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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트레킹 여행①] 겨울을 따스하게 만드는 황금빛 바람길, 김제 새만금바람길
[트레킹 여행①] 겨울을 따스하게 만드는 황금빛 바람길, 김제 새만금바람길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2.01.14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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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평야와 새만금간척지 걷는 '새만금바람길'
황금빛 갈대가 출렁이는 둑방길 따라 망해사까지
진봉망해대에 올라 환상적인 일몰 감상할 수 있어
황금빛으로 물드는 새만금간척지의 광활한 풍경. 사진/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김제] 옛 흔적들이 바람이 되어 돌아오는 새만금바람길’. 탁 트인 김제평야와 새만금간척지의 광활한 풍경, 서해안 경계 근무의 흔적이 그대로 남겨진 철책, 망해사와 심포항으로 이어지는 일몰 풍경이 아름다운 곳, 김제 새만금바람길을 걸었다.

한겨울이라 바람은 차갑지만, 진봉방조제 옆으로 펼쳐진 황금빛 갈대가 출렁이며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는 김제 새만금바람 길. ‘바람으로 머리를 빗을 정도로 시원스럽게 바람이 불어오는 이유는 서해의 바람이 바람막이(, 능선) 없이 드넓게 펼쳐진 김제평야와 새만금간척지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갈대가 무성한 새만금 수변공원. 사진/ 조용식 기자
새만금 간척지 수변공원. 사진/ 조용식 기자

진봉방조제를 경계로 결이 다른 간척사업 진행

송남진 김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진봉방조제를 따라 걷는 둑방길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라며 왼쪽으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식량 수탈을 목적으로 간척사업이 펼쳐졌던 곳이며, 오른쪽으로는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수변공원이 조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둑방길을 제외하고는 양쪽 모두 간척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겨울이라 둑방길의 바람은 더욱더 차갑게 느껴진다. 바람의 세기도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맘 편하게 바람을 들이마시게 된다. 청정자연의 시원한 공기가 몸 깊숙이 들어오니 모처럼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둑방길을 따라 쉼 없이 돌고 있는 바람개비와 수변공원의 흔들리는 황금빛 갈대가 추위를 잊게 한다.

새만금바람길. 사진/ 조용식 기자
진봉 방조제를 걷다 만나는 마을 이정표. 사진/ 조용식 기자
주변 쓰레기를 주워 오는 플로깅. 사진/ 조용식 기자

2km 구간의 둑방길을 지나면 석치마을 쉼터가 보인다. 이 구간부터는 나성산을 끼고 걸을 수 있는 산길이 나온다. 산길 입구의 갈대 주변으로 쓰레기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버리거나 바람에 날아온 것들 이다. 새만금바람길을 함께 걷던 윤호숙 전라북도관광마케팅종합지원센터 여행지원팀 팀장은 최근에는 트레킹을 즐기며 주변 쓰레기를 주워 오는 플로깅이 젊은 여행자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라며 전북관광마케팅종합지원센터는 올해 프로젝트인 어슬렁어슬렁전북여행 첫 번째 테마로 을 선정했다.

전라북도 14개 시·군의 을 알리기 위해 플로깅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미리 준비한 비닐장갑을 끼고 산길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집게로 주어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새만금바람길을 완주하면, 1kg 제공

새만금바람길의 시작점인 진봉면사무소에서 문화관 광해설사나 면사무소 직원에게 새만금바람길을 걷는다(단체에만 해당)’고 미리 통보하면 마을 청년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농미, 흑미, 보리, 현미, 흑보 리) 1kg을 선물로 제공한다. 또한 시작 또는 종점으로 회귀할 수 있도록 자가용으로 편의 제공도 하고 있다.

