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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남해바래길 걷기여행] 제5코스 말발굽길, 벚꽃이 피면 고사리도 탱글탱글
[남해바래길 걷기여행] 제5코스 말발굽길, 벚꽃이 피면 고사리도 탱글탱글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2.03.10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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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량~대곡마을~장포마을~추섬공원~삼동면 약 12km 코스
3월 말이면 추섬공원에 벚꽃과 동백의 향연 펼쳐져
3월 말이면 벚꽃과 동백의 향연으로 어여쁜 추섬공원.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 남해] 조선시대만 해도 농사짓기 어려운 섬엔 주로 목장을 만들었고 흥선도, 그러니까 지금의 창선 역시 목장지역이었다고 한다. 창선면을 벗어나는 이번 코스에 말발굽길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세 번째 오는 곳이라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이젠 낯설지 않다. 3코스는 사천 삼천포와 맞닿은 창선대교에서 시작해 창선면소재지인 파출소에서 끝났고, 4코스는 창선파출소에서 시작해 적량해비치마을에서 끝났다.

이번 5코스는 지난번 걸음을 끝낸 적량마을에서 시작해 창선면을 벗어나 지족해협 너머 삼동면에서 끝을 맺는다. 주요 거점은 적량~대곡마을~장포마을~보현사~추섬공원~삼동면이며 약 12km에 쉬엄쉬엄 4시간이면 충분하다.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대곡마을은 숙박이 가능한 체험센터도 운영한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적량에서 대곡마을로 가는 길. 초반엔 인도가 없고 이후론 옹벽 위로 걸을 수 있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해풍 맞고 쑥쑥, 남해 고사리

한 달 만에 찾은 적량의 볕은 한 달만큼 더 따스했지만 봄은 그 곁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따뜻한가 싶으면 찬바람이 불었고, 넣어둔 겨울옷을 꺼내 입을라치면 등줄기로 땀이 솟았다. 그래도 아직은 패딩과 장갑이 필요한 오전 날씨다. 빨간 등대가 예쁜 적량을 등지고 차도를 따라 대곡마을로 향한다. 차량 통행은 많지 않지만 인도가 없어 불안하다. 바다 쪽으로 턱을 높인 옹벽 위로 올라가 길을 걷는다. 해안을 따라 휘어져 걷는 재미가 남다른데 혹여 바다 쪽으로 떨어질까 조마조마, 사실 꽤 넓은 옹벽이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떨어질 일은 없다.

옹벽 끝엔 대곡마을이 있다. 적량마을이 해비치라면 대곡은 해울림이다. 조개 캐기 등 갯벌체험이 가능한 대곡해울림마을은 원래 큰 계곡이란 뜻에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바다를 앞마당으로 두어 밤마다 참게를 잡는 횃불로 장관을 이뤘던 어촌이지만 산이 깊고 골이 많아 고사리 농사에도 최적의 장소다. 벽마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담벼락과 깔끔한 체험관을 우측에 두고 아스팔트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르막 막바지 전망 좋은 곳에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독일마을과 미국마을을 둔 남해군이 이 자리에 일본마을을 조성할 계획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당시 징용 등 피해를 당한 군민들이 생존해 무산됐고, 지금은 용도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집집마다 고사리 삶는 냄새가 그윽하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고즈넉한 어촌 마을의 풍경을 보며 걷는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전봇대 수리로 분주한 해안도로를 벗어나 장포마을회관이 있는 우측으로 방향을 꺾는다. 마을을 벗어나면 임도다. ‘고사리밭길만큼은 아니어도 대곡과 장포, 또 가야 할 부윤마을 역시 자투리땅마다 고사리가 한창이다.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의 고사리는 산촌의 고사리와 다르다. 손으로 일일이 꺾어 뜨거운 물에 삶아 햇살과 바람에 말린다. 집집마다 고사리 삶는 냄새가 담장을 넘나든다. 모락모락 김을 뿜는 고사리는 마치 아지랑이 솟는 들녘 같다. 시금치, 마늘, 고사리, 심지어 유채 나물까지. 남해는 신선하고 맛있다. 갈 때마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남해여행은 몇 곱절 더 신난다.

 

산중 임도 소나무 숲을 지나

임도를 벗어나 만난 아스팔트에 고동색 바래길 이정표가 서 있다. 예전 것이다. 이전 코스를 그대로 따른 길도 있지만 바뀐 길도 있다. 고동색 이정표는 아스팔트 아래 모상개해수욕장(2.2km)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래길이 지선 포함 19개 코스로 완전개통되기 전에도 일부 바래길은 열려 있었다. 이전의 말발굽길은 지금과는 반대로 삼동면에서 시작해 적량에서 끝났는데, 그때는 장포마을에서 모상개해수욕장을 지나 대곡마을로 길이 이어졌었다. 혹여 이 이정표를 보고 모상개 쪽으로 가면 안 된다. 바뀐 길은 임도에서 나오자마자 우측 오르막이다. 아스팔트는 길지 않다. 길은 다시 오른쪽 소나무 숲으로 연결돼 있었다.

