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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국 해안누리길] 걸어서 낙산사~하조대 양양 대장정 강원 양양 해오름길
[전국 해안누리길] 걸어서 낙산사~하조대 양양 대장정 강원 양양 해오름길
  • 전설 기자
  • 승인 2015.10.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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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양양] ‘양양 해오름길’은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3개 노선 중 최장코스인 ‘울진 관동팔경길(25km)’ 다음으로 긴 걷기길이다. 하루에 20km를 걸어야 한다니! 킬로수만 보면 출발 전부터 무릎이 시큰시큰 아리지만 미리 겁먹지는 말자. 숱한 시인묵객의 영감이 된 ‘낙산사’에서 ‘하조대’까지 양양 최고의 명소를 징검다리처럼 건너다보면, 다리품에 과분한 비경과 미관에 취해 “걷고 있어 다행이야” 되뇌게 될 테니.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바다 곁 해수관음상의 온화한 미소.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처음 오른 바다 언덕 높기도 하여라산 뿌리에 부딪히는 성난 파도소리 들어보오”

고려의 문신이었던 김부의는 낙산사에 올라 바닷가에 근심을 씻고, 파도소리에 삶의 이치를 깨달았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은 낙산사에서 동해의 장엄한 일출에 매료돼 ‘낙산일출(洛山日出)’을 남겼으며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낙산사에 관한 3편의 시를 지었다. 이처럼 뭇 시인묵객에게 영감을 준 낙산사는 신라 671년 당대의 고승이었던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바다로 내뻗은 설악산의 줄기 중 하나인 오봉산 자락에 자리 잡았으나 1000번의 해돋이를 바라보는 명당의 자리값은 가혹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 때마다 소실됐다가 재건됐고, 동란이 끝난 후에도 화마의 습격을 피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화마의 흉터를 지우고 말끔히 복원된 낙산사.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05년 양양산불로 바닷가의 홍련암만 남기고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됐습니다. 보물 제479호로 지정됐던 동종이 녹아버릴 정도의 큰 불이었죠. 불행 중 다행은 관세음보살상을 구해낸 것이지요. 종이로 만든 건칠불이라 스님들이 들어서 옮길 수 있었거든요. 현재는 겸재 정선의 ‘낙산사도’를 토대로 7년의 복원불사를 거쳐 조선전기 풍경으로 복원한 상태입니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노영식 주무관의 설명대로, 다시 찾은 낙산사는 잿개비를 완전히 씻어낸 청량한 풍경이다. 홍예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배나무 고목이 보인다. 화제 당시 검게 타버렸다가 그해 5월 기적처럼 새싹을 틔웠다는 낙산배 시조목이다. 주렁주렁 열린 배가 노랗게 익는 풍경을 뒤로 하고 사천왕문, 빈일루, 응항각, 원통보전을 거쳐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따라간다. 본디 낙산사는 남해 보리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대한민국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기도처. 무슨 소원을 빌까,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높이 16m의 거대한 해수관음상과 마주한다. 세상의 소리를 살펴 듣는다는 관세음보살이 그윽한 미소로 중생을 굽어보고 있다. 그 앞에는 먼데서 찾아온 신자들이 합장을 한다. 가만히 서서 한 폭의 먹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바닷가 사찰에서는 합장을 하는 사람도 절경의 일부가 되나보다.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해돋이 명소 ‘의상대’에 서다.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동해를 옆구리에 끼고 걷는 걸음걸음다리품 아깝지 않을 비경 릴레이
해수관음상을 뒤로하고 지장전, 보타락, 관음지를 지나면 동해를 바라보는 사찰 찻집 ‘다래헌’이 나온다. 여기서 위쪽으로 가면 일출 명소 ‘의상대’와 화마도 비껴간 불전 ‘홍련암’을 만날 수 있다. 동해 위 절벽 정자에서 장쾌한 경치를 감상한 후 곧바로 전진항으로 내려선다. 그물을 정리하는 어부와 눈인사를 나누고 낙산해변으로 방향을 잡으면 1.8km 길이의 기다란 해변을 따라 색다른 구경거리가 펼쳐진다. ‘바닷가 승마’ 체험을 위한 말이 바닷가를 거닐고,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낀 서퍼가 동해를 향해 내달린다. “동해는 7~8월 여름을 제외하면 한겨울까지 서퍼가 모여들어요. 파도가 높아서 타기 좋거든요. 남해안은 여름, 동해는 가을, 겨울, 봄이 서핑시즌이죠.” 설명을 마친 한경의 씨가 다시 바다로 뛰어든다.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낙산해변을 거니는 바다의 ‘카우보이’ 최진만 씨.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코스 중반부터는 라이더와 여정을 함께한다.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양양8경 중 제1경 ‘남대천’ 위로 놓인 낙산대교를 건너 오산해변을 넘어가면 길 위엔 타박타박 걷는 소리만 울린다. 중간 중간에 마련된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 쉼터에서 다리쉼을 하며 동해안 최대의 요트마리나시설을 갖춘 수산어촌체험마을을 지나 동호해변까지 속도를 높인다. 동호해변에는 서퍼들의 아지트인 서프클럽과 휴양지를 방불케 하는 펜션 여러 채가 있다. 여기서 하조대까지는 약 6.5km. 서퍼들과 함께 하룻밤 머물 것인가, 내친김에 하조대까지 걸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하긴,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없으리라.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등대와 사람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되는구나.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하’ 씨와 ‘조’ 씨가 만나던 ‘대(臺)’에 올라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의 어울림
동호해변에서 하조대로 넘어가는 구간은 아쉽게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아름 감나무, 밤나무, 대추나무가 우르르 선 시골길이라 풍경이 단조롭지 않다. 쉬엄쉬엄 걸으며 중앙대학교 하계 휴양소, 여운포교, GS하조대주유소를 지난다. 걷다 지쳐 ‘낭만’이라는 연료가 다할 즈음, 서핑전용휴양지 ‘서퍼비치’에 닿는다. 바다와의 조우를 기뻐하며 해안도로를 따라 1km 남짓 거리의 하조대해변으로 달려간다. 길 끝에 하조대로 오르는 고갯길이 보인다.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양양은 코리안 서퍼들의 천국.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하조대 등대 주변의 아찔한 포토존. 2015년 11월 사진 / 전설 기자

