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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Go Abroad] 2박 4일 주말여행 싱가포르, 너는 젊음이다
[Go Abroad] 2박 4일 주말여행 싱가포르, 너는 젊음이다
  • 서태경 기자
  • 승인 2007.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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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하나씩 맛보고 싶은 초콜릿 상자같은 싱가포르.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행스케치=싱가포르] 주말을 이용해 떠나는 해외여행,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특히 금요일 저녁에 떠나 월요일 오전에 되돌아오는 동남아 여행은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경제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다민족 문화가 농축되어 있는 싱가포르는 두고두고 하나씩 맛보고 싶은 초콜릿 상자 같은 곳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던가. 사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늘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꾸는 이유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쾌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싱가포르 여행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싱가포르에 몇 차례 다녀온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것은 왜일까. 만만치 않은 일정을 감수하며 주말을 이용해 싱가포르로 떠난 이유! 지금부터 하나씩 공개한다.

싱가포르야말로 간을 보고 나면 새로운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아주 요상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나라라고 하기엔 작고, 도시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다양한 문화를 갖추고 있어 언젠가 꼭 한번은 다시 오리라 마음먹게 되는 곳이다. 

자유여행자들이 주로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가이드가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를 한답시고 카페나 동호회에 가입해 ‘일정 한번 봐주세요’, ‘저렴한 숙소’, ‘싸고 맛있는 집 어디예요?’이런 식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는가. 싱가포르야말로 역사 공부는 필수다.

그렇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역사가 짧으니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싱가포리안들도 14세기와 19세기 역사밖에 배우지 않으니 여행자들이라면 영국의 래플스 경에 의해 싱가포르가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배경과 1965년 독립 이후의 역사 정도만 이해하면 아마도 손바닥만한 이 나라가 보다 크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센토사의 명물 케이블카.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센토사가 달라졌다
첫 날은 늦은 밤에 도착해 다음날을 위해 휴식을 취할 요량이었지만 아무래도 아쉽다. 그래서 간단한 워밍업을 위해 찾은 곳이 노천식당 ‘라우파삿(Lau Pa Sat)’. 말레이 전통 꼬치인 사테(Satay)와 세계 요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밤에만 문을 연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지만 현지인들도 꽤나 많이 찾는 곳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맥주가 꿀꺽꿀꺽 잘도 넘어간다. 비로소 싱가포르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아무리 작은 곳이라 해도 여행자라면, 꼭 가보아야 할 곳이 있게 마련. 싱가포르에서는 센토사 섬이 바로 그런 곳이다. 어디서 얼핏 듣고 그냥 놀이공원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지나친다면 큰 실수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센토사가 엄청난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

수족관과 나비공원,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정도로만 알려졌던 것에서 벗어나 리조트부터 인공 해변, 놀이기구와 전망대까지 갖춘 전천후 위락시설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지난해 겨울 문을 연 쇼핑엔터테인먼트센터인 비보시티(VIVO City)와 익스프레스로 연결이 되어 여행과 쇼핑, 미식을 논스톱으로 즐기기에 그만인 동선이다.

