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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6월호
[임요희의 소설 속 여행지] 최은미의 '아홉번째 파도', 해안도로 따라가는 삼척 여행
[임요희의 소설 속 여행지] 최은미의 '아홉번째 파도', 해안도로 따라가는 삼척 여행
  • 임요희 여행작가
  • 승인 2020.05.18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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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도시 '척주' 무대 삼은 최은미 장편 '아홉번째 파도'
소설 속 풍경 따라 삼척 해안도로 여행
낭만적인 초곡용굴 촛대바위길과 항구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최은미의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는 동해의 가상도시 '척주'를 무대로 삼았으나 곳곳에 삼척의 실제 지명을 배치했다. 사진은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사진 / 삼척시청

[여행스케치=삼척] 최은미의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는 동해안의 가상도시 ‘척주’를 무대로 이 시대의 첨예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가상도시를 내세웠으나 곳곳에 새천년도로, 하맹방, 오십천, 임원항 같은 삼척의 실제 지명을 배치해 척주가 삼척임을 알아채는 일은 어렵지 않다. 

‘60킬로미터에 가까운 해안선을 갖고 있는 이 도시에서 해안도로는 일부 구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고 싶을 때 다른 곳이 아닌 해안도로로 달려갔다. 기념공원 앞에 차를 세우고 해송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를 걸었다. (…) 가로등과 키가 비슷한 설치대에는 바다와 해를 표현한 깃발이 걸려 있었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는 시의 심벌이었다.’ - 소설 <아홉번째 파도> 中 

저자는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대립, 사이비 종교, 비정규직 처우 등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한편, 자칫 어두워 질 법한 서사에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더했다. 고향인 척주시 보건소 예방의학계에 근무하게 된 약사 송인화. 어느 날 시멘트공장 직원이었던 한 남자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이 일에 어릴 적 의문사한 아버지가 얽혀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는 권력 간의 힘겨루기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최은미의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 표지. 이미지 / 문학동네

강원도 맨 아래, 소박한 도시 삼척
삼척은 강원도 최하단에 자리한 도시다. 북쪽으로 동해, 강릉, 양양, 속초시가 있고, 남쪽으로는 경북 울진과 닿아 있다. 강릉, 평창의 유명세에 밀려있던 삼척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양양 간 150.2㎞ 고속도로가 개통되며 빛을 보고 있다.

삼척 해안도로의 시작점은 증산해수욕장이다. 동해시 추암, 삼척 시내와 인접해 있으며, 해변의 모래 질이 좋아 여름이면 피서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추암 촛대바위는 동해시 소속이지만 삼척 증산해변에서 바로 건너다보여 삼척의 명소로 오해받곤 한다. 

애국가 첫 소절 배경화면 등장하는 길쭉한 암석 기둥이 바로 추암 촛대바위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가볼 만한 곳 10선’에 선정될 만큼 해돋이가 압권이다 보니 추암은 새해 첫날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추암 능파대는 촛대바위 외에도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의 기암괴석이 장관을 연출해 ‘한국의 석림(바위 숲)’으로 통한다. 능파대란 ‘미인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세조 때 도체찰사직을 수행했던 한명회가 붙인 명칭이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는 삼척의 명소로 오해받곤 한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증산해변에 잇닿아 있는 삼척해변은 강릉에서 출발한 코레일 바다열차의 종착지이다. 강릉역, 정동진역, 묵호역, 동해역, 추암역, 삼척해변역까지 총 6개 구간, 53km를 잇는 바다열차는 동해의 절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어 기차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바다가 보이도록 좌석을 배치한 것이 특징으로, 이동이 곧 여행이 된다. 아쉽게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5월 31일까지 운행이 중지되었으며, 상황에 따라 재개할 예정이다.

걸음마다 펼쳐지는 소설 속 풍경
해변을 벗어나 시내로 접어들 무렵 거대한 구조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국내 최대 시멘트 단지인 동양시멘트는 소설 속에서 ‘동진시멘트’로 묘사되는 곳이다. 실제 공간이면서 소설 속 주 무대다. 오십천을 중심으로 아래쪽에는 동양시멘트 단지가, 위쪽에는 삼척 시내가 자리한다. 

‘산 위에서 보면 방파제는 항에서 바다로 뻗어 나간 기다란 나뭇가지 같았다. 가지 중간쯤에 있는 공동 할복장을 지나면 방파제는 본격적으로 테트라포드의 호위를 받으면서 바다로 길을 냈고, 그 끝에는 새빨간 등대가 서 있었다. (…) 부두에서 끝나는 컨베이어 벨트를 거꾸로 따라가면 시멘트 저장 탱크와 소성로, 수송관들이 콘크리트 성처럼 얽힌 시멘트 공장이 나타났다.’