하조대는 고려 말에 벼슬자리 물리고 양양으로 내려온 ‘하륜’과 ‘조준’이 만나나라 잃은 상심을 경치로 달랜 자리다. 그덕에 ‘하’ 씨와 ‘조’ 씨 성을 각각 빌려 하조대라 이름 붙었다. 시푸른 하늘 아래 바다가 더욱 시리게 빛나는 바다를 보며 짧은 고갯길을 지나 갈림길에 선다. 왼쪽으로 난 공중 데크 길을 따라가면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의 어울림이 멋스러운 하조대 등대요, 오른편의 계단을 올라가면 하조대 정자다. 어느 쪽이고 한번 발 들이면 쉬이 돌아서기 힘든 명당 중에 명당이다. 차이가 있다면 아찔 혹은 평안. 절벽 끝자락에 우뚝 솟은 하조대 등대는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바다 속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아찔한 기분이고, 하조대 정자는 안전한 공중 요람 위에서 고개만 내밀어 바다를 내려다보듯 평안한 느낌이다. 자연히 등대 쪽에서는 즐거운 비명이 넘치고, 정자 쪽에서는 기분 좋은 고요가 흐른다.

“여행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 한번 읽어봐요. 예순두 살 작가가 4년 동안 실크로드 1만2000km를 걸었다지. 나는 그 책 읽고 걷는다는 게 뭔지 조금 알았어. 뭐 빌려타고 속도 낼 생각 않고, 태어날 적에 받은 온전한 내 두 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목적지로 간다는 거. 그게 진정한 걷기라는 거거든. 근데 난 왜 평생을 빨리 가려고 용을 썼는지 몰라. 걷는 듯 살았으면 이렇게 좋은 풍경을 많이 봤을텐데.” 

오늘의 하조대는 ‘하’ 씨와 ‘조’ 씨 성을 가진 고려의 문신 대신,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와 손녀뻘 도보여행자가 차지했다. 어디를 걸었고 또 어디를 걸을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하는 사이 정자 맞은편 암봉의 보호수가 가지를 떨며 웃는다.

찾아가기
대중교통 출발지까지 :
양양시외종합터미널에서 낙산사 입구까지 약 5.5km, 택시로 5000~6000원 선. 시내버스는 9, 9-1, 9-2번을 타고 설악해수욕장에서 하차.
도착지에서 : 하조대해변 앞 시외버스하조대영업소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시외버스가 8:55, 10:05, 13:35, 14:45 4차례 있다.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양양시외종합터미널이나 강릉 주문진터미널로 이동한 후 목적지 행 차편을 구하면 된다.
승용차 서울춘천고속도로→동홍천IC→설악로→낙산사로→낙산사

식사
낙산놀자대게
오산횟집
동호면옥
해녀횟집

잠자리
낙산사 입구는 그린피아, 몽블랑 등 널찍한 실내와 주방을 완비한 ‘콘도텔’ 밀집촌이다. 숙박비는 1박에 3만원으로 공개 공지돼 있어 바가지 걱정이 없다. 낙산해변 이후부터는 동호해변 펜션촌을 제외하고는 숙박업소 밀집촌을 찾기 힘들며, 하조대 해변까지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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