싱가포르의 기후 특성상 한낮부터 오후는 엄청나게 후텁지근하기 때문에 오전엔 야외 일정을, 오후엔 실내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좋으므로 다음날 아침 일찍 센토사를 찾았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극장 등이 모여 있는 비보시티.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센토사로 들어가려면 비보시티에서 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무료 열차를 타면 된다. 모두 입장료(3S$)에 포함되어 있어 어디에서나 타고 내릴 수 있어 편리하다. 실로소비치행 열차를 타면 스카이 타워와 루지(Luge, 스스로 운전하는 놀이기구), 멀라이언상, 이미지 오브 싱가포르 등과 가깝다. 인공해변이지만 여기저기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멀리 나갈 것 없이 입장료 저렴하고 놀기 편리한 센토사에서 주말의 여유를 즐긴단다.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잠시, 여행객의 마음은 바빠진다. 새로운 놀이기구인 루지를 타보기로 했기 때문. 생김새는 단순한데 처음 보는 놀이기구다. 눈썰매처럼 생긴 기구에 핸들이 달려 있어 내리막을 힘차게 내려가는데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소리를 실컷 지르다보니 어느새 여행의 긴장도 말끔히 사라지고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사람들이 루지를 두 번씩 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또 다른 즐거움, 비보시티
루지로 한껏 흥분했다면 이제는 스카이타워에서 싱가포르의 전망을 감상할 차례. 넓은 원 모양 관람석이 회전하며 올라가 한 자리에 앉아 주변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다. 특별한 스릴은 없지만 컨테이너부두와 비보시티, 마리나베이 등이 한눈에 보여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된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여지를 남겨두기로 하고 센토사에서의 일정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나올 때는 케이블카나 익스프레스 중 하나를 타면 되는데 그래도 센토사의 명물인 케이블카를 건너뛸 수는 없지 않는가. 다행히 하버프런트는 비보시티와 연결이 되어 있어 그나마 다리품을 줄일 수 있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숍하우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싱가포르 여행이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운 이유는 다양한 음식 때문. 오늘도 역시 그렇다. 그래서 찾은 곳이 비보시티 3층에 마련된 ‘푸드 리퍼블릭’. 쉽게 말하면 고급 푸드코트로 세계 음식이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부담이 없다. 

오늘의 메뉴는 인도 음식인 로티 프라타와 중국 스타일의 피시볼 수프. 특히 로티 프라타는 만드는 모습이 재미있다. 반죽을 마구 치대어 팬 위에서 지글지글 익혀 달걀이나 양파 등을 넣고 익히는데, 이를 커리에 찍어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우리 돈으로 13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식사를 하고 나니 비로소 비보시티의 진면목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야심차게 출발한 종합쇼핑몰인 비보시티의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쇼핑.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컨 덕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돌아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면세국인데다 우리나라엔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를 갖추고 있어 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쇼핑 마니아라면 다른 일정은 제쳐두고 쇼핑에만 올인할 염려가 있으니 강약 조절을 잘할 것. 

역사의 한 축, 차이나타운
커피까지 마셔 배를 든든하게 채우니 슬그머니 귀차니즘이 발동을 한다. 허나, 이건 여행자의 자세가 아니다. 다시 의지를 가다듬고 출발한 곳은 차이나타운. 세계 어딜 가나 차이나타운 없는 곳이 없다지만 이곳 차이나타운은 싱가포르의 역사와 경제, 문화 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단순히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

싱가포르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과거부터 현재가 망라되어 있는 곳이다. 갖가지 기념품점과 식당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 보면 헤리티지 센터와 같은 의미 있는 곳도 있다. 개항 당시 부두 노동자와 릭샤꾼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중국인들의 실제 생활을 재현한 곳으로 *숍하우스 2~3층을 박물관으로 꾸몄다. 얽히고설킨 채 살아가는 서민들의 궁핍한 살림을 당시 건물에 그대로 꾸며 꽤나 실감이 난다. 입장료(9.8S$)가 살짝 부담이 되지만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차이나타운 역시 전통적인 쇼핑 스폿이다. 재래시장인 까닭에 깔끔한 분위기는 덜하지만 중국 전통 수예품이나 의류, 아기자기한 소품 등을 구입하기엔 좋다. 다만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다른 점은 흥정이 쉽지 않다는 것. 바가지 요금이 거의 없는 나라라 먼저 적정 가격을 제시하고, 그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시길.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싱가포르 유행의 일번지, 오차드.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멋쟁이들은 오차드에 모인다
벌써 사흘째 아침이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싶은 고민도 잠시, 일단 오차드 로드로 나가기로 했다. 어째 자꾸 쇼핑으로 목적이 기울고 있는 감이 있지만 싱가포르에 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오게 되는 곳이다. 

