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완주] 우리 아이가 이웃집 어항을 톡톡 치면서 금붕어와 놀고 있다면, 물고기 체험에 흥미를 느낄 확률 100%이다. 물고기 먹이를 주고, 뜰채로 건지고, 구멍 속에서 낚는 재미까지 맛보면서 신나는 여름방학의 시작을 열어보자.
“난 검은 금붕어 잡을래!” “난 빨간 금붕어!”
“어어, 앗 놓쳤어!”
“뜰채를 기울이지 말고 이렇게 세워서 해볼까?”
“히잉~ 자꾸만 물고기가 도망가잖아.”
“이렇게 물고기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살살살 해야지. 자, 다시 해보자!”
“어어어…, 앗 잡았다! 우하하!”
7살 지수의 입이 귀에 걸렸다. 체험장 안을 유유히 수영하는 새끼 금붕어를 국자 모양 뜰채로 건져 올리는 ‘신개념 뜰채 낚시’에 성공한 것이다. 금붕어의 수영 방향을 예측해서 재빨리 건져 올리는 게 관건인데, 오히려 ‘낚시 좀 해봤다’는 아빠의 솜씨가 영 형편없다. 엄마의 코치에 힘입어 오늘은 지수가 우리 가족 1등 낚시꾼이다.
화창한 ‘놀토’ 아침부터 가족들로 시끌벅적한 이곳은 전북 완주 물고기마을 생태체험학습장이다. 본래 농지였던 마을에 20년 전부터 하나둘 양어장이 들어서 지금은 12농가 28만㎡ 규모가 됐다. 60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이 키운 관상어가 우리나라 내수시장의 80%를 차지한다니, 우리나라 물고기란 물고기는 이곳에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다양하고 희귀한 물고기들로 아이들의 체험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이는 물고기마을 생태체험학습장의 류병덕 대표이다. 처음엔 “양어장만 해도 먹고사는데 쓸데없는 짓하는 것 아니냐”며 만류하던 마을 주민들도 이젠 연간 10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체험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성과로 인해 류 대표는 재작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최우수 신지식인’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얼마 전 여그서 개발한 검은 잉어 ‘블랙엔젤’도 수족관에 전시하고 있지요. 마을 사람이나 저나 겁나게 아끼는 물고기랑게요. 토종잉어랑 비단잉어랑 300번 넘게 교배해서 세계에서 최초로 얻은 신품종이니께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뿐만 아니라 평소에 보기 힘든 해외 물고기도 겁나게 많고요. 그라니께 여기는 물고기를 ‘체험하는’ 재미도 있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하더만요.”
200여 종 250만 마리 물고기가 자란다니 그 수도 방대하지만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금붕어, 비단잉어, 향어 등을 비롯해 네 발이 달린 우파루파, 속살이 투명한 글라스 캣, 이빨이 있는 육식성 피라니아까지 듣도 보도 못한 물고기들이 실내 수족관에서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다. 이런 물고기들은 한 마리에 천원부터 수천 만원에 이르기까지 몸값도 천차만별이다.
“우와~ 이 물고기엔 발이 달렸어. 물고기도 걸어다니네!”
“물고기가 투명하다! 뼈가 다 보여요!”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들은 처음 보는 희귀한 물고기 앞에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다. 어항 속의 금붕어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다양한 생태를 눈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수족관 밖의 야외 체험장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1만6000㎡ 규모에 뗏목체험장, 물고기잡기체험장, 가족낚시체험장, 부화장 등을 갖추어 마음에 드는 체험을 ‘골라’ 잡으면 된다.
양어장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체험은 ‘물고기 먹이 주기’다. 어른들의 눈에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물고기들에 아이들은 탄성을 지른다. 입장할 때 받은 작고 동글동글한 먹이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꼭 쥐고 조금씩 먹이를 주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입을 뻐끔뻐끔 벌리고 달려드는 잉어들의 모습이 귀엽다.
“와~ 물고기가 이렇게 많은 건 진짜 처음 봐요.”
먹이를 주는 방법도 다양하다. 손을 높이 올려 톡톡 떨어뜨려 줄 수도 있지만, 양어장으로 연결된 파이프 구멍에 한꺼번에 털어 넣어도 된다. 기울어진 파이프를 타고 먹이가 양어장에 떨어지면, 그 앞에 모여 있던 물고기들의 치열한 먹이 사냥이 시작된다. 물속에 떠 있는 작은 먹이를 쟁취하기 위해 이리 얽히고설키는 모습이 장관이다.
슬슬 아이가 지루해 하는 눈치라면 뗏목 위에 올라타 보자. 양어장 위를 이동하는 뗏목을 타면 잉어들이 뗏목 부근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줄이 연결되어 있어 배가 휘청거릴 염려는 없지만 아이들은 긴장하여 손에 땀을 쥔다. 이런 스릴을 만끽하면서 뗏목 아래로 먹이를 톡톡 떨어뜨려주면 된다.
최근 새롭게 개장한 가족낚시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마치 겨울철 빙어 낚시터처럼 양어장에 위에 단단한 나무 판을 깔고 군데군데 동그란 구멍을 뚫어 사계절 낚시터를 조성하였다.
구멍 속에 찌를 넣고 얼마간 기다리면 양어장을 유영하던 물고기들이 걸려든다. 낚시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물고기를 적당히 풀어놓아 아주 쉽게 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허탕을 칠 염려도 없다.
구멍 속에 찌를 넣고 ‘기다림의 미학’을 발휘하던 지수네 가족이 낚싯대를 확 끌어올리고 “월척이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