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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외여행] 안토니 가우디의 도시 스페인 바로셀로나
[해외여행] 안토니 가우디의 도시 스페인 바로셀로나
  • 주성희 기자
  • 승인 2014.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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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여행스케치=스페인] 한 사람의 이름으로 지칭되어도 전혀 거북하지 않은 도시가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의 이름으로 불리는 도시를 자랑스러워하며, 그곳에 다녀가는 사람들은 한 도시의 이름이 된 그에게 경외감을 표한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가 그곳이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가우디의 가장 화려한 작품으로 꼽히는 구엘 공원 전경. 동화 속 낙원처럼 환상적으로 꾸며진 공원 정상에 서면 지중해와 바르셀로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꽃할배’가 갔다 하면 그곳으로 가는 항공권이 동이 날 만큼 큰 화제를 몰고온다. 이번에는 스페인이다. 꽃할배가 바르셀로나에서 여정을 시작한 모습이 방송된 날, 프로그램은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 남녀 전 연령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바르셀로나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날 방송의 성공은 ‘가우디 효과’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본 꽃할배가 넋을 놓고 감탄할 때 시청자도 눈을 고정했다는 의견이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는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다.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가우디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작품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물부터 인도의 보도블록과 길가의 벤치, 거리의 가로등까지 바르셀로나에 그의 숨결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한 해 수백만 명이 바르셀로나를 방문한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우디 한 사람으로 인해 바르셀로나가 얻는 문화ㆍ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라고도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타일 조각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도마뱀 분수는 구엘 공원을 찾은 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촬영 명소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가우디의 낙원, 구엘 공원
가우디는 1852년 바르셀로나 남서쪽에 위치한 레우스라는 자그마한 도시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에서 독창적인 건축 세계를 창조했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신과 가장 가까워지는 방법은 자연과 소통하는 것이라 믿었던 그는 자신의 모든 작품에 자연을 담았다. 

바르셀로나 북쪽 언덕에 위치한 구엘 공원은 자연을 닮은 가우디의 건축관이 유감없이 발휘된 곳이다. 제자리에서 난 나무와 돌을 사용해 뼈대를 이루고 깨진 타일로 살을 붙인 구엘공원은 구름과 비, 파도, 폭포 등 자연을 그대로 형상화했다. 출렁이는 바다처럼 모든 곳이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직선으로 이뤄진 기존 건축에 대한 통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그래서 본래 카탈루냐의 부유한 귀족 유세비오 구엘의 후원으로 1900년부터 무려 14년간 지은 주택 단지였지만 시대를 앞서간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인정을 받지 못했고, 구엘과 가우디, 가우디의 지인 외에는 누구도 이곳에 살기를 원하지 않았단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야자수를 닮은 구엘 공원의 돌기둥. 가우디의 건축에는 자연이 담겨 있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지금은 모두가 머물고 싶어 하는 꿈의 낙원이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집을 고스란히 땅 위로 불러일으킨 정문 앞 경비실부터 형형색색 타일을 정교하게 조합해 만든 도마뱀 분수, 거대한 파도가 휘감기는 듯한 통로, 하늘에 구름이 떠가는 듯 올록볼록한 천장과 그 아래 시원스레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공간에 내리꽂힌 기둥 사이를 지나 건물 위로 올라가면 바다처럼 드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자석에 이끌리듯 광장 끝까지 걸어가면 진짜 바다와 바르셀로나가 한눈에 담긴다. 공원에 처음 든 누구도 예상치 못한 풍경이다. 마술처럼 시간과 공간이 흐르는 곳이다. 건설 인부들의 척추를 본 따 틀을 잡았다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보면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듯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카사 밀라 옥상에 세워진 '가우디표' 환기탑.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집, 카사 바트요 &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는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에 마주보고 있다.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가우디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실현된 건축물이다. 카사 바트요는 해골을 닮았고 카사 밀라는 미역 같다. 초등학생 같은 설명이라고 비웃어도 좋다. 사실이다. 우선 설명을 더 듣고 사진을 확인해보시라. 

