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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세계 유일 여행지 02] 북한까지 불과 300m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DMZ
[세계 유일 여행지 02] 북한까지 불과 300m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DMZ
  • 조정원 기자
  • 승인 2012.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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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여행스케치=철원]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이다.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오직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는 땅이 있다. 바로 분단국가의 경계, DMZ이다.  

철원터미널에 내리니 자그마한 대합실로 앳된 얼굴의 건장한 군인들이 드나들고, 밖엔 얼룩덜룩 군용품을 파는 가게가 자리해 DMZ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음이 실감 난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 많아 취재하기 힘들 텐데요.”

“허가를 받으려면 최소한 2~3주는 기다리셔야 합니다.”

취재 전 섭외부터 쉽지가 않았다. 국가기관, 지자체, 여행사 등 DMZ 안보를 테마로 한 여행은 꽤 많지만 취재라고 하면 문제는 180도 달라진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무감각해지다 못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것이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철의삼각전적관 전경. 전적관 내 통일관에서 현재 북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DMZ(demilitarized zone)는 말 그대로 무장을 하지 않은 비무장지대, 즉 평화의 공간을 의미한다. 임진강 하구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총 248km의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각 2km, 약 907㎢에 이른다. 평화의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허가 없이는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경기도 연천·파주, 강원도 철원·고성·양구 등 일부 제한된 코스의 DMZ만 방문할 수 있을 뿐이다.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한때 방문객 수가 줄기도 했지만, 여전히 미지의 땅을 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이번 취재엔 (주)DMZ철원평화관광의 협조를 받아 철원 DMZ 안보 투어에 동행했다. 하지만 역시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에서는 절대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는 조건이 붙었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철의삼각전적관 앞마당엔 한국전쟁 당시 사용했던 항공기와 전투기가 전시되어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철원 DMZ 안보 관광은 철의삼각전적관에서부터 시작된다. 1층 관광사업소에서 당일 신청을 하면 정해진 시간에 단체로 DMZ를 방문할 수 있다. 특별히 관광객이 많은 주말에는 반드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철의삼각전적관 내에 있는 통일관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통일 정책에 관한 자료를 비롯해 북한에서 사용하는 지폐, 우표, 술, 그릇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조금은 촌스러운 모양이지만 한글로 쓰여 있기 때문일까, 제법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1층에서 DMZ 안보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출발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이윽고 셔틀버스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DMZ 투어가 시작된다.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고 군용차와 군 방어벽이 자주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민통선을 넘는다.

“논이 많이 보이시죠? 철원은 쌀로도 유명한데 그 이유는 화강암, 현무암, 진흙이 고루 층을 이루어 벼농사를 짓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김일성이 철원평야를 그렇게 빼앗고 싶어했지요.”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철원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의 DMZ.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유옥희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 그런데 특이하게도 계속 논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일변한다. 이곳에서부터 바로 지뢰밭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숲 둘레에 친 철조망과 ‘지뢰’라고 적힌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약 100만 개의 지뢰가 하늘에서 쏟아졌는데, 아직도 제거하지 못한 지뢰가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이다. 실제로 1997년에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땐 여기저기 떠내려간 지뢰로 인명 피해가 나기도 했다. 야트막한 산과 논 위에 띄엄띄엄 숫자가 새겨진 커다란 주황색 표지판도 눈에 띈다. 이는 남과 북의 경계선을 알리는 하늘의 표지판이란다. 약 200m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데 하늘에서 보면 붉은 띠처럼 보인다고. 비행을 하면서 이를 보고 남북의 경계를 구분하는데, 이 경계선을 넘으면 바로 조준 사격을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눈길 닿는 곳곳마다 생경하고, 무시무시하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모노레일을 타면 2~3분 만에 전망대에 도착한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첫 번째 목적지는 제2땅굴이다. 북한이 기습 작전을 목적으로 비무장지대에 땅굴을 파놓았는데, 제1땅굴은 경기도 연천, 제3땅굴은 경기도 파주, 제4땅굴은 강원도 양구, 그리고 제2땅굴은 바로 이곳 강원도 철원에서 발견되었다. 제2땅굴은 북한에서 군사분계선까지 2400m, 군사분계선에서 남한까지 다시 1100m 길이를 파 내려왔다. 1973년 최전방에서 경계 근무를 하던 초병이 땅속에서 작은 폭음 소리를 들어 그 후 총 45개의 시추공을 뚫었는데, 그중 7개가 땅굴을 관통해 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땅굴 입구에는 당시 전사한 8명의 장병을 위한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장병들이 나눠주는 안전모를 쓰고 한 계단 한 계단 땅굴을 내려간다. 앞뒤로 끊임없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데도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마저 차갑다. 촬영이 금지되어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곳곳에 시추공으로 뚫었던 반원기둥 모양의 흔적까지 생생히 남아 있다. 

