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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 트레킹] 신선과 함께 걷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 경북 문경 선유동천나들길
[비경 트레킹] 신선과 함께 걷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 경북 문경 선유동천나들길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4.1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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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문경] 풍성한 가을걷이가 한창인 황금들판을 가로질러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정신없이 걷다보면 신선이 노닐었음직한 신비로운 계곡을 만난다. 그렇게 만난 아름다운 계곡은 이방인에게 신선처럼 노닐다 가라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경북 문경의 대야산(931m) 동편 기슭에는 신선이 노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아름다운 선유동(仙遊洞) 계곡이 있다. 이 계곡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볼 수 있게 조성한 트레킹 길이 바로 ‘선유동천나들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선유구곡과 온 산을 물들이며 흐드러진 가을단풍까지 볼 수 있으니 가을 걷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있겠는가. 선유동천나들길을 걸으며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두 눈과 가슴에 담아 보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선유동천나들길의 초입.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선유동천나들길의 들머리는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에 있는 운강 이강년기념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의병장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강년 선생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기념관에는 주차장 시설은 물론 화장실과 작은 매점까지 있으니 이곳을 들머리로 삼는 것이 여러 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강년 기념관 앞의 도로 건너편에는 선유동천나들길의 시작점을 표시하는 거대한 표지석과 작은 정자가 서있다. 작은 정자 옆에는 선유동천나들길의 코스가 그려진 그림 안내판이 있는데, 이곳에서 대략이나마 나들길의 전체 코스를 파악하고 걷는 것이 좋다. 나들길 갈림길마다 안내 표지판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아름다운 명승지마다 여지없이 불어대는 개발 바람 때문에 중간 중간 길이 조금씩 끊기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선유동천나들길의 시작 지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들에서 만난 메밀꽃이 여행지를 반겨준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이강년 기념관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길을 나선다. 선유동천나들길의 처음 시작은 작은 천변을 따라 걷는 것으로 시작된다. 천변을 따라 조금 걸으니 나들길이 하천을 가로질러 황금벌판을 따라간다. 올 한 해 농부가 땀으로 가꾼 황금벌판에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황금물결이 출렁인다. 지나는 이 적어 가슴께로 자란 풀숲에서는 가는 늦가을을 아쉬워하는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황금빛이 일렁이는 황금벌판을 따라 걸어가길 15분여. 길은 벌판을 지나 커다란 바위를 끼고 도는 나무 데크 길로 이어진다. 커다란 바위에 뭔가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 같아 잠시 멈춰 바위를 올려다보니 역시나 이름을 새긴 흔적이 보인다. 지나는 이에게 물었더니 대한제국 말기 이곳 가은 지방의 일곱 선비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고 우정을 맹세하고자 이름을 새긴 칠우대란다. 일곱 명 모두 자신의 호에 어리석을 ‘우(愚)’자를 써서 칠우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나라가 기울어져 가는 그 때 그들은 과연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다 다시 길을 나선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선유동천나들길을 걷다보면 가을 향을 밭을 수 있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옥석대에 새겨진 '션유동'.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칠우대를 지나 계곡 옆 나무 데크 길을 타고 걷기를 10분여, 길은 다시 계곡 너머 좁은 길을 따라 계곡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좁은 계곡을 건너다 말고 잠시 맑은 물에 손을 담구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근래에 비가 오지 않아 수량이 적은 계곡이지만 물빛이 참 맑고 깨끗하다. 물고기 몇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다 지나가는 이에 깜짝 놀라며 몸을 돌 뒤에 숨긴다. 그 모습이 우스워 잠시 바라보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걷는 이를 안내하는 나들길 이정표.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선유규곡 중 8곡인 난생뢰.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계곡 옆에 심긴 깻잎의 알싸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사그락 사그락. 계곡 옆에 깔린 황토 흙이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홀로 걷는 이와 함께 걸어준다. 얼마쯤 걸었을까. 계곡이 넓어지며 수십 명이 앉아도 될법한 넓은 바위가 나타난다. 주변에서 전원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께 물었더니 이곳이 선유구곡 중에서도 절경으로 꼽히는 와룡담(臥龍潭)이라고 알려준다. 상류에서 내려온 작은 계곡물이 이곳에서 커다란 못을 이루며 넘실거리는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있는 듯한 형상이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와룡담에 앉아 일렁이는 물살을 바라보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이제 길은 또 다시 계곡을 건너 숲을 따라 이어진다. 적막한 숲을 따라 계곡을 끼고 걸어가니 절경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걷는 이 없는 길을 따라 와룡담에서 15분쯤 올라갔을까. 나들길 옆으로 세심대(洗心臺)라는 이정표가 보여 그쪽으로 내려가 보니 물빛이 푸르른 맑고 아름다운 작은 연못이 날 맞이한다. 과거에 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은 맑고 고운 물이 가득한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닦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세심대 물빛이 고와 한참을 들여다보다 발걸음을 옮겨 상류로 발길을 돌린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선유동천나들길은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길이다.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선유규곡 중 5곡 관란담 앞을 지키고 선 와송. 2014년 11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좁은 계곡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기 10분여. 길은 또 다시 작은 계곡 연못을 건너 계곡 저편으로 건너간다. 커다란 바위를 깎아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다보니 이 작은 연못이 아름답다. 뭔가 이름이 있을 것 같아 살펴보니 좀 떨어진 안내판에 ‘관람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서서히 떨어지는 태양 빛과 울창한 숲속에 숨겨진 작은 계곡 연못의 분위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걷는 이의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든다.

이제 선유동천나들길은 계곡 폭에 따라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면서 걷는 이를 상류지역으로 안내한다. 계곡길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걷는 이의 근심을 알기라도 하듯 걷기 좋게 잘 닦여진 길이 걷는 이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관람단에서 상류로 걷기 시작한지 15분여, 계곡 길은 거기에서 끝나고 수백 명은 앉음직한 널따란 바위가 걷는 이를 맞이한다. 이곳이 선유동천나들길 1코스의 마지막 종착지인 옥석대이다. 옥석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웅장하다. 웅장하지만 또 아름답다.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또한 신비롭다. 웅장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계곡이 바로 옥석대다. 옥석대 한 켠에 한자로 선유동(仙遊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과연 신선이 노닐었다고 해도 믿을만한 절경이다.

선유동천나들길을 걷다 보면 이런 절경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이름이 붙은 명승 계곡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무명(無名) 계곡까지, 어렵게 이곳을 찾아 와준 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라도 쉴 새 없이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길이 바로 선유동천나들길이다. 

INFO. 선유동천나들길
1코스: 운강 이강년기념관-칠우대-백석탄-와룡담-세심대-관람담-옥석대-학천정-주차장
2코스: 운강 이강년기념관-칠우대-백석탄-와룡담-세심대-관람담-옥석대-학천정-무당소-용소암-용추-월영대-주차장

거리: 1코스 4km, 2코스 4.4km 
소요 시간: 1코스 1시간 20분, 2코스 1시간 40분
문의: 문경시청 관광과
주소: 경북 문경시 가은읍 대야로 1683(완장리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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