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뉴 오픈] 동대문 한복판에 우주선이 내려온 까닭은?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뉴 오픈] 동대문 한복판에 우주선이 내려온 까닭은?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 전설 기자
  • 승인 2014.04.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출퇴근길에 동대문을 스쳐간 도시민이라면 한번쯤 툭 뱉어봤을 한마디. “도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거야?” 공사장 가림벽 너머 불룩하게 솟아오른 회색 지붕을 볼 때마다 커지던 궁금증을 해결하러 나섰다. UFO와 꼭 닮은 미확인 우주선에 냉큼 올라타니 신세계가 보인다.

건축부터 완공까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베일을 벗었다. 준비기간 7년, 공사비용 4800억 원을 들여 동대문 한복판에 UFO와 꼭 닮은 비정형 건축물을 만들었단다. 왜 네모반듯한 고층빌딩이 아닌 우주선일까? 그 수고의 이유를 쉬이 짐작하기 어렵워 DDP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방한 당시 인터뷰를 곱씹어본다.


“내게 집이나 사무실을 지어달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DDP는 전시, 공연, 회담 등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공공건축물로 최소한의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만약 직선이나 박스 형태로 설계했다면 오히려 거대해 보였을 거예요.” 무슨 소린가 싶어 갸웃거리다가 뒤늦게 무릎을 탁 친다. 어려울 게 무엇이랴. DDP가 공공건축물이라면 특별한 소수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운 놀이터라는 뜻이렷다. 놀기 좋은지 아닌지 확인해보면 되지.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미확인 우주선을 즐기는 현명한 방법
우주선 탐험은 4호선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에서 1번 출구 밖으로 나서는 순간 시작된다. 지하철 출구와 DDP의 앞마당 격인 어울림 광장이 맞닿아 있어 지하철을 나오자마자 이미 DDP 한복판이다. 네모난 창문과 네모난 집에 길들여진 두 눈에 DDP가 담긴다. 아니 넘친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알루미늄 패널 4만5133장을 붙여 연결한 외피는 SF영화 속에서 본 미확인비행접시, UFO 그 자체다. 그나마도 비행접시의 한 귀퉁이밖에 보이지 않는다. 까치발을 들어도 역부족. 바위를 올려다보는 개미가 된 기분으로 거대한 외관을 훑어본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곡선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조형계단.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배움터를 휘감아 오르는 디자인둘레길.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DDP는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어요.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로 나눠진 곡선 건축물이 서로 포개져 연결돼 있지요. 시야를 가리는 기둥이 없어서 공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건축물 전체가 한옥의 처마처럼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흘러가죠.”

서울디자인재단의 이인선 씨가 지구인을 위한 간결한 설명을 곁들인다. 도심에 불시착한 UFO인 줄만 알았는데 그 안에서 처마의 곡선을 읽을 줄이야. 낯선 사람 대하듯 서먹서먹했던 첫인상이 무너진다. 문제는 관람 동선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 네모가 아닌 동그라미 건축물은 어떻게 관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미아가 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물었더니 알쏭달쏭한 답이 돌아온다. “한번은 헤매봐야 길이 보여요. 저도 그랬거든요.”


하긴 아무리 지도를 노려봐도 소용없겠다. 이제껏 겪어본 적 없는 건축물 아닌가. 계단 대신 잔디 언덕이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고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 조형물이 다리가 되는 DDP에서는 지도는 접어두자. 아예 마음먹고 미아가 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테니.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알루미늄 패널의 외피가 UFO를 떠오르게 한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거대한 우주선 안 6개의 전시 놀이터
DDP는 개관을 자축하며 한국 디자인 예술의 뿌리를 확인하는 간송문화전을 비롯해 자하 하디드 360도, 스포츠디자인전, 엔조마리 디자인전, 울름디자인과 그 후 등 6개의 특별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간송문화전을 제외한 5개 전시는 통합입장권을 구매하면 모두 관람할 수 있단다. 건알림터~배움터~살림터 순으로 이동하면 골고루 둘러볼 수 있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간수전시장의 조명 계단.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매표소 옆 ‘A1’ 이라고 적힌 알림터 입구로 들어선다. 1관, 2관으로 나눠진 알림터는 자하 하디드의 곡선 건축의 공간감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20m 높이의 천정부터 불룩한 외벽을 따라 걷자니 건물이 아니라 고래 뱃속을 걷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알림터에서 맛본 곡선 건축의 아름다움은 배움터에서 절정을 맞는다. 계단을 대신해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을 잇는 533m의 ‘디자인 둘레길’과 지상 2층과 4층을 잇는 조형 계단에서는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진다. 비정형 공간이 주는 극적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앵글에 담겨 아무렇게나 찍어도 화보가 되는 공간이다. 뚜렷한 층 구분도, 까마득한 계단도 없는 말 그대로 비정형 건축미의 절정을 둘러보며 배움터 꼭대기에 오른다. 배움터 4층은 다음 행선지인 살림터 4층과 이어져 있다. 발길을 돌려 나오면 푸른 잔디언덕이 펼쳐진다. 이대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건너편으로 나가 ‘엔조 마리 디자인’전과 ‘울름디자인과 그 후’를 둘러볼까 망설이다가 푸른 하늘아래 DDP에 시선을 빼앗긴다. 청명한 하늘 위로 금방이라도 붕 떠오를 것 같은 우주선 뒤쪽으로 수없는 빌딩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서 있다. 이 공간에 이 규모로 네모반듯한 빌딩을 세웠다면 아마 푸른 잔디언덕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는 호사는 누릴 수 없었으리라. 그제야 자하 하디드의 말을 이해한다. 7년 수고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Tip
어울림 광장 오른편의 ‘물음표’가 적힌 건물은 우주선에 처음 발을 들인 지구인을 위한 종합안내소다. DDP 건물 내부와 연결 통로가 표시된 안내지도를 받고 관람 동선에 대한 설명을 받을 수 있다. 유모차와 휠체어도 대여해 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전 통합관람료 9000원(간송문화전 제외)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8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