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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외여행] 쿠바 아바나를 즐기는 세 가지 방법
[해외여행] 쿠바 아바나를 즐기는 세 가지 방법
  • 박은경 기자
  • 승인 2014.06.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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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여행스케치=쿠바]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그들 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지도는 버려라. 갈 곳을 정하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누비며 스스로를 모험에 떠맡겨라. 손은 가볍고 마음은 홀가분하게. 아바나는 그렇게 즐기면 그뿐이다. 단, 무엇을 하든 아래 세 가지는 반드시 기억할 것. 당신이 언제 다시 아바나에 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올드 아바나 골목 풍경.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좀 더 느긋하게, 이왕이면 아날로그하게
아바나에서 단 하루를 머문다면 단연 올드 아바나(Old Havana, 구시가지)다. 세상에 널린 색을 전부 모아놓은 듯한 올드 아바나는 1982년 거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고 역사적인 지역이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올드 아바나 골목에서 만난 쿠바 사람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쿠바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올드 아바나를 가장 잘 여행하는 방법은 아무 계획 없이, 그저 시종일관 느린 걸음으로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사실 페인트칠 벗겨진 건물이 늘어선 골목에는 이렇다 할 박물관도, 제대로 된 미술관도 없다. 대신 강렬한 원색의 옷을 걸친 육감적인 여인이 음악에 몸을 흔들고, 두툼한 시가를 문 노인들이 아무데서나 노래를 흥얼거린다. 또 골목 어귀에선 맨발의 아이들이 병뚜껑을 야구공 삼아 막대기를 연신 휘두르느라 여념이 없다. 그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당당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친절하며 잘 웃는다. 숨 한 번에도 바스스 스러져 내릴 것 같은 누추한 집에 살면서도 결코 죽을 것 같은 표정을 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격식에 얽매인, 의심 많고 걱정 많은 우리를 삽시간에 무장 해제시킨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방인이 스스로를 무장 해제하고 그 낡은 풍경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게 만든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카피톨리오 광장에서는 100년 된 사진기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그렇게 긴장을 내려놓고 골목을 쏘다니다 보면 길을 잃는 건 예삿일이다. 하지만 이 오래된 도시는 되레 길을 찾으려 애쓰지 말라며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는 뜨거운 햇살과 흥겨운 음악을, 가난하지만 위안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끊임없이 부추긴다. 그러다 길을 잃었을 땐 고개를 들어 돔 모양의 카피톨리오(Capitolio)를 찾으면 된다. 쿠바 혁명 이전 국회의사당으로 쓰이다 지금은 국립과학원으로 사용 중인 카피톨리오는 아바나의 웬만한 골목에서는 다 보이는, 명실공히 올드 아바나의 랜드 마크다. 카피톨리오 일대는 이방인들을 위한 나침반 역할은 물론 관광지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건물 앞에 경쟁하듯 일렬로 늘어선 클래식 카는 흡사 자동차 박물관을 방불케 하고, 나이 지긋한 악사의 깊은 선율은 거리를 온통 공연장으로 만든다. 또 총천연색의 꽃다발을 파는 소녀들과, 달다 못해 쓴맛의 주전부리를 건네는 아저씨의 호객행위도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카피톨리오를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낡은 사진기다. 카피톨리오 아래 광장에는 100년이 넘은 흑백 사진기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가 서넛 있다. 사진기는 과연 이게 찍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요상한 모습이다. 허나 사진을 찍은 다음 물통에 넣고 휘휘 저었다 꺼내면, 흑백사진 속에서 단정하게 포즈를 취한 내가 거짓말처럼 나타난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이방인의 나침반이 되어 주는 카피톨리오.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면 카피톨리오를 찾자.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올드카 타고 말레콘을 달려라
시간이 멈춘 올드 아바나의 매력은 낡은 클래식 카를 만날 때 배가된다. 쿠바에는 유독 오래된 차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1959년 쿠바 혁명 이전에 미국에서 들여온 차들이다. 쿠바는 자동차를 미국에서 거의 전적으로 수입했으나 혁명 이후 이를 전면 금지하고 재산의 개인 소유 또한 불허했다. 단, 정부는 혁명 이전에 등록한 차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개인의 소유를 인정했고, 이에 따라 1950년대산 포드, 폰티액, 뷰익 같은 차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지금껏 아바나를 굴러다니게 됐다.

