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고목나무와 개미 부부 이야기]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인류의 신비 나스카Nazca 선(線) 
[고목나무와 개미 부부 이야기]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인류의 신비 나스카Nazca 선(線) 
  • 김문숙 기자
  • 승인 2007.07.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나스카 신비의 선.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여행스케치=페루] 페루를 여행하면서 정말로 특이하고 이상한 문명이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도 다른 문명들은 어떻게 조금씩 합리화를 시켜 이해를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나스카 선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해발 4000m를 넘으니 사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사막에 나스카(Nazca)라는 도시가 숨은 듯 자리했다. 모래사막이 아니라서 일반 사람들은 사막인 줄 모르는데 일 년에 한두 번 잠깐 뿌리는 정도의 비가 온다고 한다. 그래서 빙하 시의 침식지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단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경비행기 타기 전의 기쁨은 순간이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나스카 선은 외계인이 와서 낙서를 하고 갔다는 싱거운 이야기도 있고 현재까지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했지만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신비의 선은 파울 코속(Paul Kosok)이라는 학자에 의해 1920년에 발견되었으며 파울 코속의 제자인 독일인 교수 마리아 라이헤(Maria Reiche) 씨가 50년 넘게 연구하였지만 뾰족한 학설을 내지 못했다. 단지 나스카 문명은 잉카문명 이전인 기원전 300년~서기 700년경에 이루어진 문명으로 추측된다는 학설뿐이라고 한다.

외계인이 그려놓은 듯 신비한 나스카 선을 보려면 오전 8시 전후 또는 오후 3시 전후가 가장 좋다. 관광안내소 및 모든 여행지에서는 나스카 선을 보는 데는 그만큼의 고통이 따른다고 말한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멀미를 한다는 것이다. 난 특히 멀미를 자주 하는 체질이라 아침도 거르고 물 한잔밖에 마시지 않았다. 혹시나 구취가 날지 몰라 사탕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날도 여느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일이 똑같이 일어났다. 전날 경비행기를 예약을 할 때는 분명히 세 명이 타는 조그마한 경비행기라더니 오늘은 다섯 명이 타야 된단다.

약간 싫은 표정을 지으니 친절하게도 어제 예약을 받은 여자가 눈짓을 하면서 세 명이 타는 비행기를 마련해줄 테니 기다리란다. 한 20분 지나니까 한 명이 더 와서 모두 세 명이 경비행기에 올랐다. 다섯 명이 타는 비행기의 경우 중간에 앉으면 신비의 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비좁기 때문이다. 조종사가 헬멧을 다 쓰라고 하더니 잠깐 나스카 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사막을 달리며, 한 100km 까지는 달릴만 하지만 그 후로는 지친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신비의 선은 수십 가지인데 경비행기를 타고 45분간 볼 수 있는 것은 12개 문양이라고 한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5분 정도 지나니 고래 모양이 보였다. 꼭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모래 위에 아주 정확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처럼 말이다. 고래, 트라이앵글, 원숭이, 천문학자, 콘도르새, 개, 손, 나무, 거미, 벌새, 파라다이스새 등 모두 12가지의 문양이 사막의 모래 위에 펼쳐져 있다. 그저 신기할 뿐이다. 이 문양은 꼭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도로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잘 보이는 것은 원숭이랑 콘도르새였다. 조종사가 이쪽저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사진을 촬영하라고 기체를 움직여주었다. 

처음 네 가지 문양은 신기하기도 해서 감탄사를 터뜨리며 정신을 집중해서 지켜보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속이 좋지 않았다. 속이 울렁거려서 나는 아침에 마셨던 물까지 토해내야만 했다. 토하면서 보니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이 파란색이라 파란 사탕물이 나온다. 정신없이 토하고 얼굴이 하얗게 되면서도 나는 45분간의 비행을 최대한 즐겨보려고 노력했다. 

