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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숨은 여행지 찾기] 노랫가락에 녹아든 우리네 삶,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숨은 여행지 찾기] 노랫가락에 녹아든 우리네 삶, 서울우리소리박물관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1.10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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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개관한 국내 첫 민요 전문 박물관
한옥카페 연상케 하는 음원감상실과 전시실 갖춰
향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 예정
사진 / 조아영 기자
국내 첫 민요 전문 박물관인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얼쑤! 우리 민족의 삶과 얼이 담긴 우리 소리, 이번에 내리시면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 있습니다” 빌딩 숲 사이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창덕궁.서울돈화문국악당’ 정류장에 닿자 흥겨운 추임새와 함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하차 후 곧장 뻗은 길을 따라 3분 남짓 걸어가면 반듯한 한옥 건물 하나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우리의 소리 ‘향토민요’를 담은 귀한 공간,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다. 

창덕궁 돈화문 맞은편에 둥지를 튼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국내 첫 민요 전문 박물관이다. 한반도의 139개 시ㆍ군, 904개 마을을 찾아 채록한 2만 여 곡의 향토민요 관련 음원과 5700여 점의 악기와 음반이 지상 1층부터 지하 2층까지 알차게 채워져 있어 민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그 흥취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오랜 세월 서민과 함께한 노래
고즈넉한 정취가 묻어나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음원감상실이 방문객을 반긴다. 아늑한 한옥 카페를 연상케 하는 음원감상실은 창덕궁을 향해 탁 트인 창가에 앉아 민요와의 담을 허물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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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민요를 접할 수 있는 음원감상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터치스크린을 통해 지역별로 인기를 얻은 민요를 청취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좌석마다 마련된 헤드폰을 쓰고 탁자의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각 지역에서 인기를 끈 ‘민요 TOP 3’와 지역별 ‘토리’를 골라 들을 수 있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토리는 지역 특성을 담은 민요를 이르는 것. 말의 지역 특성을 사투리라 부르듯 말을 길게 해서 만든 민요 역시 고장마다 달라 색다른 재미를 준다.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로 시작하는 창부타령 토리 ‘늴리리야’로 흥을 돋우고, 영남 지방의 대표 민요인 ‘쾌지나 칭칭 나네’등 친숙한 노래를 듣다 보면 점차 다른 민요까지 궁금해진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민요를 접해본 어른들은 신명 나는 장단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어린이들도 헤드폰에 손을 꼭 갖다 댄 채 집중하며 눈을 반짝인다. 

조누리 서울시 학예연구사는 “음원감상실은 민요가 낯선 세대와 우리 소리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라며 “인근 창덕궁에서 조선의 궁궐 문화를 경험했다면 우리소리박물관에서는 민요를 통해 서민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음원감상실을 벗어나면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에 관한 전시가 이어진다. 구성진 노랫가락을 음미하며 발걸음을 옮기자 복도에 마련된 AR 체험 공간이 눈길을 끈다. 곁에 비치된 AR 기기를 들고 자연 풍경이 그려진 벽을 비추니 꿩과 매미 등 동물, 곤충 이미지가 나타난다. 각 이미지를 누르면 동물과 곤충을 소재로 삼은 민요를 들을 수 있어 흥미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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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자리한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서울우리소리박물관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96 

삶을 매만졌던 가락, 역사가 되다
관람 동선은 상설전시실이 자리한 지하 1층으로 이어진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 벽면에는 흑백사진이 그득하게 붙어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춰 세운다. 1990년대 민요 채집에 참가했던 가창자들을 담은 사진으로, 당시 농어촌 풍경이 생생하게 박제되어 있다. 평범한 모습을 한 이들이 논밭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노래는 이제 귀중한 자료가 되어 역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상설전시실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만나는 로비 공간 또한 색다르다. 로비에 마련된 키오스크를 통해 민요를 들어보고, 노랫말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 간단한 질문에 차례로 답하면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권해주는 ‘우리소리 테라피’도 함께 체험해볼 수 있다. 우리 소리에 담긴 ‘문순득 표류기’와 ‘설문대 할망 이야기’는 개그우먼 김신영이 낭독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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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에 숨은 이야기 등을 볼 수 있는 키오스크.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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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농사 과정은 인터랙티브 터치 기법을 활용한 벽면을 만지면 각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로비에서 왼편으로 걸음을 옮기면 이내 상설전시실에 닿게 된다. ‘우리소리로 살다’라는 주제로 구성된 상설전은 일ㆍ놀이ㆍ의례와 위로ㆍ우리소리의 미래 등 총 4가지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테마이자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일과 우리소리’ 섹션은 집을 비롯해 강과 바다, 들녘에 울려 퍼졌던 우리 소리를 다룬다. 각 코너에 비치된 컵 스피커를 귀에 대면 선명한 음원 청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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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를 즐길 때 불렀던 민요를 모은 놀이와 우리소리 섹션.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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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를 재현한 실감 나는 조이트로프는 어린이에게 인기가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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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SP음반. 사진 / 조아영 기자

