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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오랜 역사와 가을 햇살이 가득 담긴 밀양 위양지
오랜 역사와 가을 햇살이 가득 담긴 밀양 위양지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11.11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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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양지는 영남루와 더불어 밀양을 대표하는 문화재다. 사진제공/ 밀양시청

[여행스케치=밀양] 가을은 산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통일신라 때 축조한 저수지인 밀양 위양지에는 가을햇살이 가득 담겨 있다. SBS 드라마 <달의연인-보보 경심 려> 방송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비밀의 정원 위양지. 그 길목에 있는 구절초와 해바라기, 코스모스는 덤이다.

위양지(位良池)는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 있는 저수지를 말한다. 위양지, 위량못, 혹은 양아제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농업용수를 가둬 놓은 저수지치고는 작다. 그리고 연못이라 부르기에는 좀 크다. 미리 밝히는 데 위양리에는 신구 위양지가 있다. 여행객들이 찾는 저수지, 위양지로 대표되는 저수지는 구위양지다. 신위양지는 더 상류에 있으며 근래에 축조한 저수지다.

이른 아침 안개 낀 위양지의 풍경. 사진/ 박상대 기자 
위양지에는 정자와 포토존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바쁜 업무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즐겨 찾는 곳, 외지 손님들에게 영남루와 더불어 우선순위로 추천하는 여행지다. 위양지는 경상남도의 문화재다. 작은 저수지가 문화재로 등극한 이유는 그 역사에 있다.

통일신라 때 처음 만들어지고, 고려 이래로 화악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둬 두었다가 농사를 지을때 이용해온 덕분이다. 저수지는 축조된 이후 농업용수로 쓰이다가 임진왜란 때 훼손되었는데 1634년 밀양부사 이유달이 다시 쌓았다고 한다.

통일신라 때 양민을 위해 축조한 저수지
처음 밀양을 여행할 때부터 수차례 밀양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가볼 만한 여행지’로 서너 번째 말하는 위양지. 겨울에 가면 봄에 이팝나 무꽃이 필 때가 장관이라 하고, 여름에 가면 가을에 단풍 들 때 오면 장관이라 하고, 단풍이 진 뒤에 가면 여름에 숲길이 그만이라고 말한다.

위양지는 사계절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밀양 시청 
저수지 건너편에서 본 완재정. 사진제공/ 밀양시청

이는 사계절 언제 찾아가든 오랫동안 기억할 장면을 보여줄 것이란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른 아침 밀양시내에서 위양지를 향해 달려가려는데 한 시민이 이른 아침에 가면 안개가 너무 많을 거라고 한다. 시내 밀양강 둔치 송림과 구절초를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아름드리 소나무숲에 머리를 맞대고 피어 있는 구절초 꽃밭에 수많은 가족과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산외면 남기리 밀양강변에는 밀양해바라기꽃단지가 있다. 이곳 해바라기는 여름꽃이 아닌 가을 해바라기꽃이다. 수만 송이 해바라기가 활짝 웃는 얼굴로 여행객을 반긴다. 대구에서 왔다는 여행객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까르르 웃고, 밀양시내에 산다는 여성은 벤치에 앉아 찐고구마를 먹고 있다. 짙푸른 소나무숲과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밀양강과 노란 해바라기가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 있을 것만 같다. 

위양지(位良池)는 ‘양민 곧 백성을 위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런데한 글자씩 떼어놓고 보면 아름답고, 어질고, 공교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저수지는 제방 둘레가 1km 정도, 면적은 62,700㎡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위양지에 다가갔다. 저수지에는 여전히 안개가 남아 있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관광안내소 앞에서 차를 한 잔 마신다.