“이곳으로부터 300m 북쪽에는 군사분계선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20분 남짓 땅굴을 걸어 내려가니 육중한 철문이 가로막는다.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진짜 마지막 한계선이다. 300m. 철문 사이로 땅굴은 계속 이어지는데, 발을 뗄 수가 없다. 걸어서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일 테지만 지난 60년간 굳게 닫힌,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닫혀 있을지 기약조차 없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사람들은 ‘통일 염원 및 성취 우물’에 하나둘 동전을 던지며 통일을 기원한다. 내일모레면 일흔이라는 한 할머니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자신도 이렇게 북한이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데, 북이 고향이거나 가족과 헤어진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말소리에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있다. 땅굴은 왕복 40여 분이 소요되는데, 계단을 오르내리고 젖어 있는 땅을 걸어야 하므로 편한 신발을 신고 가는 것이 좋겠다. 

다음 목적지는 북한 땅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철원평화전망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전망대에 도착하니 통유리를 통해 비무장지대가 훤히 눈에 들어온다. 60여 년 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그야말로 이곳은 청정 그 자체. 늦가을의 단풍이 마지막 사력을 다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이곳 역시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다. 전체적인 풍경은 촬영이 가능하지만, 군 초소를 비롯해 군사분계선의 접근 촬영은 금지된다. 


“그렇게 사진 찍다 총알 날아와요. 우리 다 위험할 수 있으니 사진은 적당히 찍고 이곳에 와보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일 텐데 직접 눈으로 담아보세요.”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가깝고도 먼 DMZ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멀찍이 서서 전체적인 비무장지대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백발의 김태호 할아버지께서 농담 반 진담 반 웃으며 한마디 건넨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조금 더 가까이 난간에 다가가 북쪽을 바라본다. 열흘간 24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는 백마고지, 너무 많은 전사자가 생겨 비가 올 때마다 핏물이 흘렀다는 피의 능선 등 글로만 배운 역사의 현장들이다. 흐릿한 날씨임에도 이리 선명하게 보이는데 화창하게 맑은 날엔 오죽할까. 그야말로 손을 뻗으면 누군가 손을 마주 잡아줄 것 같은 가까운 거리이다. 비무장지대 안에는 후고구려 당시 궁예가 세운 궁예 성곽도 자리하고 있다. 접근할 수 없어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전체적인 모습을 평화전망대에서 모형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코스는 서울에서 북한 원산까지 철마가 달리던 경원선 정거장, 월정리역이다. 녹이 슬어 월정리라고 쓴 글씨조차 희미해진 옛 이정표 옆으로 ‘철마는 달리고싶다’라는 말끔한 표지판이 서 있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진 전차도 철로 위에 그대로 멈춰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전망대에는 자그마한 교회, 성당과 사찰도 있다. 2012년 12월 사진 / 조정원 기자

“사실 리포트 때문에 왔는데, 둘러보고 나니 마음이 무겁네요. 굵직한 사건들이 터질 때만 관심 갖다가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하는데, 저부터 관심을 갖는 것이 시작인 것 같아요.”
대학생 김주희 씨가 DMZ 투어에 대한 소감을 밝힌다. 

철원엔 지금 겨울을 맞아 한창 철새가 날아들고 있다. 새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사람들도 허가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철조망 없는 관광지가 될 날을 기다려본다.  

INFO. 철원 DMZ 안보 투어
인터넷으로 예약하거나 여행 당일 철의삼각전적관 관광사업소 1층에서 신청하면 정해진 시간(11~2월 9:30, 10:30, 13:00, 14:00, 3~10월 9:30, 10:30, 13:00, 14:30)에 DMZ 안보 여행을 할 수 있다. 평일엔 허가를 받은 후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들어갈 수 있지만 주말엔 반드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매주 화요일 휴무. 
요금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Tip. 기타 DMZ 관광
철원 외에도 경기도 파주·연천, 강원도 양구·고성에서 DMZ를 견학할 수 있다. DMZ관광주식회사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어른 5만원, 어린이 4만원 내외. 

국가정보원 홈페이지를 통해 판문점 견학을 신청할 수 있다. 단, 방문하고자 하는 날로부터 최소 60일 전에 신청해야 하고, 30명 이상, 45명 이하의 단체 관람만 가능하다. 인터넷 신청 후 명단, 주민등록등본, 견학자 준수 사항 등의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접수하면 견학 가능한 날짜를 통보해준다. 견학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DMZ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경기도 김포, 고양, 파주, 연천을 잇는 평화누리길이 대표적이고,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둘레길, 소지섭길, 10년 장생길도 있다. 펀치볼둘레길은 3일 전에 예약하면 1일 2회 정해진 시간(9:00, 14:00)에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할 수 있다. 소지섭길은 평일에는 하루 전 13시, 주말에는 금요일 13시 전에 예약해야 한다. 10년 장생길은 30인 이상의 단체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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