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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보 터키댁의 터키 즐기기] 당일치기 터키 시골 마을 구경 체리축제 열리는 데킬다 나들이
[초보 터키댁의 터키 즐기기] 당일치기 터키 시골 마을 구경 체리축제 열리는 데킬다 나들이
  • 김현숙 기자
  • 승인 2008.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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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데킬다에는 매년 6월 첫째 주말에 체리축제가 열린다.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여행스케치=터키]한국에서도 벚꽃놀이가 한창일 4월 초, 체리꽃이 만발했다는 소문을 듣고 데킬다로 향했다. 데킬다는 이스탄불에서 그리스 국경이 있는 북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인구 15만 명의 소도시다. 이스탄불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 거리라 당일치기 코스로도 제격인 곳으로, 체리가 많이 난다. 

라크, 쾨프테, 체리의 마을 데킬다
이스탄불에서 마마라해를 따라가다 보면 여름 휴양지 굼블가즈, 셀림파샤, 실리블리를 지나 데킬다에 다다른다. 여기서 두 시간만 더 가면 그리스 국경. 그래서인지 보수적인 동부의 시골마을보다 한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잔틴 시대부터 그리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던 데킬다에는 1923년 로잔협약에 따라 터키와 그리스가 주민교환을 할 때 이곳에 살던 그리스 사람들이 본국으로 가고 그리스에 살던 무슬림 터키인들이 이주해왔다.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체리꽃 핀 나입 마을 전경.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데킬다의 특산품은 포도를 주원료로 한 40도짜리 터키 국민주 라크, 물 맑고 공기 좋은 언덕에서 방목한 쇠고기, 양고기를 이용해 만든 우리나라 떡갈비와 같은 쾨프테, 그리고 크고 달고 새콤한 체리다. 데킬다에서는 6월 첫째 주 주말에는 체리축제가 열린다. 나입과 바바로아 등 인근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민속춤을 추고 음식을 나눠 먹는 흥겨운 마당이라고 한다. 

터키에서 체리 맛을 볼 수 있는 시기는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4월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눈꽃처럼 흩날리고 나면 콩알만 했던 체리 열매가 뜨거운 햇빛을 받아 점점 빨갛게 되어 새콤달콤한 ‘명품’ 체리가 되는 것이다. 작년에 처음 터키에 와서 먹어본 체리는 한국에서 먹던 맛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품이었다. 제철 가격은 kg당 2리라(1800원)가 채 못 된다.  

터키의 체리는 두 종류다. 제철 과일로 먹는, 지름 3cm도 넘을 정도로 크고 달콤한 키라즈와 잼과 음료의 원료로 쓰이는 새콤한 맛이 강한 손톱만 한 크기의 비스네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앵두가 바로 이 비스네로, 시판하는 잼 종류는 바로 비스네로 만든다. 

치통에는 담배를 피우라고?
체리꽃 구경을 간 데킬다에서 버스를 타고 30~40분쯤 더 가면 쿰바와 바바로스, 나입 마을이 있다. 쿰바는 여름 휴양지, 바바로스는 마마라 섬을 오가는 유람선 선착장, 나입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 체리나무 한 그루씩을 정해 체리 따 먹으러 몰려드는 조그만 마을이다.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카메라만 대면 모델 포즈를 취하는 귀염둥이 칼벤.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마침 목요일 장이 열리는 날이라 10분마다 한 대씩 미니 버스가 있었다. 나입은 목축과 농업이 주업인 조용한 마을이다. 포도넝쿨로 담쟁이를 한 토담집이 이어져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 체리나무를 찾던 우리는 마침 집 앞에 앉아 있던 꼬맹이 칼벤 식구를 만났다. 

“체리나무가 어디 있어요?”
“우리 정원에 많은데요.”

앞장 서는 칼벤과 엄마 그리고 사촌오빠 열일곱 살 무라트와 치통을 앓는 아홉 살 알리, 그리고 이웃에 사는 형제 둘이 뒤따랐다. 체리나무가 있는 칼벤네 정원으로 가는 길에 자그만 마을, 나입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들꽃 핀 언덕에 한가로이 소에게 풀을 먹이는 목동, 다정하게 밭일을 하는 부부, 장을 보러 가는 마을 아낙네들… 아이들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한다. 이건 시금치, 저건 바젤리라는 콩나무, 비닐하우스에 있는 건 오이와 딸기… 길을 걷다가 들꽃을 꺾어 내게도 한 송이 주는 착한 아이들. 

문득 알리가 고모에게 치통을 호소한다.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아래턱이 부어 있다. 가방 안에 든 진통제를 꺼내 줄까 망설이고 있는데 ‘라크를 한 모금 마셔 봐’하고 형인 무라트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자 고모도 거든다.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우연히 물뱀을 잡은 무라트와 아이들. 2008년 6월. 사진 / 김현숙 기자

“글쎄, 담배 한 모금 피워보면 어떨까?”
허걱, 아홉 살짜리 치통을 앓는 아이에게 라크와 담배를 권하다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는 드디어 체리나무 6그루가 있는 무라트의 정원에 도착했다. 체리 꽃잎이 눈꽃처럼 휘날려 바닥에 가득했다.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체리나무가 가득한 과수원은 아니었지만 하얀 체리꽃이 지고 나면 곧 새빨간 체리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릴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무라트는 체리가 익을 6월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래 6월엔 체리를 먹으러 나입 마을에 다시 가야지. 카메라만 들이대면 모델 같은 포즈를 취하던 꼬마 아가씨 칼벤은 얼마나 커 있을까? 라크와 담배로 알리의 이앓이는 고쳤을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체리축제가 열리는 6월에 다시 가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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