밀양시내 밀양강변의 구절초꽃밭.  사진/ 박상대 기자
구절초 꽃밭에 수많은 가족과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제방에는 산책로가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걷고 걸었는지 잘 정돈되어 있다. 제방길을 걷기로 했다. 굵은 소나무와 팽나무, 수백 년연륜이 묻어나는 느티나무도 보인다. 저수지에 뿌리를 담그고 있는 나무도 있고, 나뭇가지를 저수지 물에 적시고 있는 왕버들나무도 있다. 수백 년 살다 지친 것인지, 몸을 비틀고 서 있는 모습이 처연하다. 얼마나 모진 세월을 살아왔는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외면 해바라기 꽃단지. 사진/ 박상대 기자

어머니를 위해 목숨을 건 청년 의병과 후손들
숲길을 걷는데 이팝나무 숲이 나타난다. 봄이면 이팝나무꽃이 하얀 터널을 이루다가 튀밥처럼 길바닥에 쏟아진다고 한다. 여행객을 위해 마련해둔 정자도 있고 포토존도 있다. 저수지에선 화악산 그림자가 파르르 떨고,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아름다움을 넘어 평화로운 풍경이다. 숲속에선 새들이 노래하고, 저수지에선 오리들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논다.

위양지는 저수지 안에 섬이 다섯 개 있다. 그 중 두 개는 다리로 연결 되어 드나들 수 있다. 그 섬 가운데 한 곳에 완재정이 있다. 저수지 건너편에서 사진 촬영할 때 정면에서 보이는 건축물이다. 완재정은 안동권씨 위양 종중의 입향조인 학산 권삼변을 추모하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정자이다.

완재정 마루에서 본 위양지 풍경. 사진/ 박상대 기자
완재정 있는 섬으로 연결된 다리. 사진/ 박상대 기자
완재정에는 많은 여행객과 사진작가가 들렀다 간다. 사진/ 박상대 기자

완재정에는 많은 여행객과 사진작가가 들렀다 간다고 한다. 마루에 앉아 있으니 편안하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효자 충신이었던 권삼변 선생을 생각한다. “선생은 청년시절 왜군이 쳐들어오자 의병을 이끌고 왜군과 싸우다 패배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도망치던 중 왜군에 붙잡혔답니다. 선생은 왜군에게 자신은 당장 죽어도 좋으니 어머 니는 살려달라고 호소했대요. 그런 선생의 진정성을 확인한 왜군은 어머니를 놓아주고 선생만 체포하여 일본으로 데려갔지요. 일본에서도 밤낮으로 어머니를 걱정하는 선생의 효심에 감동한 왜군은 선생을 조선으로 돌려보냈답니다.” 밀양시청 안지환 고문의 이야기다.

선생은 귀국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중 나이가 들어 여기에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250년이 지난 뒤 후손들이 정자를 지었고, 여행객이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다. 선조가 나라를 구하기 위한 일어선 충신이라는 데후손들은 여행객을 위해 편의를 제공한 공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완재정 앞으로 들오리 대여섯 마리가 헤엄쳐 지나간다.

 

문화객가 사랑채

TIP 밀양 한옥 고택에서 묵다

문화객가 사랑채

밀양아리랑아트센터 근처 밀양시 교동 한옥마을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밀양향교가 있고, 손대식 고택을 비롯한 손씨들이 모여 살던 한옥마 을이 민박촌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가장 먼저 ‘문화객가 사랑채’란 이름 으로 변신한 손대식 고택에선 매월 셋째 금요일 저녁, 달빛 아래 아리랑공연이 있었다.

은은한 조명과 달빛 사이로 아리랑 선율이 울려 퍼질 때 여행객들은 박수를 쳤다. 달밤, 고택, 가야금 연주, 그리고 소녀들의 아리랑은 황홀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이런 공연은 매월 세째 금요일 저녁에 열린다. "아리랑과 고택을 통해 밀양관광을 활성화 시키려는 시도입니다. ‘달빛 풍류’가 열리는 날엔 관광객과 주민들이 고택을 가득 채웁니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데 그만이지요."

‘밀양 한 달 살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밀양시 문화관광연구소 이대형 사무국장은 낮에도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한옥에서 천연 염색체험과 음식만들기, '오빠 생각 (고향 생각)' 공연도 있다. 한 곳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장소에서 열린다.

교동에 있는 ‘문화객가 사랑채’는 그 중 하나다. 여기에선 숙박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룻밤 민박도 가능하고, 밀양 한 달 살이도 가능한데, 한 달 살이는 신청해서 당첨되면 할 수 있다. 1박 기준 1인 5만원, 2인 7만원, 3인 이상 15만원에 숙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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