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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세계 작은 도시 산책] 영화 '비정성시'의 도시 - 타이완 지우펀
[세계 작은 도시 산책] 영화 '비정성시'의 도시 - 타이완 지우펀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5.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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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타이완] 여기 작은 산골 도시가 있다. 좁고 가파른 골목과 계단을 따라 100여 년 전에 지어진 목조건물들이 처마를 맞대고, 밤이 되면 하나둘 켜진 홍등으로 이 작은 도시는 깨어난다. 멀리 보이는 바다는 고요히 빛나고 이국의 찻집 향기가 은근히 느껴지는 이 도시는 바로 타이완의 지우펀이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우리나라 여행객에게도 친숙한 타이완의 작은 도시 지우펀(九?)은 1920~1930년대 금광 채굴로 번성을 누리던 도시였다. 하지만 금 채굴산업이 몰락하면서 버려진 도시처럼 되었다가, 1989년 타이완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허우샤오센(侯孝賢)이 만든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누리게 돼 오늘날에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된 도시다. 


지우펀이라는 마을 이름은 오래전 이 산골에 9가구만 살고 있었던 과거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옛날에는 이곳이 외진 산골이었기 때문에 오로지 9가구만 살고 있었다. 당시 이 마을의 이름은 말 그대로 ‘주후(九戶)’였다고 한다. 화전과 농사로 삶을 이어가던 이 동네는 워낙에 오지였기 때문에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외부에서 물자를 사왔고, 사온 물건을 똑같이 9가구씩 나눴기 때문에 ‘지우펀(九?)’이라는 지명이 이 마을에 붙은 것이다. 

지우펀으로 가려면 일단 타이베이에서 교외선 기차를 타고 30~40분 정도 걸리는 루이팡(瑞芳)으로 가야한다. 루이팡은 다른 소도시와 별다를 바 없는 작은 도시지만 지우펀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루이팡에서 지우펀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타고 가면 되는데, 지우펀까지 택시비가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짐이 많거나 인원이 많으면 택시를 타고 가는 것도 좋다.

산골도시답게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늘어선 지우펀의 예스러운 건물들은 대부분 골드러시 시대인 1920~3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당시 일확천금을 꿈꾸며 이곳에 온 사람들을 위해 이 작은 도시에 찻집과 술집, 공연장, 매음굴 등이 즐비해 한때는 지우펀을 작은 상하이라는 뜻의 ‘샤오상하이(小上海)’로 부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금광 경기가 꺼지자마자 마을 전체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가 <비정성시>로 알려지면서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우판의 자산제거리에는 각종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가득하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지우판의 자산제거리에는 각종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가득하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지우펀의 민박집에서도 100여 년 전 타이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지우펀의 민박집에서도 100여 년 전 타이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지우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지산제(基山街)’라는 골목길이다. 지우펀 도심을 따라 가로로 뻗은 지산제에는 각종 먹거리 상점과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즐비한 기념품 상점, 카페 등이 몰려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이다. 반대로 지우펀 도심을 세로로 나누는 ‘수치루(竪崎路)’는 좁고 가파른 골목에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된 찻집이 많아 지우펀의 옛 풍광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골목마다 묻어나는 지우펀의 옛 풍경과 정취는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타이완 현지인들도 좋아해 다른 여행지에 비해 타이완 관광객이 많은 것도 지우펀의 특징이다.  

지우펀에서는 차를 마셔야 제격이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지우펀에서는 차를 마셔야 제격이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예스러운 사진과 장식품으로 가득한 지우펀의 찻집.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예스러운 사진과 장식품으로 가득한 지우펀의 찻집.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지우펀은 옛 타이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만, 사실 명성에 비해 마을 자체의 볼거리는 별로 없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지나치는 여행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우펀을 제대로 즐기려면 되도록 하루나 이틀 정도 지우펀에서 묵어가기를 권한다. 여행자들이 뽑은 지우펀 최고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는 저녁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늘에 어둠이 내리면 지우펀은 낮의 번잡함과 다른 또 다른 변신을 한다. 좁고 비탈진 골목을 따라 홍등이 하나둘 켜지고, 푸른 바다 멀리 반짝이는 야경과 산 아래 펼쳐지는 마을의 불빛이 함께 펼쳐지면 이국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향수가 떠오른다. 이런 묘한 분위기 속에서 예스런 찻집에 앉아 차를 마시며 산골도시의 야경을 가만히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지우펀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우펀과 버스로 10분 거리에 지우펀의 쌍둥이도시라 부를만한 ‘진과스(金瓜石)’라는 도시가 있다. 진과스도 지우펀처럼 골드러시로 떴다가 골드러시가 빠지자 주저앉은 동네다. 지우펀처럼 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된 도시지만, 상대적으로 지우펀에 가려져 제대로 빛을 못 보는 도시이기도 하다. 지우펀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짬을 내 진과스도 들러보자. 분명 닮은 듯 닮지 않은 진과스만의 독특한 매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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