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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체험여행] 하늘을 향해 탕, 스트레스가 쨍그랑 임실 전북종합사격장
[체험여행] 하늘을 향해 탕, 스트레스가 쨍그랑 임실 전북종합사격장
  • 전설 기자
  • 승인 2014.07.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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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임실] 잔뜩 약이 올라 발만 동동 구른다. 벌써 세 번이나 놓쳤다. 이번에는 꼭 맞추고 말리라. 준비 신호와 함께 오렌지색 접시가 날아오른다. 마치 “나 잡아봐라~” 놀리기라도 하는 것 같다. 접시의 뒤꽁무니를 쫓던 총구에서 탕, 하공을 가르던 접시가 쨍그랑! 명중이다.

점심때가 훌쩍 지나 전북종합사격장에 떨어졌다. 여기가 맞나 두리번거리는데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멀리서 ‘탕, 탕’ 총성이 들린다. 멀리서 들어도 귓전을 울리는 소리를 쫓아 구고리산 정상 클레이 사격장으로 향한다. 임실의 전북종합사격장은 산중에 공기총경기장과 클레이사격장을 갖춘 종합사격장이다. 생전 총을 처음 쥐어 본 초보자라도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고 사격체험을 할 수 있는데 10m 공기총과 공기소총, 클레이 사격 중 마음 가는 대로 고르면 된다. 초보자에게는 비교적 총신이 가벼운 공기총 사격이 딱이라지만, 실내 사격이 아닌 탁 트인 산자락을 보며 방아쇠를 당기는 클레이 사격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취향에 따라 튜닝이 가능한 사격용 총기.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명중이다! 산산조각 난 접시(피전) 파편.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오전 내내 비가 오락가락 내린 탓일까. 야외 사격장에는 산안개가 옅게 깔려 있다. 사격동호회 독도사랑클레이클럽의 회원들이 악천후를 뚫고 연습에 한창이다. 제때 찾아왔구나 싶어 무작정 쫓아갔다가 날벼락 같은 총성에 일순 정신이 아득해진다. 목청 좋은 이가 귀에 대고 고함이라도 지른 것처럼 머릿속이 쩡하게 울린다. “구경할 때 하더라도 귀마개는 하고 오세요. 총성이 생각보다 커서 계속 듣다보면 귀 아플 거예요.” 이정명 회원의 조언대로 일단 한걸음 후퇴. 귀를 막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연습 장면을 지켜본다. 거리를 두고 보니 표적을 노리는 눈빛이 하나같이 날카롭다. 서로 눈인사 한번 없이 오직 집중 또 집중이다.


“전국대회 앞두고 연습 중이거든요. 아무래도 실탄 장전하고 진짜 총을 쏘는 거니까 연습도 실전처럼 임하게 되죠. 사격은 내가 얼마나 집중했느냐에 따라 헛발과 명중이 나뉘니까요.”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사격용 접시, 선글라스, 실탄, 귀마개.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총을 발사할 때의 소음은 귀가 욱신거릴 정도로 시끄럽지만 사실 사격은 침묵하는 자만이 즐길 수 있는 고요한 레포츠다. 표적을 겨눌 때 숨도 쉬지 말고 집중해야 목표지점을 정확히 뚫을 수 있다. 발사 직전에는 미세한 떨림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문제.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표적이 살아 있는 새처럼 푸드덕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린다면?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총기를 점검하고 있다.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공기총은 정지된 표적의 한가운데를 겨누지요. 이때 총구가 움직이면 빗나가 버립니다. 그에 비해 클레이 사격은 허공에 접시를 날린 뒤 그 동선을 따라 겨냥하죠. 날아가는 새를 맞춘다는 감각으로 접시를 쫓아야해요. 빗겨 맞추면 접시가 동강이 나는데, 정확하게 접시 중앙부를 꿰뚫으면 마치 폭죽 터지는 것처럼 산산조각이 납니다. 그 쾌감이 끝내주죠.”

전북종합사격장 이보형 코치의 설명대로 클레이 사격은 정지해 있는 표적을 맞추는 사격이 아니라 지름 11cm의 어른 손바닥만 한 접시(피전)을 따라가며 명중시키는 실전 사격이다. 날아가는 새처럼 허공을 가르는 접시를 명중시키는 쾌감은 어떤 것일까. 연습장면만 봐서는 감을 잡을 수 없다. 이론보다는 실전이 최고. 이 코치의 지도를 받아 클레이 사격 1라운드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주어진 실탄 25발, 클레이접시 25장. 1발당 1장씩 부지런히 맞춰야 한다. 얼른 귀마개부터 찾아 쓰고 총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사격연습용 조끼를 입는다. 접시가 더 선명해 보인다는 사격용 선글라스까지 끼고 나니 준비 완료. 일러준 대로 엽총을 단단히 어깨에 고정하고 숨을 멈춘다. 신호는 짧고 굵게 “아!”라고 외치는 것. 신호와 함께 직경 11㎝의 오렌지색 접시가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지금인가? 아닌가? 쏴도 되나? 망설이는 사이 접시는 방아쇠 당길 틈도 없이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방아쇠 한 번 못 당겨 보고 애먼 접시만 깨트렸다. 곧바로 다음 접시가 떠올랐지만 귀퉁이도 맞추지 못하고 허공에 한 발, 두 발을 날린다. 접시만 깨먹고 있으려니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한다.


“박자를 맞추세요. 접시를 쏘아 올릴 때 한 박자 쉬었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갈 때 탕! 사격은 조준도 조준이지만 격발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표적에서 눈을 떼지 말아요.”

이 코치의 1대 1일 맞춤 지도를 받아 다시 한 번 도전. 숨을 크게 쉬고 “아!” 외친다. 허공에 쏘아 올린 접시를 눈으로 바짝 쫓아가는데 문득 접시가 멈춘 듯 보이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총구에 불이 붙으면서 탕, 허공을 날던 접시가 퍽하고 산산조각이 난다. 명중이다. 귀찮은 파리처럼 눈앞을 맴돌던 접시가 폭발하듯 깨지는 것을 보니 속이다 후련하다. 오래 묵힌 스트레스까지 쨍그랑, 산산이 부서진다.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산자락을 마주 보고 있는 클레이 사격장. 2014년 8월 사진 / 전설 기자

임실 전북종합사격장
체험비 클레이사격 2만2000원, 10m공기소총 2000원, 10m공기권총 3000원
주소 전북 임실군 청웅면 청운로 1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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