오십천을 따라 하구 쪽으로 내려오면 나타나는 곳이 정라진이다. 작품 속에서 ‘어라진’으로 묘사되는 곳으로 시멘트 하역장과 선착장, 횟집이 풍경을 완성하는 작은 항구다. 소설에서는 동진시멘트가 모든 음모의 출발점이자 악의 소굴로 묘사되지만, 이미지만 차용한 듯하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국내 최대 시멘트 단지인 동양시멘트는 소설 속에서 ‘동진시멘트’로 묘사된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외나무다리가 맹방해변과 덕산해변을 한 줄로 잇는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정라진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만날 수 있는 맹방해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정라진에서 남쪽으로 차를 몰면 맹방해변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실제 지명 중 하나로 해안도로에 바닷물이 튈 정도로 인접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맹방해변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덕산해변이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을 가르는 샛강의 이름이 마읍천이며, 두 해변을 이어주는 작은 섬의 이름은 덕봉산이다. 

덕봉산은 물이 차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산이 되는 독특한 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해 장마가 진 해 양양에 있던 삼 형제 봉우리 가운데 하나가 떠내려와 덕산해변에 걸린 것이라고 한다. 덕봉산 일대에는 경북 영주 무섬다리를 연상케 하는 기다란 외나무다리가 있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이 긴 다리는 덕봉산을 에두르며 맹방해변과 덕산해변을 한 줄로 잇는다. 외나무다리 너머 태백산맥의 준령과 나지막하게 엎드린 마을, 마읍천 푸른 물결이 그림 같은 구도를 만들어 낸다. 

INFO 맹방해변
주소
강원 삼척시 근덕면 하맹방리 12-1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초곡용굴 촛대바위길 입구.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초곡용굴 촛대바위길은 동해 최고의 바다 산책로로 꼽힌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낭만적인 초곡용굴 촛대바위길과 항구
동해시에 추암 촛대바위가 있다면 삼척에는 초곡용굴 촛대바위가 있다.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한 곳이라 하여 용굴이라 불리는 이곳은 추암보다 더 긴 석림과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어 동해 최고의 바다 산책로로 꼽힌다. 데크길(512m)과 출렁다리(56m)를 포함해 총 660m 길이로, 정식 명칭은 초곡용굴 촛대바위길이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1740km)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전 탐방로를 기암괴석이 둘러싸고 있어 극적인 면에서 한 수 위다. 특히 출렁다리 구간에는 투명한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아찔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폭우가 심한 날은 접근이 통제되며, 여름에는 6시 이후 입장을 제한한다. 

초곡용굴 촛대바위길 입구에 해당하는 초곡항은 양양 남애항, 강릉 심곡항과 더불어 강원 3대 미항으로 꼽힌다. 서산 너머 붉게 물든 노을과 바다로 뻗어 나가는 방파제, 작은 어선들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노을과 바다, 작은 어선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초곡항.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삼척해양레일바이크를 이용해 해안 풍경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삼척시청

초곡항은 마라토너 황영조의 고향으로도 유명한데 최근에는 삼척해양레일바이크의 핵심 구간을 형성하면서 많은 여행객을 부르고 있다. 궁촌해변, 초곡터널, 용화터널, 용화정거장 등 5.4km의 구간을 1시간가량 달리는 삼척해양레일바이크는 삼척의 해안 풍경을 가까이서 감상시켜준다. 해변을 따라 펼쳐진 곰솔밭, 기암괴석이 볼 만하며, 루미나리에와 레이저 쇼가 연출되는 환상의 터널은 해저에 들어선 듯 즐거운 착각의 세계로 안내한다. 편도 이용이 원칙으로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구조이다.

해변 감상만으로 아쉽다면 삼척해상케이블카를 이용해 바다 위를 여행해볼 수도 있다. 길이 874m, 고저 차 21m의 삼척해상케이블카에 오르면 장호항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장호항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삼척해상케이블카. 사진 / 여행스케치 DB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매표소와 야외전망대 등을 갖춘 삼척해상케이블카 용화역 전경. 사진 / 여행스케치 DB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소설 속 인물이 주인공과 함께 회를 먹으러 가고 싶어 했던 임원항. 대야에서 헤엄치는 생선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 임요희 여행작가

장호항 남쪽에 자리 잡은 임원항은 소설 속 서상화가 주인공 송인화와 함께 회를 먹으러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다. 실제로도 임원항은 회가 맛있는 포구로 소문이 났다. 30곳 남짓의 횟집이 성업 중이며,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회를 맛볼 수 있다. 수조 아닌 대야에서 헤엄치는 생선을 고르는 재미는 덤이다. 

최상단에 위치한 증산해변에서 남쪽 임원항까지 어느 하나 뺄 곳 없는 삼척. 내륙의 동굴 명소까지 둘러보려면 하루 코스로는 모자라다. 일정이 빠듯하다면 해안 드라이브만으로도 그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다.

INFO 초곡용굴 촛대바위길
주소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 산 1

INFO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이용요금
2인승 일반 2만원, 단체 1만8000원, 4인승 일반 3만원, 단체 2만7000원
운행시간 오전 9시, 10시 30분, 오후 1시, 2시 30분, 4시(둘째ㆍ넷째 수요일 휴관)
주소 강원 삼척시 근덕면 공양왕길 2(궁촌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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