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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 ①]  베일 벗은 tvN 드라마 ‘지리산’... 사실과 허구, 그 경계에 서다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 ①]  베일 벗은 tvN 드라마 ‘지리산’... 사실과 허구, 그 경계에 서다
  • 황소영 여행작가
  • 승인 2021.10.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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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 둘레길'의 저자 황소영
그의 시선으로 본 드라마 '지리산'을 매주 연재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이어진 주능선.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의 이마가 보인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이어진 주능선.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의 이마가 보인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지리산] tvN 15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지리산’이 드디어 공개됐다.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을 쓴 김은희 작가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스위트홈> <미스터션샤인>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 또 전지현, 주지훈, 성동일, 오정세 등 출연 배우까지 화려해 제작 당시부터 세간의 화제가 된 대작이다. 

지난 10월 23일 첫 방송을 한 드라마 '지리산'. 사진 출처 / tvN 드라마 지리산 홈페이지

“넓고 광활한 지리산의 비경을 배경으로 죽으러 오는 자, 죽이러 오는 자, 살리러 오는 자 등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그리겠다”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취지다. “등산의 가장 큰 목표는 살아서 산을 내려가는 것”이고 “그 목표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즉 국립공원 레인저(산악구조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사건이 드라마의 핵심 줄기가 된다.

많고 많은 산 중에 지리산
지리산(1,915m)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함양·산청·하동 5개 시·군에 뿌리를 둔 지리산은 남녘의 중심 산군이다. 둘레만도 약 3백여 킬로미터에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해발 고도 1천 미터 이상의 준봉들을 좌우로 풀어낸 산이다. 

노고단은 해발 1507m지만 성삼재까지 도로가 뚫려 가족여행지로 좋은 곳이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발아래 보이는 섬진강과 구례들녘.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노고단은 해발 1507m지만 성삼재까지 도로가 뚫려 가족여행지로 좋은 곳이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가을꽃 구절초 너머로 보이는 반야봉과 노고단.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가을꽃 구절초 너머로 보이는 반야봉과 노고단.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은 민족 고유 신앙의 모태와도 같아서 지리산 성모상을 신라시대에는 박혁거세의 어머니, 고려 시대에는 태조 왕건의 어머니라고 하여 모시기도 했다. 혹은 석가모니의 생모인 마야부인, 아니면 천신의 딸 성모 마고가 지리산에 내려와 딸 여덟 명을 낳고 모두 무당으로 키워 팔도에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리산의 지명에 대해 정립된 이론은 없지만 산의 형세가 지루하여 ‘지루하다’의 경상도 방언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백두산의 맥이 흘러온 산’이라 하여 두류산, 또 삼신산 중의 하나인 방장산 등으로도 불렸다. 한자로는 地理(삼국시대)~知異(통일신라)~智異(고려)로 변했으며 ‘지혜롭고 신령스러운 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롭게 되는 산’이란 뜻으로 풀이 된다.

지리산은 남명 조식(1501~1572)에 의해 실천적 유학사상이 번성한 선비들의 산인 동시에 민중의 산이자 치열한 삶의 터전이어서 영·호남 농민군과 의병들의 항쟁지였고, 삼국시대부터 숱한 전쟁을 치른 격전지였다. 

특히 여순사건과 6·25전쟁을 전후한 빨치산의 근거지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어간 민초들의 넋이 곳곳에 붉은 피를 뿌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난과 환상, 많은 이들의 한과 이야기를 담기에도 이만큼 좋은 산은 없을 것이다.

지리산구조대, 레인저들의 활약
‘지리산’ 이전에 MBC 특별기획 드라마 ‘산’이 있었다. 1997년 작품으로 감우성, 홍리나, 김상중 등이 출연했다. 똑같이 ‘지리산’이란 타이틀을 내건 드라마도 있었다. 전광렬, 정보석, 조민수, 배종옥 등이 출연한 1989년 작품으로 6.25전쟁이 낳은 동족상잔의 비극과 이념 갈등을 그린 드라마였다. 

2021년 10월 23일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공개된 tvN 드라마 ‘지리산’은 일종의 미스터리 작품이다. 거슬러 가자면 1981년 <여명의 눈동자>로 유명한 작가 김성종이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죽음을 부르는 소녀>를 출간한 바 있다.

공포영화나 스릴러는 대부분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장치다. 처음부터 범인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마지막 반전을 노리며 끝까지 관객의 두뇌를 속이기도 한다. 드라마 ‘지리산’의 1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리산에서 실종된 학생을 구조하기 위해 해동분소 레인저들이 출동한다. 그 과정에서 암벽등반과 낙석, 태풍으로 인한 계곡 범람 등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연이어 연출됐다.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고 레인저들이 저 혹독한 환경을 뚫고 무사히 조난자를 구할 것인가, 집중하게 된다. 더불어 간간이 나오는 지리산 사계는 힐링, 그 자체였다.

tvN 드라마 '지리산' 주인공인 서이강(전지현 분)과 강현조(주지훈 분). 사진 출처 / tvN 드라마 지리산 홈페이지
드라마 지리산 국립공원 전북사무소의 인물 관계도.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지리산 홈페이지