장포마을 골목길. 마을을 벗어나면 임도와 아스팔트가 연이어 이어진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허기가 져 시멘트 임도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배낭 안에 넣어온 간식을 먹는 동안에도 찬기와 온기가 섞인 솔바람이 어깨 위로 쏟아졌다. 넣어둔 패딩을 꺼내 입는다. 더워서 난 땀이지만 식기 시작하면 체온을 빼앗아 금방 추워진다. 땀이 식기 전에 입을 수 있는 겉옷은 여름에도 필수품이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는데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납작한 바위들이 보인다. 딱 앉아 쉬기 좋은 돌벤치다.

, 여기서 먹을 걸 그랬나? 그냥 가기 아쉬워 사진만 남긴다. 이 아래에 보현사가 있다. 길가에 놓인 소박한 절집처럼 홀로 남은 하얀 개도 낯선 이들 앞에서 잠잠하다. 오가는 신도와 바래꾼을 워낙 많이 본 탓인지 입도 벙긋 않는다.

찬기가 가시고 온기가 쏟아지면 곳곳에 꽃이 핀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꽃이 만발한 추섬공원에서 걸음을 멈춘 여행자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그 옛날 조세와 특산품을 보관했던 창고가 있어 해창으로 불리는 당저리.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임도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축사를 지나 아스팔트 도로에 닿는다. 장포마을과 연결된 길이다. 장포에서 곧장 도로를 따라올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만들었다면 심심하고 지루한 길이 될 게 뻔하다. 도로에서 왼쪽 제방으로 길을 꺾는다. 추섬이 코앞이다. 섬이자 뭍인 이 조그만 동산은 벚꽃과 동백이 어우러진 3월과 4월의 경계에서 가장 예쁘다. 추위의 시샘 속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꽃은 피어야 할 때를 알고 떠날 때를 안다. 봄은 굳이 치장하지 않아도 예쁘다. 섬 속의 섬, 추섬공원의 봄은 말발굽길의 정점이다.

 

조심, 찻길에선 한줄로!

다음 목적지는 당저리 해창마을. 예부터 문어, 미역, 해삼 등을 모아 서울까지 해로로 운송했는데 그때 거둔 각종 조세와 특산품을 보관하던 창고, 즉 해창이 있어 지금도 해창마을로 불린다. 마을 입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나무가 있다. 깡마른 가지에 빨간 꽃 같은 것이 맺혔다.

봄꽃은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큰 나무에 홍매처럼 꽃이 핀 건 처음이다. 아니, 이게 꽃인지 잎인지 너무 높아 분간하기도 힘들다. 마침 지나는 아주머니께 여쭌다. “나무 이름요? 뭐라더라. 그 캐나다 국기에 나오는 단풍나무인데. 달달하니 수액도 나오고.” “, 메이플 시럽요?” 4층 높이는 될 법한데 누가 언제 심었을까? 단풍이 물들 가을엔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하다.

인도가 없는 도로에선 안전에 유의한다. 특히 창선교 직전 도로가 제일 위험하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명승 제 71호로 지정된 원시어업인 죽방렴이 보인다.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해창을 벗어나면 이 구간에 오점으로 남을 2차선 도로가 이어진다. 인도가 없는 건 코스 초입의 적량~대곡과 같지만 차량 통행은 당저~창선교 쪽이 열 배는 더 많았다. 사천으로 나가려는 차들이 비좁은 3번 국도를 빠르게 내달렸다. “갓길 좁음! 반드시 한 줄로 주의해서 걸어주세요.”란 노란색 안내판을 허투루 봐선 안 된다. 창선교를 앞에 두고 다행히 도로 아래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제 저 다리만 건너면 5코스도 끝난다. 무엇보다 위험한 도로를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창선교 아래 지족해협엔 명승 제71호로 지정된 원시어업 죽방렴이 있다. 물살이 세고 갯벌 토양이 좋아 잡히는 족족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다리를 건너면 오전에 차를 세워둔 삼동면 하나로마트가 나온다. 다음 구간은 여기서 시작한다. 코스명은 죽방멸치길,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길이다. 그때쯤이면 봄은 더 완연해지겠지.

 

적량 해비치 마을. 사진/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적량해비치마을

4코스(고사리밭길)의 종점이자 5코스의 출발점이다. 마을 안쪽에 보건소가 있고, 정류장 앞쪽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다. 적량에서 대곡마을까진 마땅한 인도가 없으므로 차량 통행이 많을 경우 옹벽 위로 올라가 걷는 것도 좋다.

INFO 삼동면 하나로마트

남해바래길 제2코스(비자림해풍길)5코스의 종점이자 6코스(죽방멸치길)의 출발점이다. 차를 갖고 갈 경우 하나로마트에 주차하고 택시로 구간 초입인 적량마을까지 가면 된다. 하나로마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1분만 걸어가면 우체국과 파출소 사이에 택시들이 대기해 있다.

INFO 남파랑길 38코스

3코스(동대만길)가 남파랑길 36코스, 4코스가 남파랑길 제37코스, 이번 5코스는 남파랑길 38코스가 된다. 길이 바뀌어 몇몇 고동색 옛 이정표는 소용이 없다. 새 이정표인 빨간색 화살표를 보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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