온몸에 땀이 흐르면서 기진맥진해서 구토용 봉투를 입에 물고 신비의 나스카 선을 모두 지켜보았다. 옆에 앉은 다른 나라 관광객이 날 비행기 안에서 이상하게 자꾸 쳐다보더니, 비행이 끝난 뒤 우스갯소리를 했다. 신비의 선을 본 것도 신비스러웠지만 내가 토한 파란 사탕물이 너무 신기했다며 왜 그런 이물질이 나왔냐고 물었다. 사탕물…, 졸지에 나도 신비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바람과 같은 기후 변화로 그 모습이 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모양 그대로라고 하니 마냥 신비할 따름이다. 혹자들은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말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신비의 나스카 선, 다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사막의 후아카치나 오아시스. 이집트의 오아시스와 비슷한 분위기.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정신을 뺀 사기
사람들이 주의하라고 하는 지역은 정말로 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경험이다. 페루인들로부터 이카(Ica)에서 피스코까지의 지역은 위험구역이라는 주의를 누차 들었다. 그러나 3일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이카에 머물다보니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4일째 오아시스로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열심히 자전거 물통에 물을 집어넣고 있는데 남자 셋이 호텔 로비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한 남자는 로비에서 이야기를 하고 한 사람은 우리 짐을 둔 옆 긴 의자에 앉았다. 다른 한 남자가 내게 다가오더니 자전거 물병을 올려놓은 나의 나무 와인 통을 손으로 밀쳤다. 그러고는 바닥에 있는 전선을 만지는 듯했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아침에 사기극을 당하고 사고도 보니 소름이 오싹하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난 호텔 관련 사람인 줄 알고 무시하고 물을 계속 넣었다. 모른 척하니 갑자기 그 남자는 나의 팔을 툭 치면서 아주 이상한 말로 바닥을 손짓하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쳐다보니 아무 이상도 없어서 난 계속 내 할 일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나의 팔과 심지어는 내 손까지 잡으면서 바닥을 보라는 듯한 시늉을 했다. 

난 그 남자가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침 다행히 에릭이 내 자전거를 끌고 나오기에 “저 남자가 자꾸 내 팔을 만지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한번 물어보라”고 했다. “무슨 일이세요?” 에릭이 조금 화난 듯이 물으니 “아닙니다” 그러면서 로비에 서 있는 남자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참 이상하다 싶어 에릭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으로 자전거 앞 가방을 달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또 우리에게 오더니만 자전거 타이어를 만지면서 자전거를 들추려는 것이 아닌가. “아니 대체 무슨 일이세요?” 호텔의 다른 남자를 불러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에릭이 말을 하는 순간, 내 시선이 로비 의자 구석에 아직 달지 않는 에릭의 자전거 가방과 내 가방 쪽으로 쏠렸다.

로비에 앉아 있던 사람이 그쪽으로 슬며시 다가가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아니 뭘 만지시는 거예요?” 하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세 남자는 쏜살같이 호텔을 후다닥 나가버렸다. 호텔에 일하는 남자에게 빨리 나가서 그 사람들을 잡아오라고 소리소리 질렀고 그 후부터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자전거 앞 가방과 다른 가방들은 다 있었고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사막의 오아시스 모습. 2007년 7월. 사진 / 김문숙 기자

난 소리지르는 건 누구한테 지지 않을 만큼 자신있어서 내 고함 소리에 사기꾼들이 쏜살같이 사라진 것이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호텔에서 나와 바깥에서 에릭이 자전거에 짐을 잘 싣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런 날은 징조가 좋지 않은것 같아 5km밖에 되지 않는 구간이지만 길을 나서기가 왠지 꺼려졌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그 사람들이 우리가 가는 경로에서 기다렸다가 못된 짓을 하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사람들의 경고와 충고가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페루를 다니면서 위험하거나 도난의 염려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니까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카 시내는 특히 페루의 어느 도시보다 번잡하다. 미니버스, 택시, 버스도 많은데다가 사람도 많고 자전거 릭샤까지 있어서 소음에 매연에 정신이 쏙 빠진다. 그리고 다들 경적을 밥 먹듯이 울려대니 더 정신이 없다. 순식간에 당할 뻔한 사기의 순간을 잊기가 더 힘들었다. 콩닥거리는 가슴, 릭샤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이카 시내를 빠져나와 오아시스로 가는데, 나는 다시 한 번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짐을 많이 실은 트럭이 커브를 급하게 돌았던지, 아니면 과속을 한 건지 트럭 앞은 박살이 났고 짐들이 바닥에 떨어져 길이 난장판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갑자기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제발, 사망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치지 않길’기도 드렸다. 

심리적으로도 불안했고 예전 아르헨티나 사고와 거의 비슷한 터라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침에 일어난 사기극과 불안감이 날 아주 작게만 만들었다.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사고 현장을 지나야 하는 것이 꼭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보니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야지 하는 마음밖에는 들지 않았다. 조금 지나니 차도 없고 모래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힘이 빠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