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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시티투어버스 타고 바다로!] 6000원에 에메랄드 바다를 품다, 삼척시티투어 명품 바다의 ‘좋은 예’는 바로 이것! 
[시티투어버스 타고 바다로!] 6000원에 에메랄드 바다를 품다, 삼척시티투어 명품 바다의 ‘좋은 예’는 바로 이것! 
  • 송수영 기자
  • 승인 2010.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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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에메랄드빛 바다를 즐기는 관광객들.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삼척] 같은 동해이면서도 속초나 강릉, 동해 등에 비해 저평가되어 온 삼척. 화려한 리조트나 물놀이 시설은 부족하지만, 덕분에 아직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에머랄드빛 바다가 살아 있다. 에메랄드 바다를 하루 종일 실컷 구경하는 삼척 시티투어버스로 GO GO!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천금과도 같은 금메달을 선사한 마라토너 황영조의 고향이 바로 삼척이다. 삼척 사람들 말로는 황영조가 궁촌 초곡이라는 작은 바닷가를 달리며 세계적인 마라토너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필시 거센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살에 맞서며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는 고된 훈련이었을 테지만, 그래도 왠지 아주 안쓰럽게만 느껴지지 않는(!) 한 가닥 이유는 그가 곁에 두고 달렸을 고향의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원래 동해 바다야 ‘명품’으로 알아주지만 찾을 때마다, 그리고 보는 시간마다 시시각각 다른 빛깔로 유혹하는 데야 매번 다른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전미자 문화해설사의 속초 자랑은 계속 이어진다. 사진 / 송수영 기자

그 바다에 바싹 붙어 나 있는 새천년도로를 자동차 광고라도 찍는 기분으로 드라이브해도 좋겠지만, 차를 몰다 보면 운전에 집중하느라 감상은 무리일 터. 그런 점에서‘시티버스’가 편하고 좋다. 

삼척의 시티버스는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한다. 매일 운행하는 것은 아니고,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행한다(단, 여름 성수기 철인 7월 26일~8월 10일은 매일 운행). 대금굴 코스와 해신당 코스 두 가지이다. 요사이 대금굴이 최고 인기 상종가인 탓에 따로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고도 시티버스를 타면 입장이 가능한 대금굴 코스는 덩달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해신당은 바다를 가까이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두 코스 모두 출발점은 죽서루이다. 아침 10시 10분에 투어가 시작되니 그 전에 도착해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인터넷 사전 예약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탑승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특히 성수기 등 사람이 몰릴 때는 아침 7시부터 긴 줄을 서는 일도 있다고 한다. 미리 주의하길! 또한 죽서루는 따로 안내를 하지 않으므로 조금 일찍 가서 미리 둘러보면 좋겠다. 

바다를 감상하는 해신당 코스는 죽서루에서 출발하여 인근 엑스포타운을 구경한 뒤 삼척역에서 11시 50분에 도착하는 바다열차의 승객을 태우고 수로부인공원-새천년도로-정라항-해신당공원으로 일정을 진행한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천혜의 바다 풍경, 해신당공원. 사진 / 송수영 기자

바다열차 승객들은 낭만의 바다열차를 즐기다 다시 편안하게 해신당의 바다까지 직접 연계해서 구경할 수 있으니 꽤 괜찮은 일이다(그러나 6월 중순부터 해양레일바이크 일정이 추가되면 바다열차 왕복편 이용자는 탑승이 힘들다). 

알음알음 알려진 덕분인지 따로 목소리 높여 알리지 않는데도 삼척역 앞에 서 있는 시티버스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세 자매 가족이 단합하여 여행을 왔다는 한 무리는 이번이 두 번째 탑승이라며 버스에 타면서 벌써 반가운 기색을 한다. 

강릉에서 영어강사를 한다는 방주리 씨도 함께 일하는 외국인 선생님과 바다열차 여행을 계획하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고 타보게 되었다며 기대에 찬 모습이다. 이들을 싣고 잠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삼척항 쪽으로 내달린다. 

“새천년도로는 밀레니엄, 새천년에 만들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까지 4.6km나 되는데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될 정도로 풍취가 좋습니다.”
시티버스가 처음 생긴 4년 전부터 여행객들에게 속초를 안내하는 베테랑 문화해설사 전미자 씨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까부터 차 안엔 “우와, 바다 색깔 봐”, “어쩜 저렇게 예뻐”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꽃망울처럼 툭툭 터져나온다.

“자, 이제 앞으로 가실 해신당공원에 대해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그 지역은 예로부터 남근숭배민속이 전래되어 나무로 만든 남근을 깎아 매년 제사를 지내는 해신당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슬픈 전설이 하나 내려오는데요, 아주 오랜 옛날에 가뭄이 심하게 들어 먹을 게 떨어지자 동네 처녀 애랑이 돌섬으로 해초를 따러 나갔더랍니다. 

사진 / 송수영 기자
고즈넉한 항구 풍경, 정라항. 사진 / 송수영 기자

가기 전에 혼인을 약속한 애인 덕배에게 해가 기울면 배를 타고 데리러 오라고 당부했지요. 그런데 심한 풍랑이 일어 결국 덕배가 배를 띄울 수 없었다네요. 결국 애랑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울부짖으며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더랍니다. 이를 처녀의 원혼 때문이라 여긴 마을 사람들이 애랑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제사를 올렸지요. 해신당공원엔 그런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 국내 유명 작가들이 조각한 대형 남근조각상이 있습니다. 

특이하게 벤치 같은 조형물도 남근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많이 앉아보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여기 해신당 앞 바다가 정말 끝내줍니다. 여기 평생 이곳에 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바다 색깔입니다. 잘 한번 보세요.”
‘경망스럽게 야외공원에 19금 조각이라니….’

전미자 해설사의 귀띔으로는 아이들 보기 남우새스러워서 일부러 이 코스를 피한다는 이들도 있다는데, 실제로 보면 백주 대낮에 오히려 거리낌없이 늘어서 있는 조각은 그냥 조각의 감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전미자 해설사의 말 그대로 ‘바다’이다. 공원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바다로 연결되는데, 오미조밀 기암괴석과 진짜 에머랄드보다 더 예쁜 바다가 숨어 있다. 바다를 보는 순간 갑자기 약속된 1시간의 자유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바지를 걷고 아까부터 한창 물장난에 한창인 아이들을 보니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와, 와보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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