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서울] 슬렁슬렁 둘러보곤 “볼 것 없다”고 투덜거리지 말 것! 가만가만 들여다볼수록 놀라운 생태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곳이 습지다. 지난 9월, 청계천 하류에 생태습지원이 문을 열었다. 도심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알찬 생태탐방을 꾸릴 수 있다.
지하철 마장역을 나오니 여느 도심과 다름없는 풍경이다. 자동차들이 매캐한 연기를 뿜으며 아스팔트 길 위를 바쁘게 달려간다. 대로변 인도를 따라 생태습지원으로 향한다. 이런 도심 한복판, 어디 쯤에 습지가 있다는 걸까?
의문을 품고 10분 쯤 걷다가 ‘청계천 생태교실’이라는 팻말을 만났다. 아래쪽으로 연결된 계단을 딛고 성큼성큼 내려갔더니, 일순 눈이 시원해진다. 청계천 하류다. 하천 위에 청둥오리들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었고, 살랑살랑 자연 바람에 냇버들이 춤을 춘다. 담쟁이가 감싼 교각은 그 자체로 멋스러운 나무가 되고, 고추잠자리가 여기저기에서 쉴 새없이 날아든다.
최근 서울시가 생태관광명소 30곳을 발표했는데, 홍릉수목원, 백사실계곡을 비롯해 청계천 하류가 함께 선정되었다. 특히 청계천 하류의 생태계 종은 복원 전에 비해 무려 6배나 증가했을 만큼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청계천 하류를 탐방하는 ‘생태탐방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작년만 해도 3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식물 종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하천이 깨끗해져서 식물들이 많이 살게 된 거예요.”
마침 청계천을 둘러보는 생태탐방교실을 운영 중이라 아이들 틈에 슬쩍 끼었다.
“맞아요. 하천이 깨끗해지면 물고기가 많아지고, 물고기가 많아지면 먹잇감을 찾아오는 새들도 많아지겠죠? 여기 무리를 짓고 있는 새들이 청둥오리예요. 청계천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철새들이 살고 있답니다.”
청계천 하류에서 시작한 ‘생태탐방’이 생태습지원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문을 연 생태습지원은 청계천에서 물을 끌어와 천천히 흐르게 한 후에 다시 청계천으로 빠져나가게 한 인공습지이다. 그리 넓지 않은 2100㎡의 규모이지만, 수변 생물들이 하천과 습지를 번갈아 드나들며 그에 맞는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더불어 탐방객들은 하천과 습지를 비교하며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아까 하천에서 보았던 생물들에 어떤 것들이 있었죠?”
“오리하고, 또… 이팝나무요!”
“그럼 여기 습지에서 보이는 것을 한번 말해볼까요?”
“잠자리도 많고, 소금쟁이도 있어요.”
“맞아요. 아까 탐방한 곳은 유속이 빠른 하천이고, 여기는 유속이 느린 습지예요. 환경이 다르니까 살고 있는 생물들도 약간씩 다르겠죠? 이제 습지 식물을 관찰해볼게요. 여기에 ‘마름’ 식물은 잎자루에 둥글게 부푼 공기주머니가 있어서 물속에서도 숨을 쉰답니다. 습지 속의 뿌리는 미생물이 많이 달라붙어 있어서 땅을 정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아이들은 생태해설사와 함께 습지에 조성된 수생식물원, 밀원식물원, 양서파충류원, 잠자리습지원에서 하천 생물과 습지 생물의 차이점을 익혔다. 지그재그로 놓인 데크를 따라 습지를 천천히 걷다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꽃, 풀, 새들이 어느새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