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인천] 별다른 준비 없이도 바다낚시의 짜릿함을 즐기고 싶다면 서해의 끄트머리인 영흥도로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대부도와 선재포구, 영흥도로 이어지는 길은 그 자체로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되고, 유료바다낚시터에서는 갓 잡은 물고기로 회를 떠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도 있다.
“우리 아빠는 낚시가 취미라서 주말엔 거의 우리하고 안 놀아주세요.”
어느 아이의 푸념처럼 ‘낚시’하면 아빠만의 전유물인 경우가 많다. 바다 갯바위 낚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자니 위험할 것 같고, 실내 민물낚시터에 데리고 가자니 놀거리도 없거니와 제대로 앉아 쉴 곳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도와 영흥도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안산에서 대부도로 들어가는 시화방조제 길은 시원한 바다 경치와 더불어 그 자체로 좋은 드라이브 코스다. 섬과 섬을 잇는 색다른 드라이브 코스인 이곳은 특히 돌이 검다는 ‘탄도’, 부처가 나왔다는 ‘불도’,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감도’를 비롯해, 여섯 개의 섬이 마치 형제처럼 어깨를 맞대고 서해에 떠 있다 해서 불리는 ‘육도’ 등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겨울이면 굴과 바지락을 채취하기 위해 인근 도리도로 이주했다가 이듬해 설이 되기 전에 돌아오는 독특한 생활방식의 ‘풍도’ 등도 드라이브 길에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면 도착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대부도는 갯벌에서 맛조개, 동죽, 고동, 소라 등을 잡을 수 있으며, 낚시로 망둥어, 넙치, 우럭, 놀래미 등을 잡을 수도 있다. 대부도와 영흥도, 선재도 부근에 작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유료바다낚시터는 바다낚시와 민물낚시의 장점만을 모았다. 육지에서 바다 어종을 그대로 낚을 수 있으면서도 온 가족이 함께 와도 안전한 민물낚시터의 장점이 섞였다.
양식장에서 키운 고기들이지만 손맛은 결코 자연산 못지않다. 특히 부시리나 방어처럼 힘깨나 쓰는 어종들은 채비를 터뜨리고 달아나기 일쑤. 유료바다낚시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재빨리 고기를 걷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바다보다는 공간이 적기에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이곳의 낚시터들은 섬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해 바닷가 경관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안전을 생각하고 가족 단위 손님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한다. 바다낚시터인 만큼 웬만한 민물 유료 저수지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넓다.
이말인즉슨, 아빠는 낚시하고 엄마와 아이들은 텐트를 쳐놓고 마음대로 뛰어 놀아도 될 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바다낚시터에서는 텐트나 파라솔 등을 설치할 수 있어 수박 한 통 사서 소풍 가듯 나와도 좋다.
유료바다낚시터의 물 속에는 섬과 계곡은 물론, 인공어초까지 설치되어 있다. 또 정수한 청정 해수만을 사용해 물고기가 최적의 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생태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낚싯대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현장에서 대여도 가능하다. 낚시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무료이거나 5000~1만원 사이에서 빌릴 수 있다. 간단한 미끼 등도 현장에서 구할 수 있다.
낚시 채비를 갖추었다면 텐트부터 쳐야 한다.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적은 것은 흠이기 때문. 유료낚시터 고수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 그늘이 없어도 자가용을 이용해 시원한 그늘을 만들 수 있단다. 하지만 지프차가 아닌 이상은 파라솔과 햇빛 차단막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 듯싶다. 또한 낚시터에 따라 방갈로가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이용하면 된다.
음식은 아이스박스로 준비해서 오는 게 좋다. 수박 등 시원한 과일도 제격이지만 낚시터 음식의 결정판은 단연 갓 잡아온 바닷물고기를 즉석에서 회 떠서 먹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들은 싱싱한 상추와 초장만 준비해놓고 기다리면 된다. 바다낚시인 만큼 잡히는 어종도 다양하다. 참돔과 우럭, 광어 등 남해에서 볼 수 있는 어종도 있다. 가족이 여럿 모여서 가면 하루 종일 바다회로 파티를 열 수도 있다. 회를 뜨지 못하거나 야채와 양념을 준비하지 못해도 걱정 없다. 낚시터에 마련된 식당에서 얼마간의 돈을 내면 회를 떠주고, 야채와 양념도 구할 수 있다.
특별한 놀이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들이 특별히 놀만한 거리는 없지만, 썰물 때를 기다리면 낚시터 주변의 갯벌에서 바지락이나 작은 게 등도 잡아볼 수 있다. 그야말로 갯벌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 단, 갯벌에서는 날카로운 조개껍데기에 발이 베이거나 펄에 발이 빠질 수 있으므로 어른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유료낚시터 입어료는 곳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낚시하는 사람 분의 입어료 4만~5만원 정도만 내면 온 가족이 들어갈 수 있으며 12시간 동안 낚시를 할 수 있다.
새벽같이 아빠 혼자서만 채비를 갖추어 아이들 몰래 집을 나오는 게 미안했다면 이제부터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와 갯벌이 펼쳐져 있는 서해로 달려가자. 어른은 물론이요, 아이들까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니 이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