대나무터널. 사진/ 조용식 기자

'대나무 터널', '서해 DMZ' 등 스토리텔링 조성 필요

산길은 이성산(61.9m)과 국사봉(61.3m)을 따라 이어진다. 제일 먼저 만나는 이성산은 겨울이라 나뭇가지 사이로 나지막한 산의 형체가 또렷하게 드러나 편안한 산행이 될 것을 알 수 있다. 길을 걸으면서 수변공원 주변으로 낡고 부서진 나룻배가 보인다. 전선포까지 1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이면서 산등성이로 올라선다. 걷는 이를 반갑게 반겨주는 듯 울창한 대나무 터널이 보인다. 한겨울에도 푸르른 초록 물결을 만날 수 있다는 점과 터널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이 누가 봐도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는 장소다.

쓰러진 나무를 받치고 곧게 뻗은 나무가 십자 모양을 하고 있다. 충분히 그냥 걸어갈 수도 있는데,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은 나뭇가지에 부딪힐 것 같은 심리적 요인 때문이겠지만, 이 구간도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좋은 포토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근무 초소. 사진/ 조용식 기자
철책이 무너져 방치된 옛 경계근무 현장. 사진/ 조용식 기자

국사봉을 들어서면서 이곳이 서해안 경계 근무 초소였다는 흔적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온다. 송남진 해설사는 예전에는 서해를 통해서 간첩이 내려오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 철책선은 남으로 넘어오는 간첩들을 경계하기 위해 전투경찰과 방위군이 지켜왔던 곳이라며 철책선 구간의 일부를 잘 보존해 준다면 서해안 경계 근무의 역사적 사실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방치를 해 두고 있는 상태라며 아쉬워했다.

철책 주변은 넝쿨로 감싸여 있으며, 철책 자체도 아래로 넘어진 상태에서 주변의 나무가 위태롭게 받쳐주고 있었다. 또한, 경계근무를 하며 병사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초소 주변도 방치 상태에 있다. 여름에는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부대 내무반이 겨울이라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난 것을 보고, 그동안 바람길을 걸으면서 위쪽으로 내무반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송 해설사는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서해안 경계 근무의 현장을 정비해서 서해안 DMZ’라는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포토존으로 자리잡은 적선포의 배. 사진/ 조용식 기자
포토존으로 자리잡은 적선포의 배. 사진/ 조용식 기자

계절이 바뀌어도 일몰이 아름다운 망해사

국사봉을 내려오니 방파제 주변으로 새만금간척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여름이면 아카시아(아카시나무) 향을 맡으며 걸었을 곳이다. 전선포 이정표에는 이곳은 만경강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고군산 열도와 계화도가 가까이 있어 예로부터 어선의 닻을 내리는 항구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정표 뒤로 배 한 척이 전선포를 말하듯 세워져 있다. 사람들이 하나둘 배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거기에 뉘엿뉘엿 지는 해로 인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모습이다. 홀로 서 있는 배한 척이 시시각각 다양한 포토존을 만들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 본 김제평야와 새만금 간척지. 사진/ 조용식 기자
수변공원을 걷는 여행자들. 사진/ 조용식 기자

길은 다시 새만금 간척지로 연결된다. 서해랑길도 같은 코스를 이용 하고 있는데, 여전히 물길이 길을 넘나들기 때문에 야자수 매트로 길을 조성한 점이 독특하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망해사. 여름이면 망해사의 종각 너머로 일몰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는 진봉망해대에 올라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망해사에서 두곡서원과 심포항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서해 일몰을 감상할 수있는 심포항이 나온다. 심포항에서 봉화산 봉수대를 거쳐 거진마을 회관에 도착하면 새만금바람길 10km 구간을 모두 마치게 된다. 바람이 부는 둑방길,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 심포항의 해안길까지 다채로운 길을 따라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해준 새만금바 람길. 따뜻한 봄 햇살에 다시 만나고 싶은 이다.

새만금바람길 안내판. 사진/ 조용식 기자

INFO 새만금바람길

진봉방조제에서 마음이 탁 트이는 김제평야와 새만금간척지의 드넓은 모습을 볼 수 있고, 중간지점에 위치한 망해사에서 꽃피우는 아름다운 경치, 일몰을 즐길 수 있으며 심포항의 고요한 바닷소리는 거친 숨소리를 편안하게 한다. 해안길을 따라 10km 구간이 펼쳐지며, 평균 소요 시간은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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