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 포천] 겨울 여행의 빠질 수 없는 재미가 바로 눈 구경, 얼음 구경이다. 하지만 멀리 가자니 기름값이며 숙소 잡을 걱정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이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백운계곡을 만날 수 있다.
백운계곡 국민관광지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우뚝우뚝 솟아 있는 얼음기둥에 시선이 꽂힌다. 계곡을 따라 도열한 60개의 얼음기둥이 빚어낸 한겨울 풍경이 가히 장관이다. 마치 겹겹이 얼음산 봉우리들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계곡의 알싸한 공기는 강원도 못지않게 차다. 불과 서울에서 1시간 남짓 달려왔을 뿐인데 확연하게 온도차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렇게 제대로 된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든다.
“여기가 강원도와 경계를 이루는 경기도 최북단이잖아요. 게다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겨울철 체감온도가 서울보다 10℃는 낮을 겁니다.”
한 포천 주민은 강원도 못지않은 겨울 풍경이 좋아 종종 백운계곡을 찾는다고 한다. 여름철 시원한 바람, 깨끗한 계곡물 덕에 많은 이들이 찾았던 백운계곡은 이렇게 겨울까지 그 인기가 쭉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 백운계곡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동장군축제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계곡 아래 얼음 구멍을 뚫어 송어를 잡고,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고, 눈 동산에서 토끼몰이를 하는 등 다양한 체험이 펼쳐진다. 또한 얼음기둥뿐만 아니라 이글루, 얼음정자 등 거대한 얼음조각까지 전시되어 겨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올해 축제는 1월 31일에 끝을 맺으니 ‘풍경’이 아닌 ‘체험’에 무게를 둔다면 서둘러 채비를 해야겠다.
국민관광지에서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백운산 등반로다. 길을 따라 5분쯤 오르면 왼쪽으로 흥룡사가 보인다. 고려 태조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흥룡사는 세종대왕의 친필 문서가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산길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북적이는 탓에 사찰 안은 생기가 넘친다. 그러고 보니 등산로를 시작하는 사람도, 끝내는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자리다.
절을 나와 등산로를 따라 계속해서 오르면 백운산 곳곳에서 개성 있는 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계곡의 길이가 장장 10km에 이르는 만큼 광암정, 학소대, 선유담, 금광폭포 등 빼어난 절경을 굽이굽이 품고 있다.
백운계곡의 발원지인 백운산은 산세가 가파르지 않고 아기자기해서 초보자가 오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흥룡사에서 시작해 약수터를 지나 금강폭포, 백운폭포, 선녀탕의 절경을 감상하고 흥룡사로 내려오는 코스와 반대편 광덕고개에서 출발해 우측 능선을 타고 백운골을 거쳐 흥룡사로 내려오는 3시간 30분 코스가 보편적이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흥룡사에서 끝을 맺으니 국민관광지 앞에 조성된 이동갈비촌에서 든든한 ‘포천의 맛’으로 산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