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부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어디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이용하면 좋은 곳이 바로 특정 주제를 다루고 있는 체험전시관이다. 모형이 아닌 실재하는 것을 눈과 손으로 보고 만지는 사이 어느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생활 속 환경 이야기.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바로 그런 곳이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적잖은 변화를 겪은 낙동강 하구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개발이냐, 환경보전이냐
최근 몇 년 사이 습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나마 이 정도 관심이 생겨난 것에 감사할 일. 그런 점에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개관은 반길 만한 일이다.
에코센터가 자리한 곳은 부산 을숙도철새공원. 예전부터 철새가 많이 찾아드는 곳으로 현재 야생동식물보호법, 문화재보호법 등 5개 보호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도심 속 청정지역이다. 때문에 개발도 관리도 철저하게 동식물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 모든 것이 편리함보다는 동식물에 대한 배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구둑과 에코센터의 조합이 왠지 어색해 보이지만 하구둑 건설이 환경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낙동강 하구둑이 건설된 것이 지난 1987년이니 20여년 전의 일이다. 둑으로 인해 담수와 해수가 구분지어지면서 바닷물의 역류 방지, 강의 수량 조절, 교통로 확보와 같은 장점이 생기긴 했지만 하구의 본래 모습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허나 경제개발에만 온 관심을 쏟던 때였으니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보전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고, 먹고사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에야 환경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실제로 매년 10만~20만 마리의 고니가 날아들었는데 하구둑이 들어선 후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2000년부터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연간 4000마리 선으로 늘어난 것을 희망적인 신호로 여기고 있다.
현재 을숙도가 있는 낙동강 하구는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들판을 적시고 때로는 우포늪, 주남저수지와 같은 배후습지를 만들기도 하며 525km를 남으로 흐르다 남해와 만난다. 을숙도와 일웅도, 장자도 등은 모두 삼각주로 분류되는데 이 주변에 얕은 갯벌이 형성되어 철새들의 먹이 공급처가 되고 있다. 지금의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둑이 만들어지면서 일웅도와 묶어 을숙도로 통칭하는데, 에코센터의 상징인 고니 캐릭터, 을숙이와 일웅이, 낙동이의 이름을 여기서 빌려왔다.
탐조·갯벌·하구 답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얼핏 보기에는 갈대숲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갈대 사이에 자리한 에코센터에 가면 하구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본래 이 부근에 갈대가 많기도 했지만 복원사업을 하면서 밭이었던 곳까지 갈대를 이식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였다. 다행히 기수지역에선 갈대가 잘 자라 갈대의 평균 키가 3m를 훌쩍 넘길 정도가 되었다고.
시기에 따라 탐조, 갯벌체험, 하구답사 등이 가능하지만 단순히 새를 구경하고 조개나 게를 잡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하구의 기능을 알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직 개관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지만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일반인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가족 단위는 물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에서 단체 관람을 위해 찾을 경우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과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고니를 보러 가는 탐조 프로그램인 ‘동화 속 백조 보러 가자’의 경우 아이는 물론 어른들로부터 도 큰 호응을 얻었으며 올해부터 유료관람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배워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에코센터 오영문 씨의 설명. 또 자원봉사자인 조연미 씨는 “생태관광의 경우 설명을 듣고 안 듣고의 차이가 크므로 해설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에코센터 관람은 2층 전시실이 중심이 된다. 중앙홀을 기점으로 1~5존(Zone)까지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는데 자원봉사자가 상주하며 관람객의 수준이나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설명해주니 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들어도 헷갈린 습지의 생성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 오랜 시간 생물들의 터전이 되어준 낙동강에 대한 해설 등이 따른다.
1~5존에 걸쳐 낙동강 하구의 형성과 특징, 하구 섬 둘러보기, 하구의 먹이망과 서식 중인 생물, 낙동강으로 날아드는 철새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디오라마와 체험기구 등을 구현해놓아 아이들이 큰 흥미를 갖는다. 5개 존을 다 둘러보고 난 후에는 자연스레 관찰대로 연결되어 마련된 망원경을 통해 갈대숲과 새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3월 중순까지는 고니(백조)를 볼 수 있고 4월부터는 여름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특히 고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에코센터로부터 각별한 관리를 받고 있다.
한편 인공습지 주변에 마련된 야외공원은 겨울을 제외한 다른 계절엔 소풍 장소로도 그만이다. 가까이서 철새도 관찰하고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어 에코센터 관람을 더욱 재미있게 해준다. 다만 동식물이 우선시되는 곳임을 감안해 크게 떠들거나 아무데서나 음식을 먹는 등의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