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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색어촌체험마을] 바다에서 해수욕만 하는 시대는 갔다 경북 경주 연동어촌체험마을
[이색어촌체험마을] 바다에서 해수욕만 하는 시대는 갔다 경북 경주 연동어촌체험마을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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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경주] 정수리에 내다꽂히는 햇볕을 묵묵히 견디며 매일을 꾸역꾸역 버틴 자여. 이제 터뜨릴 때가 됐으니 무더위에 움츠러든 여행자의 본능을 깨우자. 혼자만의 여행지로 삼고 싶다는 이기심이 복받쳐 입도 뻥끗하지 않고 아껴두려던 곳을 큰맘 먹고 공개한다. 바로 ‘바다놀이터’ 연동어촌체험마을이다.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경주에 바다가 있다고?

이번 취재는 독자를 섭외해도 좋다는 편집장의 허락이 떨어졌다. 목적지는 경북 경주에 자리한 연동어촌체험마을로 진작 찜해뒀다. 그러니 독자를 섭외해 일정만 조율하면 취재 준비의 8할은 끝이다. 이내 기자의 뇌중을 파고든 인물은 최근 ‘열혈독자’의 길로 들어서 <여행스케치>에 관한 칭찬과 질타를 아끼지 않는 이초희 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 방향을 설명하며 “목적지는 경주에 있는 바다예요”라고 전한다. 그러자 “경주에 바다가 있어요?”라고 되묻는다. “네, 경주에도 자그마치 바다란 게 있지요.”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경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불국사다. 불국사 말고도 경주에는 석굴암, 첨성대, 안압지, 교촌마을 등 쟁쟁한 여행지가 버티고 있다. 때문에 열에 아홉은 이들 여행지의 존재감에 압도돼 경주에 해변이 있을 리 없다고 단정 짓곤 한다. 하지만 경주에도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의 새하얀 포말이 시신경을 자극하는 바다가 있고,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이색적이기까지 한 체험거리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연동어촌체험마을이 둥지를 트고 있다.

연동어촌체험마을은 예전에 염전이 있던 곳이라서 ‘염동’이라고 일컫다가 ‘연동’으로 불리게 된 고즈넉한 어촌이다. 수심이 깊은 동해안에 위치했지만 연동어촌체험마을이 품고 있는 옥빛 바다는 연안으로부터 200m에 이르기까지 수심이 2m 이하다. 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물놀이를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껏 이게 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내 최초 ‘바다놀이터’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한여름의 따가운 태양이 조금이라도 빨리 저물길 바라는 마음을 단숨에 바꿔놓을 즐길 거리가 경상도 말로 ‘천지삐까리’다.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짓궂은 날씨도 마냥 좋다
연동어촌체험마을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는 <여행스케치> 독자인 이초희 씨, 김지연 씨, 유일한 씨가 앉아있다. 종일 훌쩍거리는 하늘 때문에 모두의 심사는 뒤틀릴 대로 뒤틀렸다. 하늘에다 대고 “그만 하라”며 퉁바리를 놓아도 되돌아오는 대답은 ‘우르르 쾅쾅’이다. 포항 죽도시장에 들러 고래 고기를 맛보며 기분전환을 꾀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죽도시장을 나와 1시간 정도를 바지런히 달린 끝에 ‘연동어촌체험마을펜션’에 닿았지만 하염없이 내리는 비만 바라보고 있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맞는 얘기다. 그들은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까. 그들의 낙관론적인 인생관을 교훈 삼아 3인의 여행자는 비가 그치기를 기원하는 기청제를 지낸다. 비가 그칠 때까지 지낼 기세와 패기다. 그리곤 다시 잠잠하다. TV 속에서 제아무리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남성이 포효해도 아무런 의지, 의욕, 관심, 반응이 없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즈음 이초희 씨가 살며시 적막을 깬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도 바다 속은 비가 내리지 않잖아.” 이 읊조림을 시작으로 우중충했던 분위기는 대번에 반전된다. 김지연 씨는 “스노클링할 때 구명조끼 주겠지?”라는 말로 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강인한 의지를 내비친다. 유일한 씨는 “바다 한가운데 떨어뜨려 놓진 않겠지?”라며 이미 마음은 벌써 바다로 가있음을 강조한다.

