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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 트레킹] 낭창낭창 걷기 좋은 낭만 바닷길 부산 절영해안산책로
[비경 트레킹] 낭창낭창 걷기 좋은 낭만 바닷길 부산 절영해안산책로
  • 주성희 기자
  • 승인 2014.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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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여행스케치=부산] 부산 영도에는 전국 52개 해안누리길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길이 있다. 영도의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절영해안산책로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던 여름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걸었다. 바닷바람에 빗줄기 낭창낭창, 파도소리 잘랑잘랑, 마 직이는 기라.

부산역에서 508번 버스를 타고 절영해안산책로를 찾아갔다. 매일 낮 12시 하늘을 향해 열리는 국내 유일의 도개교 영도대교를 건널 때는 도개시간도 아니건만 괜스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다리를 건너면 금세 내릴 채비를 해야 한다. 부산보건고등학교 정류장 왼편 아래로 산책로가 나 있다. 


절영해안산책로는 영선동 반도보라아파트 옆 관리동에서 시작해 중리해변까지 약 3km 거리다. 총 9개 구간으로 나뉜 부산 도보 관광 코스인 갈맷길 3코스의 일부로 중리해변에서 길을 이으면 감리해변을 거쳐 태종대까지 돌아볼 수 있다.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부산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흰여울길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에도 등장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파도와 나란히 발을 맞추는 산책로의 왼쪽 비탈에는 하얀 벽에 알록달록 벽화로 생기를 더한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인 ‘부산의 산토리니’ 흰여울 문화마을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산책로로 내려가지 말고 곧장 길을 따르면 마을로 접어드는 골목길이 나온다. 마을의 오래된 집들을 미로처럼 잇는 ‘흰여울길’이다. 부산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너른 바다를 번갈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해 이곳에서 산책을 시작해도 좋다. 흰여울길에서 내려다보면 절영해안산책로와 맞닿은 푸른 바다 위에 한가로이 떠 있는 배들과 부산 서구와 영도구를 잇는 남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넘실대는 파도의 유혹에 못 이기겠다 싶으면 산책로와 연결된 계단으로 내려가면 그만이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곱게 채색된 피아노계단을 한 단 한 단 밟아 내려갈 때마다 바다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발아래 시퍼런 바다가 출렁이는 하늘전망대.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절영전망대에 오르면 해안산책로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왼쪽으로 중리해변으로 가는 길이다. 2014년 8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산책로의 이름은 영도의 옛 이름 ‘절영도(絶影島)’에서 유래했다. 신라 때부터 군마와 역마를 길러낸 섬 영도에는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천리마도 있었는데, 말이 어찌나 빨랐던지 그림자가 따르지 못하고 곧잘 끊어졌다고 해서 절영도라 불렀다. 산책로를 거닐면 해안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지는 비경과 파도가 들려주는 힘찬 합창에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 중간 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돼 아찔한 스릴을 선사하는 하늘전망대와 철썩이는 파도처럼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출렁다리, 뻥 뚫린 바다와 점점이 박힌 배들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는 절영전망대로 길을 이으면 바닷길의 낭만이 넘실넘실 차오른다. 

“영도가 부산에서도 공기가 맑은 기라. 경치 좋제, 공기 맑제, 참 좋다 아이가. 서울에서 막힌 숨이 탁 트이제?” 길에서 마주친 노부부가 영도 자랑을 늘어놓는다. 영도 봉래동에서 한평생을 산 부부는 종종 해안산책로로 마실을 나온다고. 부부 말로는 주말이나 날이 좋을 땐 해녀들이 물질해온 싱싱한 해산물이 산책로 곳곳에 오른다니 한 점 맛보고 쉬어가며 바닷길의 호사를 맘껏 누려보시길. 산책로가 끝나는 중리해변의 해녀촌에서 든든히 요기하고 태종대까지 길을 이으면 두 눈에 차고 넘치는 해안 절경을 담아갈 수 있으렷다.     

INFO. 절영해안산책로 
코스 관리동~흰여울길~피아노계단~하늘전망대~출렁다리~절영전망대~중리해변
거리 3km
소요 시간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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