이야기는 1995년 집중호우로 부모를 잃고 20여 년간 할머니(김영옥 분)와 단둘이 산 지리산 최고 레인저 서이강(전지현 분)과 육군 대위 출신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 분), 또 지리산 해동분소 직원들과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강현조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지리산에서 실종된 사람과 그들의 조난 장소가 보이는 것. "지리산 행군 훈련 때 부하를 잃는 사고를 당한 뒤 이해할 수 없는 환영을 보기 시작했으며, 왜 어떻게 자기 눈에만 보이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산이 사람들을 살리라고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지리산으로 돌아"온 캐릭터다. 지리산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강과 신비한 능력을 가진 현조, 원팀이 된 두 사람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드라마 속 해동마을은 뱀사골 와운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 속 해동마을은 뱀사골 와운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장터목대피소에서 휴식 중인 산행객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하지만 2화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거침없이 산을 누비던 이강은 하반신 불구가 돼 나타났고, 파트너 현조는 1년째 병실에 누운 식물인간이 되었다. 휴직 중이던 이강은 지리산에서 보내는 알 수 없는 신호의 정체를 찾아 다시 복직하며 조난자 발견에 앞장선다. 

드라마는 2018년에서 2019년을 건너뛰고 2020년으로 넘어간다. 두 사람에게 왜 사고가 났는지, 그 배후는 누구인지, 도대체 누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끄는지, 본격적인 이야기는 3화부터 펼쳐질 예정이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어디까지
‘지리산’은 실제 지명을 따온 드라마다. 매년 백만여 명이 찾을 만큼 인기가 많은 산이고, 산의 속살을 알고 있는 사람도 당연히 많다. 지리산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산이 아닌 실존하는 지명을 그대로 쓴 만큼 검증을 무시할 순 없다. 

저 아래로 보이는 세석대피소.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저 아래로 보이는 세석대피소.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촛대봉 일대 풍경. 이 뒤편에 청학연못이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촛대봉 일대 풍경. 이 뒤편에 청학연못이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에는 한신계곡, 백무동계곡, 중산리계곡 등이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에는 한신계곡, 백무동계곡, 중산리계곡 등이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류승룡의 내레이션대로라면 지리산은 이승과 저승 사이, 그 경계에 있는 땅이다. 드라마 ‘지리산’도 현실과 허구, 그 경계에 서 있다. 장터목, 세석, 천왕봉 등 실제 지명이 나오기도 하지만 무진분소, 해동분소, 우송절벽, 비담절벽, 개암폭포 등은 가상의 이름이다. 국립공원 내에 산악구조대가 있는 건 맞지만 현재 지리산엔 별도의 구조대가 없다.

지리산에서 촬영한 것도 있고 세트장과 CG 촬영도 있는데, 이것이 또 첫 화부터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지리산에도 암봉과 암릉은 있지만, 지리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육산, 그러니까 주로 흙으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산이다. 지리산을 어머니에 비유하는 것도 이 산의 형세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 1화에서 보여준 암벽등반과 낙석 사고, 피켈을 들고 바위를 오르는 장면 등은 지리산깨나 다녔다는 시청자에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장면이다. 돌멩이에 나뭇가지를 꽂고 위치를 설명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이강의 대사처럼 지리산은 넓다. 방사된 반달곰 수가 74마리에 이를 만큼 깊고 울창한데, 고작 돌멩이와 나뭇가지 몇 개로 위치를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지리산 유경험자에겐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였고, 설령 지리산을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억지 설정과 CG는 점수를 깎아내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실제 지명을 사용한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TIP. 지리산 1, 2화에 나온 장소는 어디?
해동분소 직원들과 주민들의 마을 제사 장면이 촬영된 장소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와운마을이고, 이강이 앉아 쉬었던 커다란 소나무는 천년송(천연기념물 제424호)이다. 트레킹은 뱀사골 입구에서 시작한다. 멀리서 잡은 해동분소도 ‘지리산뱀사골탐방안내소’이다. 

드라마 속 해동마을은 뱀사골 와운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뱀사골에서 와운마을까지는 왕복 4.6km로 가벼운 트레킹이 가능하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 속 해동마을은 뱀사골 와운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된 와운마을 천년송. 드라마 이강이 이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었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피아골과 더불어 지리산의 대표 단풍여행지 뱀사골.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피아골과 더불어 지리산의 대표 단풍여행지 뱀사골.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에서 맛볼 수 있는 산채비빔밥.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에서 맛볼 수 있는 산채비빔밥.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해동마을의 전체 윤곽은 와운이지만 현조가 찾아간 이강의 집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이다. 대문 왼쪽으로 예담촌의 랜드마크 격인 엑스자 회화나무가 나오기도 한다. 반선에서 와운마을까진 왕복 약 4.6km이며 쉬엄쉬엄 3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을에는 통나무산장(063-626-3791)을 비롯해 식당이 몇 곳 있다. 그밖에 남원백두대간생태교육장, 지리산 천왕봉, 촛대봉, 노고단, 바래봉, 청학연못 등이 나왔다. 정구영(오정세 분)과 새내기 레인저 이다원(고민시 분)이 실종된 양근탁의 백골 시신을 발견한 개암폭포의 실제 지명은 이끼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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