특별히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 건물 저 건물을 돌아다니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 바로 오차드 로드다. 또 오차드에는 여행자 안내센터도 몇 군데 있어 최신 정보를 얻기 좋다. 한국어 브로셔도 몇 가지 갖추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꽤나 전문적이므로 이용해볼 만하다. 

비보시티가 실내 쇼핑이 가능한 곳이라면 오차드는 그와는 반대되는 곳. 이세탄, 다카시마야, 니안시티, 파라곤과 같은 유명 백화점들이 몰려 있고, 서점이나 호텔, 레스토랑 등이 있는 싱가포르 패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인 노천카페.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아쉬운 일정을 뒤로하고
오차드에서 MRT를 갈아탈 필요 없이 래플스플레이스역까지 갈 수 있는데, 이곳에 오늘의 오후 일정이 모두 모여 있다. 출구 H로 나가면 에스플러네이드와 해안산책로, 아시아문명박물관(ACM), 보트키와 클락키가 연결이 되는데 이 지역이 바로 싱가포르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숨어 있는 곳. 과거 우체국으로 사용되던 플러튼 호텔 앞을 가로지르는 카브나 브리지가 나타나는데,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몇 번을 지나다녔던 길이다. 다행히 이번 여행에서는 한 지인이 도보여행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서 그간 알지 못했던 싱가포르의 역사며 풍수지리적인 의미와 상징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쇼핑이나 미식의 천국으로 싱가포르를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나라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의미도 곁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 유럽 등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는 도보 투어 가이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만 한국어는 아직이라는 점이 아쉽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싱가포르 역사의 주축이 된 싱가포르 강.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카브나 브리지 주변은 풍수지리적으로 돈이 모이는 형상이라 은행가로 번성을 했고 각 건물들도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평범한 빌딩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문명박물관 역시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곳. 싱가포르 역사가 짧다고 박물관마저 얕볼 수는 없다. 짧은 역사지만 그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주로 현재 싱가포르가 속해 있는 아시아에 관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매일 영어, 일어, 중국어 가이드가 진행되므로 경험 삼아 한 번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ACM에서 나오면 자연스레 해안 산책로를 따라 멀라이언공원이나 에스플러네이드 등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해질 무렵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조깅을 하는 여유로운 모습이 부럽게 느껴진다. 

에스플러네이드는 2003년에 문을 연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문화공연장. 열대과일인 두리안 반쪽을 엎어놓은 외관부터가 인상적이라 개관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지금 에스플러네이드 옆으로는 또 하나의 명물 ‘싱가포르 플라이어(Singapore Flyer)’가 지어지고 있다. 런던아이 같은 대관람차로, 내년 3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캐빈을 장착 중이다.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초기 금융업을 묘사한 조각상. 2007년 10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싱가포르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오면 보트키와 클락키와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과거 오염이 심했던 강이 대대적인 정화과정을 거쳐 지금은 싱가포르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숍하우스를 레스토랑 등으로 이용한 보트키(Boat Quay)가 과거의 싱가포르라면, 다리 하나를 두고 펼쳐진 클락키(Clarke Quay)는 보다 현대적인 분위기다. 세련된 바와 펍이 강을 따라 펼쳐져 있는데 밤에 찾으면 절로 흥이 나는 곳이다. 특히 리버사이드의 브루웍스(Brewerkz)는 하우스맥주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 항상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비지만 후회하지 않을 맛이다. 

늦은 밤 한국행 비행기만 타지 않아도 맥주 몇 잔은 마실 수 있는데 아쉽다. 서운함을 꾹꾹 참고 싱가포르 강 보트 투어로 이번 2박 4일의 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물자를 실어 나르던 대나무 배가 이제는 여행객들을 실어 나른다. 화려한 불빛이 일렁이는 강을 건너며 싱가포르만이 아닌, 아시아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이번 여행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쉬움이 더 크다. 젊은 나라답게 모든 것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젊음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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