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일본] 사람들에게 도쿄 이미지를 물어보면 보통은 깔끔하고 단정한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도쿄에도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처럼 사람들로 북적대다 못해 치일 정도로 복잡한 재래시장이 남아 있다. 그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아메야요코초(アメヤ橫丁, 아메야요코시장)’ 시장 거리다. 

아메야요코초(통칭 ‘아메요코’)는 도쿄를 구성하는 행정구역 중 한 곳인 다이토구(台東區)의 우에노(上野) 지역에 있다. 우에노는 우에노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번화가이기 때문에 보통 우에노라고 하면 우에노역 주변을 일컫는다. 아메야요고초는 이 우에노역에서부터 오카치마치(御徒町)역까지 이어진 고가철로 아래 자리 잡은 약 400여m 길이의 좁고 기다란 시장 골목이다. 이 좁은 골목에 농산물, 수산물, 건어물, 과자, 의류, 화장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파는 상점 약 400여 곳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다.

보통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재래시장과 견줘보면 사실 아메요코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메요코의 역사와 이름은 일본의 패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탕이 부족했던 일본에 고구마 당분과 사카린으로 만든 사탕이 크게 유행했는데 그 사탕(あめ, 아메)를 팔던 가게가 이 시장에 200군데 이상 있었고, 한국전쟁 당시 미국(アメリカ, 아메리카)군의 군수물자도 이곳에서 암암리에 거래됐기 때문에 ‘아메야요코(アメヤ橫)’라는 시장이 탄생했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시장에는 아직도 사탕이나 초콜릿 등의 과자 가게가 많고, 세계 각지의 밀리터리용품(군장품)을 취급하는 가게도 남아 있다. 

아메요코 시장은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도쿄에서 값싸고 재미있는 쇼핑이 가능한 데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상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아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 거리다. 그래서 많고 많은 아메요코의 가게 중에서 한번 들러보면 쇼핑의 재미와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가게 몇 곳을 소개해본다.

먼저 과일이 비싼 일본에서 싱싱한 제철과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게 햑카엔(百果園)을 꼽을 수 있다. 햑카엔에서는 통과일은 물론 멜론이나 수박, 파인애플 꼬치 등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해서 팔기 때문에 시장을 구경하며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일 꼬치 가격은 100엔에서 300엔 정도며, 아메요코 안으로 들어와 똑바로 걷다보면 나온다.

다음에 소개할 가게는 매일 줄을 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고기전문음식점 니쿠노오오야마(肉の大山)를 들 수 있다. 이 가게의 간판 메뉴는 1등급 구로게와규(黑毛和牛)를 사용해 만드는 고로케(コロッケ)와 멘치카츠(メンチカツ)이다. 멘치카츠는 고로케와 비슷한데 고기의 비율이 더 많이 들어가 있는 음식이다. 가격은 고로케 50엔, 멘치카츠 100엔. 가격도 저렴하고 맛이 일품이라 많이들 찾는다. 또한 햄버그스테이크, 소고기카레, 일본식 육회, 스테이크 정식 등 고기음식점다운 메뉴도 있다. 식사 메뉴는 500엔에서 1,500엔 정도. 가는 방법은 우에노역 ６번 출구에서　도보 ２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평일에도 긴 줄을 서야하고 다 팔려서 주문할 수 없는 메뉴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세 번째로 소개할 가게는 메이지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140년 전통의 구운 일본과자 가게인 오카노에이센(岡?榮泉) 본점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일본의 전통 빵인 도라야끼(どらやき)와 다이후쿠(大福)라는 일본식 찹쌀떡이 이 가게를 대표하는 인기 메뉴이다. 장소는 오카치마치역 북쪽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각지의 밀리터리용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군장품 전문 상점인 나카다상점(中田商店)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 상점은 일본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 있는 유일무이한 군장품 가게이므로 밀리터리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잠시 들어가서 구경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카마치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아메요코는 아니지만, 우에노를 방문하면 한번쯤은 들러봐야 할 곳도 있다. 바로 우에노의 숲이라고 불리는 우에노온시공원(上野恩賜公園)이다. 우에노온시공원은 일본에서 최초로 지정된 공원 5곳 중 하나로　보통　‘우에노공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공원의　입장료는 무료이고　우에노역에서 바로 공원 입구로 이어져 찾아가기가 쉽다. 

도쿄 시민들의 휴식처인 우에노 공원은 봄철에는 벚꽃놀이의 명당으로, 여름에는 시노바즈이케(不忍池) 연못에서 개화하는 연꽃으로 유명하다. 4월 초?중순의 하나미(花見, 벚꽃놀이) 시즌이 되면 벚꽃놀이 명당을 잡기 위해 며칠씩 텐트를 쳐놓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만개한 벚꽃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인해 공원 전체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며, 7~8월에도 공원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큰 연못인 시노바즈이케에 핀 커다란 연꽃을 보러 오는 가족과 연인들로 공원이 가득 찬다. 

이밖에도 우에노 공원에는　도쿄국립박물관, 국립과학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도쿄도미술관，옛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시타마치(下町) 풍속자료관과 콘서트 홀, 일본 사찰 등이 있고, 일본 최초의 동물원이자, 판다 리리가 일본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우에노 동물원도 자리 잡고 있다. 굳이 이유가 있어 들리지 않더라도 빌딩으로 가득 찬 도쿄에서 숲과 호수를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므로 산책만 즐겨도 충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이라면 우에노 공원에서 필히 방문해야 할 곳이 한 곳 있다. 바로 백제의 왕인 박사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왕인박사기념비이다. 왕인박사기념비는 우에노 공원의 키요미즈(淸水) 관음당 오른 편의 잔디밭 속에 세워져 있다. 기념비 안내판에는 공원 관할 관청인 다이토구 교육위원회 명의로 왕인 박사를 소개하는 글이 한국어, 일본어, 영어의 3개 언어로 실려 있어 일본 속에서 살다간 옛 선조의 흔적을 확인하게 돼 마음이 숙연해진다.

INFO. 아메야요고초는 도쿄의 여러 지하철 노선과 연결돼 있어 교통이 무척 편리하다. 아메요코와 가장 가까운 역은 게이세이선(京成線) 우에노역(京成上野驛)으로서 도보 2분 거리이며, JR우에노역 중앙개찰출구(中央改札口), JR오카치마치역 북쪽 출구(北口), 도쿄메트로 히비야선(日比谷線)과 긴자선(銀座線)우에노역 5B출구도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