념하기 때문. 한 손으로 우유를 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송아지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송아지 쌍꺼풀은 어떻게 생겼는지, 반점의 모양과 털의 느낌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이마, 꼬리, 발이 까만색을 띠어야 진짜 젖소라는 선생님의 말에, 우유를 먹이며 꼬리를 쳐다보다 송아지 코에 젖병을 물리던 4학년 수민이. “얘는 두 달 됐는데 왜 이렇게 커요? 송아지는 눈이 예뻐요. 다음엔 엄마랑 동생이랑 다 같이 올래요.”
황소 2,200여 마리, 젖소 40여 마리를 기르는 태신 목장은 흑염소가족도 있고 썰매 끄는 개 말라뮤트와 당나귀 두 마리, 말 네 필이 있어 동물체험학습장으로도 손색없다. 소와 함께하는 체험이 끝나면 순한 당나귀가 끄는 꽃마차를 타고 목장을 한 바퀴 돈다.
400kg이 넘는 젖소를 타고 초지를 누비는 로데오 체험이 있지만, 소를 무서워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와 유치원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사실 덩치만 클 뿐, 사람만 보면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젖소는 겁이 많은 동물이다. 만져보고 먹이 주는 체험으로 소와 친숙해지면 이제 체험의 하이라이트! 우유로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플라스틱 작은 통에 우유 100㎖를 넣고 초코, 딸기, 바나나 분말을 넣어 잘 섞는다. 플라스틱 큰 통에 굵은 소금 한 주먹을 넣고 얼음을 갈아서 3분의 2 가량을 채운 뒤 우유를 넣은 작은 통을 얼음 사이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자아~이제부터 신나게 흔드는 댄스타임입니다! 15분간 통을 들고 흔들어 주세요!” 흔들흔들~ 통을 흔들게 되면 통 속의 온도는 영하 26℃까지 내려간다. 굵은 소금이 녹으면서 주변의 온도를 빼앗는다. 온도가 이동하는 과학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체험이 끝나면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아이들은 드넓은 초원에서 방아깨비와 메뚜기를 잡아 관찰하고 행운을 주는 네잎클로버를 찾으며 자연에서 놀잇감을 찾는다. 방목된 소와 함께 신나는 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이젠 소를 무서워하지도, 우유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이젠 우유 많이 먹을래요!”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의 뜻을 실감한 체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