일상에서 기본이 되는 공간인 집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소리부터 ‘자장 자장 우리 애기 잘도 잔다’는 후렴구가 익숙한 자장가, 아낙네들이 줌치(주머니)를 만들며 불렀던 소리까지 정겨운 순간이 녹아 있다. 한 해 농사 과정을 담은 섹션은 인터랙티브 터치 기법을 활용해 벽면을 만지면 각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되며, 물 푸는 소리, 모심는 소리 등 노동의 고됨을 덜어줬던 민요를 함께 들을 수 있다. 

강강술래 등 유희를 즐길 때 불렀던 민요가 한데 모여 있는 ‘놀이와 우리소리’ 섹션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우리 장단을 리듬 게임에 접목한 터치 게임, 퀴즈를 80% 이상 맞추면 돌아가는 착시 애니메이션 모형(조이트로프) 등이 마련되어 있어 걸음걸음마다 흥미를 자극한다. 이 외에도 상설전시실에서는 망자의 영혼을 달래고 가족을 위로했던 장례 관련 민요, ‘아리랑’과 같은 향토민요가 대중화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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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감상실 앞 복도에서는 LP음반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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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하며 자연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감상실. 사진 / 조아영 기자

더욱 풍부한 소리를 담은 두 공간
지하 2층에는 우리나라의 사계절 풍경을 감상하며 폭넓은 자연의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감상실이 마련되어 있다. 푹신한 빈백 의자에 몸을 묻은 채 활강하는 새들의 지저귐과 밭을 가는 소리,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 등 도심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속삭임을 들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관람 동선 끝자락에 자리해 지친 발걸음을 달래기도 좋고, 메마른 내면까지 촉촉하게 적실 수 있다.

1층 별관에 구성된 ‘우리소리 아카이브’에서도 또 다른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상설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민요 음원을 보존하는 공간으로, 내부에 개인 감상실을 따로 갖추고 있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우리 소리와 함께할 수 있다. 아카이브 한편에는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통해 수집한 향토민요와 당시 사용되었던 녹음 장비, 답사 노트, 원고 등도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1층 별관에 구성된 우리소리 아카이브.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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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민요 음원을 찾고 들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취재 당시 쓰였던 녹음 장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한편,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서는 차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우리 소리와 우리 놀이’, 국악기를 제작해보고 실습할 수 있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내가 만드는 소리’를 비롯해 가족 단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흥겨운 국악로 나들이’, 외국인 대상 ‘소리로 이해하는 Korea’ 등이다. 

어린아이를 곤히 잠들게 하다가도 삶의 무게에 지친 어깨를 덩실덩실 춤추게 만드는 우리의 민요. 단순한 장단과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가락 속에 녹아 있는 것은 지난날과 현재를 아우르는 ‘세상살이’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주변 여행 정보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 사진 / 조아영 기자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 사진 / 조아영 기자

창덕궁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의 궁궐. 정문인 돈화문을 지나면 궐내각사, 인정전, 대조전, 낙선재 등이 차례로 자리하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왕실 정원으로 꼽히는 후원은 사전 예약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국악 전문 공연장인 서울돈화문국악당. 사진 / 조아영 기자
국악 전문 공연장인 서울돈화문국악당. 사진 / 조아영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
창덕궁 맞은편에 자리한 국악 전문 공연장. 한옥과 현대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공연장에서는 자연 음향으로 국악을 감상할 수 있다. 실내 공연장과 국악마당을 갖추고 있으며, 자체 기획ㆍ제작 공연을 비롯해 민간 공연예술 단체와의 협업을 통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102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이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이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사진 / 조아영 기자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1970년대 건물과 한옥, 현대식 통유리 건물이 한데 어우러진 미술관. 기획 전시장 언더그라운드 인 스페이스에서는 오는 3월까지 도자 설치 작가 백진의 개인전 ‘파편(Fragment)’을 개최한다.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도 건물 내 자리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익선동 한옥거리. 사진 / 조아영 기자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익선동 한옥거리. 사진 / 조아영 기자

익선동 한옥거리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옥거리. 조선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로 평가받는 정세권 선생이 일본식 건물 대신 근대식 한옥을 지어 만든 작은 마을이다. 좁은 골목 사이 한옥을 개조해 만든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여행자의 마음을 사고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익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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