‘과연 가능할까’란 의구심이 들지만 어찌 저들의 날뜀을 못 본 척 하겠는가. 연동어촌체험마을의 체험거리에 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안명모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가 내려도 체험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한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안전상의 문제로 불가능해요.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안 지점장이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자 도리어 기자가 더 미안해진다. 여행자 3인이 불태운, 이른바 '놀고자 하는 의지'는 한바탕의 소동으로 끝났지만, 축 쳐진 기분은 이미 한껏 고조됐다. 이참에 연동어촌체험마을에 있는 횟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시력을 상실할 정도로 맑고 고운 이튿날을 염원하며 미각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바다놀이터의 참 재미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본다. 군데군데 구름이 하늘을 제 것인 양 덮고 있지만 문제될 건 0.1g도 없다. 도시의 뜨거운 열기와 자동차의 요란한 경적소리를 뒤로 하고 내달린 보람이 있다. 어제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핀 여행자 3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밖으로 나와 신라시대 유물인 황룡사의 지붕 꼭대기 장식을 형상화한 치미등대에 발자국을 찍는다. 밤에는 찬란한 빛을 쏘며 고깃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낮에는 여행자들을 위해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 돼준다. 이초희 씨는 “치미등대 가는 길에 그려진 3D 벽화도 한몫 거드니 개성 넘치는 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좋다”고 말한다.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치미등대 코앞에 자리한 ‘아라나비’ 체험장에서는 외줄 와이어에 의지해 왕복 460m를 날며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눈이 호사로운 연동어촌체험마을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아라나비란 바다의 순우리말인 ‘아라’와 나비의 합성어로 바다 위를 나비처럼 날아가는 스릴 만점 놀이기구다. 김지연 씨는 “아라나비를 체험하며 양껏 입을 벌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들이마시니 해묵은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전한다.

연동어촌체험마을에는 아라나비 외에도 타 어촌체험마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놀 거리가 차고 넘친다. 바닷물을 의자 삼아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투명 카약, 와이어를 타고 공중부양이라도 하듯 바다 위를 날다 원하는 지점에서 낙하하는 ‘풍덩’, 손만 뻗으면 바위 사이를 오가는 물고기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스노클링, 대나무 낚싯대로 다양한 활어를 낚는 ‘전통낚시’ 등이 바로 그것이다.


통발 체험도 인기 만점이다. 통발 하나를 하루 동안 설치할 수 있고, 통발에 들어간 갖가지 해산물은 모두 체험객의 몫이다. “통발에 뭐가 있는지 볼까요?” 안 지점장이 통발을 걷어 올리니 해삼, 베도라치, 쥐치, 민무늬꽃게, 고동 등이 한 가득이다. 너도나도 군침을 흘리는 와중에 유일한 씨가 “맛있겠다”를 연발한다. 그러자 인심 좋은 안 지점장은 해삼과 쥐치는 회로, 민무늬꽃게 등은 라면과 함께 삶아 내준다. 이 맛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냥 맛있는데 맛있어서 맛있다.

입에서 함박웃음이 떠날 수 없었던 체험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생각날 일미를 맛본 후 돌아갈 채비를 한다. 쉽사리 발길을 떨어지지 않지만 다음에 또 놀러 오리라 장담하며 자동차에 몸을 싣는다. 밤하늘이 별빛을 가득 머금었기에 서울에 도착하면 꽤 늦은 시간이겠지만, 그래서 다음날 출근에도 무리가 따르겠지만 연동어촌체험마을에서 경험한 일들로 수다를 떠느라 모두 정신을 놨다. 자동차 안에서 룸미러를 통해 여행자 3인의 얼굴을 살핀다. 그들의 얼굴은 도로에 우두커니 선 가로등 불빛의 붉은 잔상이 그대로 옮겨간 듯 발그스름하다. 물놀이로 살짝 그을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알찬 체험의 노곤함을 씻어내고자 별미에 곁들인 술 덕분이기도 하다.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연동어촌체험마을
체험 아라나비 편도 1만3000원, 왕복 1만9000원 스노클링 1시간 1만원 카약트레킹 30분 2만원(2인) 풍덩, 전통낚시 3000원, 통발 1만원(하루 1개)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연동길 38-1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식당
삼거리회식당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연동길 32-1

수빈횟집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연동길 29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숙박
연동어촌체험마을펜션

2인실(2개) 성수기 주중 6만원, 주말 8만원 ? 4인실(2개) 성수기 주중 15만원, 주말 20만원 ? 6인실(1개) 성수기 주중 25만원, 주말 30만원 ? 1인 추가 비용 1만원 ? 바비큐 숯 1만5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감포읍 연동길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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