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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 트레킹] 찰랑 쪽빛 뚝뚝 붉은 꽃물 거제의 봄
[비경 트레킹] 찰랑 쪽빛 뚝뚝 붉은 꽃물 거제의 봄
  • 주성희 기자
  • 승인 2014.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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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여행스케치=거제] 거제로 봄마중을 나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 하얀 매화가 봄소식을 전해온 구조라마을, 그 앞 작은 섬 내도에는 쪽빛 바다에 고개를 묻은 동백이 뚝뚝 붉은 꽃물을 흘리고 있었다.

명품 원시림을 품은 섬 내도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유인도 10개와 무인도 52개, 총 62개의 크고 작은 섬을 거느린 거제에는 남해의 금강산 해금강과 해상공원 외도, 동백섬 지심도 등 관광지로 유명한 섬이 많다. 그 틈에 거북이처럼 떠 있는 내도는 아직 낯설어서 감동적인 섬이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내도선착장에 상주하는 고양이들. 선착장 낚시꾼들이 던져준 물고기를 먹고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선착장에서 자그만 도선을 타고 10분이면 내도에 닿는다. 짧은 뱃길에 차오르는 쪽빛 바다 물결 넘어 거북이가 웅크린 모습 같기도 하고, 모자를 벗어 놓은 듯도 한 내도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거제 본섬에서 볼 때 외도보다 안쪽에 있다 하여 안섬(내도)이라 불리는데 섬의 형상을 빗대어 거북섬 또는 모자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내도를 여자섬, 외도를 남자섬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그 배경에는 재미난 전설이 얽혀 있다. 옛날 대마도와 가까이에 있던 남자섬 외도가 구조라마을 앞에 있는 여자섬 내도에 반해 내도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놀란 마을 여인이 “섬이 떠내려온다”고 고함을 치자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는 이야기다. 여인이 조금만 늦게 발견했더라면 두 섬이 하나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햇빛이 내려앉은 내도의 바다는 맑은 옥색이다.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바다는 면적 0.256㎢(약 7만7000평), 해안선 길이 3.9km에 불과한 작은 섬 내도가 선보이는 비경의 에피타이저. 선착장 왼쪽 올망졸망한 몽돌이 모인 해변을 따르면 메인 코스 ‘내도 명품길’이 기다리고 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화사한 펜션이 눈길을 끈다. 27년간 내도1호 뱃머를 잡고 구조라마을과 내도를 이어온 김평갑 선장님이 일러주기로 현재 내도 주민은 총 10가구에 15명이 전부라 했는데, 그에 비하면 펜션 수가 꽤 많다. 2010년 행정안전부 선정 명품섬 베스트 10,  2011년 국립공원관리공원 제2호 명품마을에 이름을 올리며 부쩍 늘어난 관광객을 대상으로 생긴 것이란다. 하지만 내도의 보석 같은 풍광은 변함없다. 명품길 입구에 울창한 그늘을 드리운 편백나무 숲부터 대나무, 동백나무, 소나무가 차례로 군락을 이룬 원시림은 손을 타지 않아 탄성이 터져나온다. 최근 드나드는 외지인이 늘었다지만 아직까지는 외도나 장사도에 비해 덜 알려져 호젓하기 그지없다. 달랑 한 가족과 내도에 들어 섬을 통째로 전세 낸 듯 마음껏 누빈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내도의 2/3를 뒤덮은 탐스러운 동백꽃.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쪽빛 바다에 펼쳐진 붉은 동백꽃 향연 
대나무 숲을 벗어나면 동백이 지천이다. 섬의 2/3가 동백으로 뒤덮여 있다. 선명한 붉은 꽃송이가 나무에서처럼 땅 위에서도 고운 자태를 뽐내 발길을 붙든다. 푸른 남해와 대조를 이뤄 더욱 고혹적인 동백꽃의 향연은 2월 말에서 4월 초 절정에 오른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내도 최남단 신선전망대에서 바라본 홍도, 외도, 해금강.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내도선착장에서 해안을 따르면 명품길 입구로 이어진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섬의 최남단 신선전망대에 서면 홍도와 외도,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엔 대마도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내도에는 세 군데 전망대가 있는데 어디나 동전을 넣지 않아도 멀리까지 보여주는 ‘착한 망원경’이 비치돼 있어 더욱 즐겁게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섬 서쪽의 희망전망대에 오르면 해금강과 바람의 언덕,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수정산, 구조라 해변, 그리고 곧 수선화가 장관을 이룰 공곶이 등 거제의 대표 명소가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진다. 과연 명성에 걸맞는 ‘명품’이로다.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 131m,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은 약 3km. 도시에서처럼 걸으면 1시간이면 충분할 높이와 거리지만 내도가 간직한 비경을 탐하러 온 길에 바삐 걸음을 옮길 이유가 무언가.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구조라 벽화 골목 끝 오른쪽 돌계단을 오르면 샛바람소리길이 시작된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구조라 한눈에 담는 샛바람소리길
나선 김에 구조라마을의 명품길로 떠오른 ‘샛바람소리길’도 함께 둘러보자. 구조라 선착장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닷가 마을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알록달록한 벽화가 길의 입구로 안내한다. 초입은 시릿대가 터널을 이루었다. 하도 빽빽해 한여름에도 어두컴컴한 곳이다. 시릿대 오솔길을 지나면 샛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언덕바꿈공원이다. 시릿대는 탁 트인 언덕을 지나 마을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샛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일종의 방품림이란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샛바람소리길 초입의 시릿대 숲.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수정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 서낭당을 지난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구조라성터 전망대에 서면 구조라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왼쪽이 구조라해수욕장, 오른쪽이 내도와 외도로 가는 뱃길이 이어지는 구조라항이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샛바람소리길은 공원에서 끝이 나지만 수정산으로 조금만 더 발걸음을 옮기면 또 하나의 비경을 맛볼 수 있다. 바로 조선시대 왜적을 막기 위해 세운 구조라성터 전망대. 여기가 구조라마을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북쪽 북병산과 남쪽 수정산 사이 잘록한 허리처럼 터를 잡은 것이 구조라마을이다. 수정산을 머리로 두고 목을 뺀 자라 같다 하여 조라목, 조라포(助羅浦), 목섬이라 불렀단다. 마을 왼쪽 구조라해수욕장과 오른쪽 구조라항 앞으로 짙푸른 남해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수정산 정상에서도 같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수풀에 가려 성터 전망이 낫다. 대신 수정산 정상에 서면 내도와 외도, 홍도, 해금강의 비경을 다시 한 번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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