카사 바트요는 약 3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1907년에 완공한 연립주택이다. 새하얀 뼈다귀 모양의 기둥과 해골바가지 형상의 발코니가 하얀 바탕의 주택 외벽에 걸려 있다. 여기까지만 귀신이라도 나올 듯 으스스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빛을 받으면 초록색, 황색, 청색 등의 유리와 타일로 모자이크 장식이 햇살에 반사돼 보석처럼 빛난다. 참으로 기상천외한 집이다. 


맞은 편 카사 밀라는 1905년에 건설을 시작해 19010년에 완성된 연립주택이다. 거친 돌을 깎아 만든 건물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부드럽게 물결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발코니는 바다에서 갓 따온 해초와 꼭 닮아 있다. 건물 중앙은 하늘로 뻥 뚫려 있고, 옥상에는 굴뚝과 환기탑이 카사 밀라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우뚝우뚝 서 있다. 지금 봐도 초현실적인데 당시 이 건물을 처음 본 사람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의 놀라운 상상력은 후세의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전투군단의 투구 모양이 이곳의 환기탑을 본 따 디자인된 것이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가우디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가우디의 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우디 건축의 백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가우디는 1883년부터 1926년 마지막 43년의 생을 마감하기까지, 마요르카 거리에 예수와 성모 마리아, 요셉을 위한 이 성당을 세우는 데 바쳤다. 서른한 살부터 무려 43년간 오로지 성당 건축에만 혼신을 쏟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성당이 1/4 정도만 완성된 상태에서 생을 마감한다. 1926년 6월 7일 저녁 산책 중 전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워낙 차림이 남루해 시민 중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고 부랑자로 오해받아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져 고독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도 성당 공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31년째다. 2026년 가우디 사후 100주기를 맞춰 144년 만에 완공될 예정이란다. 건축에 필요한 자금은 관람객 입장료와 기부금만으로 충당되기 때문에 어쩌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완성되면 높이 170m,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된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몬주익 정상보다 1m 낮은 높이다. 인간의 작품이 신의 작품보다 더 높아서는 안 된다는 가우디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 높이란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포근한 햇살이 스며든 숲속처럼 꾸며진 성당 내부.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뼈로 만든 집이란 별명을 가진 카사 바트요.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성당 외벽은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영광을 주제로 한 3개의 파사드로 조각되어 있다. 각 파사드마다 믿음, 소망, 사랑을 뜻하는 문 3개가 있으며, 그 위에 2개씩 쌍을 이룬 총 12개의 종탑은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한다. 앞으로 정중앙의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 탑과 성모마리아 탑, 그 주변에 요한을 비롯한 선지자 4명을 가리키는 4개의 탑까지 합쳐 총 18개 탑이 바깥에 세워질 것이다. 가우디가 죽을 때까지 열정을 쏟은 동쪽의 그리스도의 탄생 파사드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유년시절까지가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예수의 수난 파사드는 가우디가 떠나고 30여년이 지나 조각가 수비라치가 완성한 것이다. 그가 이 파사드에 가우디를 새겨 넣으면서 가우디는 성당의 일부가 되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나뭇가지처럼 갈라진 기둥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성당 구석구석을 비춰 마치 울창한 숲에 들어온 듯하다. 성당에 든 모든 사람이 숲속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랐다는 가우디. 한 사람의 집념이 일궈낸 걸작 앞에서 사람들은 모두 말없이 눈빛으로 경외감을 표한다. 

INFO. 바르셀로나 여행 정보
항공 아시아나항공이 6월 13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바르셀로나 직항편을 운항한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외국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마드리드나 파리 등 다른 도시를 경유한다. 비행시간은 13시간 정도 걸린다. 
시차 우리나라보다 8시간 늦다
통화 유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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