다양한 색채와 모양을 뽐내는 올드카는 구경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그렇다고 해서 뒤꽁무니만 쫓다 돌아올 수는 없을 터. 이왕이면 맘에 드는 클래식 카를 타고 아바나의 낭만에 푹 빠져봐야 한다. 아바나를 돌아다니는 클래식 카는 대부분이 관광용 택시다. 때문에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다. 원하는 모델 혹은 색깔의 올드카가 보이면 재빨리 손을 흔들어 잡으면 그만이다. 다만 미터기가 따로 없으므로 탑승 전 요금을 흥정해두는 게 좋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말레콘 풍경.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아바나에서 올드카를 타고 달리기 좋은 장소로는 말레콘(Malecon). 카리브 해를 따라 구시가지인 올드 아바나부터 신시가지까지 이어진 7km 길이의 방파제다. 이는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영화 초반부 남미 특유의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다란 방파제가 바로 말레콘이다. 우리에게는 배우 소지섭의 카메라 CF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말레콘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낭만적이지만 바람 부는 날엔 한결 감동적이다. 거센 바람을 따라 끊임없이 방파제를 타고 오르는 파도가 거리를 흠뻑 적시며 쿠바의 아우라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특히 차도로 쏟아지는 파도를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올드카의 모습은 탄성이 나올 만큼 인상적이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헤밍웨이가 즐겨 마신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의 모히토.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첫 잔은 헤밍웨이를 위하여!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헤밍웨이는 1939년 쿠바로 건너와 생애 마지막인 1961년 직전까지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열정 넘치는 글을 썼다. 그는 1954년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이 상을 받은 최초의 입양 쿠바인이라서 행복하다”며 수상의 영예를 쿠바에 바치기도 했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의 저녁 풍경.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아바나에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명소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고, 또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면 그의 단골 술집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와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다.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병아리를 닮은 귀여운 코코택시. 2014년 7월 사진 / 박은경 기자

헤밍웨이는 늘 시가와 칵테일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술은 모히토(Mojito, 럼주에 설탕?민트 등을 섞은 칵테일)와 다이키리(Daiquiri, 럼주에 레몬즙?설탕?얼음 등을 섞은 칵테일)다. 그는 사방이 온통 낙서로 가득한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에 앉아 모히토를 마시다가 기분이 나면 엘 플로리디타로 옮겨가 다이키리를 주문하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술집 벽면에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에,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에 있다'는 문구를 남기며 칵테일과 단골 술집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헤밍웨이와 밤새 술잔을 기울일 수는 없지만, 다행히 그가 먹던 술이라면 당장에라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는 올드 아바나의 대성당광장 옆 좁은 골목에 자리했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한데 어우러져 술을 마시고 연주도 들을 수 있어 머무는 것만으로도 흥겹다. 라 플로리디타는 오비스포 거리에서 중앙공원으로 넘어가는 길모퉁이에 있는 고급스러운 술집이다. 이곳에는 과거 헤밍웨이가 자주 앉아 술을 마셨던 자리에 실물 크기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INFO. 쿠바 여행 정보
항공 한국에서 쿠바로 가는 직항은 없다. 멕시코 칸쿤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아바나로 입국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언어, 통화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화폐 단위는 페소. 조각상이 그려진 CUC(세우세?외국인 전용화폐)와 인물이 그려진 MN(=CUP, 모네다 나시오날 혹은 쿱?내국인 전용화폐)가 있다. 1CUC가 25MN으로 환율 차이가 크다. 원칙적으로 관광객은 MN을 사용할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시내의 환전소에서 바꿔 싸게 여행할 수 있다. 환전 시 미국 달러보다 캐나다 달러나 유로화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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