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영천]도시에 사는 아이들이라면 평생을 가도 한 번 볼까 말까 한 것이 바로 누에다. 하지만 지금 영천의 ‘누에체험학습관’으로 가면 누에가 자라고 나방이 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단, 누에는 6월과 9월에만 살아있으므로 지금 즉시 서둘러야 한다.
“여기 꼬물꼬물거리는 게 뭔지 아는 어린이?”
“번데기요!” “꼬마 뱀이요.” “아이 징그러.”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의 대답이 가지각색이다. 처음엔 무서워하다가도 금방 재미있어하며 애벌레를 만지작거린다.
“우와~ 말랑말랑해요.”
자그마한 손바닥 위에 애벌레를 올려보기도 하고 친구의 머리 위에 애벌레를 놓고 좋아하기도 한다. 뽕잎 하나를 살짝 들어 올리자 수많은 애벌레가 뽕잎 위를 기어다니며 열심히 잎을 뜯어 먹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애벌레가 잎사귀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이 애벌레가 처음엔 누에씨에서 나왔고, 곧 하얀 털실로 짠 누에고치가 될 것이며, 그 누에고치는 다시 번데기가 되고 결국엔 훨훨 날아다니는 누에나방이 될 것을 말이다.
그 사이 한쪽에서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체험을 하고 있다. 끓는 물에 고치를 넣고 막대기로 휘휘 저으니 고치에서 풀린 실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 실들로 비단을 만든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비단이 뭐지?’ 하는 반응을, 어른들은 ‘그럼 저거 댓 마리 키워서 옷이나 지어 입어야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누에체험학습관은 누에의 일생을 알기 쉽게 가르쳐주고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마을 창고를 새롭게 꾸며 만든 체험관은 소박하지만 실속 있게 꾸며놓았다.
“체험객들은 평소 잘 볼 수 없는 누에를 볼 수 있어서 좋고 우리 농가는 농사 이외에 부가 소득을 얻을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지요. 아직 체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작년엔 1만 명 이상의 체험객이 다녀가는 성과를 거두었지요. 올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누에’ 안에 체험관을 완벽하게 꾸며서 운영할 예정입니다.”
영천양잠조합 조영호 부장의 말처럼 올해 ‘세상에서 가장 큰 누에’의 내부는 확 물갈이될 예정이다. 길이 25m, 높이와 너비가 각 3m 크기로 실제 누에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이 조형물 안에서 실물처럼 그려진 누에의 몸속 기관들이 먹이를 섭취한 뒤 배설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체험이 끝난 후 아이들은 멋진 선물을 하나씩 받아든다. 집에서 누에를 직접 키워볼 수 있도록 한 ‘누에키트’가 바로 그것이다. 키트 안에는 누에 5형제가 뽕잎에 가지런히 몸을 숨기고 있다. 누돌이, 누순이, 누식이…, 아이들은 벌써부터 누에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며 즐거워한다. 오늘 밤 아이들의 잠자리엔 새 식구가 다섯이나 늘어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