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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리는 섬 서산 웅도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리는 섬 서산 웅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7.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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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도로 가는 유두교.
웅도로 가는 유두교.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서산]서산시 대산읍 웅도. 작은 유두교 두 개를 건너야 갈 수 있는 섬이다. 하루에 두 번 물에 잠기는 잠수교와 섬을 구경하기 위해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는데…. 2025년까지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300m 연륙교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하여 다녀왔다.

간조일 때 웅도로 가는 유두교 모습.
간조일 때 웅도로 가는 유두교 모습. 사진/ 박상대 기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웅도 가는 길

서산시 가로림만에 있는 웅도는 작은 섬이다. 면적 1.5㎢, 인구 60여 세대 120여 명이 살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를 지나 송악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탔다. 석문방조제를 거치지 않고 삼길포까지 38번 도로가 뚫려 있는데 무더운 날씨를 핑계 삼아 바다를 보며 가는 길을 선택했다. 성구미 포구 쪽으로 가다 석문방조제 길을 달린 것. 한때 해가 뜨고 지는 마을이라며 유명세를 탔던 왜목마을 앞을 지나 삼길포에 다다랐다. 삼길포에서 29번 도로를 달리다가 대산읍내에서 웅도 가는 길로 접어든다. 대산읍에서 웅도 가는 길은 잘 살펴야 한다. 대산리 하나로마트 앞에서 가로림로(2차선)를 5분 정도 달리다 버석골재 삼거리에서 웅도 이정표를 보고 좁은 길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외길이다. 숲길을 조금 달리다가 작은 마을 옆을 지나고 ‘참 좁은 길이다’, ‘앞에서 차가 오면 어떡하지?’ 이런 상상을 할 때 진짜 앞에서 차가 달려온다.

웅도 초입에서 본 가로림만 풍경.
웅도 초입에서 본 가로림만 풍경. 사진/ 박상대 기자

마주 달리던 두 자동차 가운데 하나가 후진을 해서 서로 교차해야 한다. 다행히 앞에 오던 차가 뒤로 물러선다. 마을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운이 좋아서 한 번이지 두세 번 그런 때도 있다고 한다. 무리하게 좁은 길에서 교차하다가 어느 한쪽 차가 길 옆으로 빠지는 일도 심심찮게 있단다. 이 좁은 길을 5분 이상 달려 웅도 입구에 도착했다. 도착하기까지 공을 들여야 하고, 덕을 쌓아야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는 섬 웅도. 물이 넘치면 못 들어가고, 못 나오는 섬. 그런데 간조 때라 바닷물은 없고, 순갈색 갯벌만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어촌체험마을 입구에서 웅도항 선착장 앞까지 조성된 데크길.
어촌체험마을 입구에서 웅도항 선착장 앞까지 조성된 데크길. 사진/ 박상대 기자

곰의 혈통을 이어받은 섬 웅도(熊島)

웅도는 곰이 웅크리고 있는 형상을 닮아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단군왕검이 뿌리를 내린 민족답게 이땅에는 웅계(熊系)의 혈통을 이어 이름을 지은 지명이 많이 있다. 충청도 지역에도 다섯 곳이 있다. 「충북 영동에 웅북리(熊北里), 충남 서산에 웅도리(熊島里). 보령에 웅천면(熊川面). 공주 웅진리(熊津里). 신웅리(新熊里) 등이다. 그들의 후손들이 바다를 통해 남하하면서 가로림만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을까.」 (지역신문 <서산시대>) 웅도리는 일제강점기 문서 보다 훨씬 이전, 조선시대 고지도에도 웅도라는 지명이 씌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웅도에는 웅도라는 이름이 있기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장골과 큰골에 원형을 보전하고 있는 선사시대 패총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웅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선사시대일지라도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 들어오지 않았을 만큼 외진 곳에 있는 섬이다. <서산시대>에 따르면 웅도에 많이 살고 있는 김해 김씨는 입향조 김치양(1540년생)이 1498년 무오사화에 연유된 김일손의 후손으로 가문에 화를 입게 되어 1560년 웅도리에 낙향하여 터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도 웅도항 옆 사당에선 후손들이 선조들의 제사를 모시고 있다.

웅도어촌체험마을 사무소.
웅도어촌체험마을 사무소. 사진/ 박상대 기자

갯골에서 망둥어 잡다 갯벌에 빠진 사람들

간조 때 웅도에 가면 찰랑거리는 잠수교를 구경할 수는 없지만, 갯벌이나 섬 주변 바닷길을 걸으며 많을 것을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다. 제2유두교(잠수교 이름)를 건너 섬에 들어가면 웅도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소가 있다. 바지락체험, 깡통기차 타기체험을 진행하는 사무소다. 이곳에서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간조와 만조에 따라 체험을 할 수 없는 시간대가 있기 때문이다. 체험마을 사무소 옆에 바다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여행객은 누구나 바닷길을 걸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나 바지락을 캐고, 게를 잡는 등 수산물을 채취하면 안 된다. 수산물은 마을 주민들의 소득원이기도 하지만, 물이 들어오는 것을 잘 모르는 여행객들이 갯골에 빠져 위험한 상황에 처하거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웅도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갯벌체험을 하기 위해 방문한 여행객들.
웅도어촌체험휴양마을에서 갯벌체험을 하기 위해 방문한 여행객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을 주변에 무인도가 여러 곳 있고, 어민들이 다니는 길이 조성되어 있어요. 갯골에서 낙지를 잡거나 망둥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주민들이 조심하라고 타이르면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목숨이 걸린 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 어떻게 가만 둡니까. 관광도 좋고 수산물 채취도 좋지만 조심해야지요.” 김경태 어촌계장은 해마다 한두 번씩 아찔한 사고를 목격한다고 말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무인도에 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는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바닷길은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깡통기차를 타고 즐거워하는 체험객들.
깡통기차를 타고 즐거워하는 체험객들. 사진/ 박상대 기자

섬을 한 바퀴 돌고 바닷길을 걷고

웅도는 세계 5대 갯벌에 선정된 가로림만의 정중앙에 있는 섬이다. 조수간만의 차이에 따라 육지가 되기도 하고 섬이 되기도 하는 신비로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물이 차면 사람들이 사는 네 마을을 따라 구석구석 도보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해안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륜 바이크가 끄는 깡통기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하루 묵는 사람은 천천히 걸어다녀도 섬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고, 승용차를 이용해도 된다. 체험마을 사무소에서 웅도항 선착장 앞까지 데크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 길을 걸으며 확 트인 갯벌과 바닷물을 구경할 수 있다. 중간에 전망대도 있고, 쉼터도 조성해 두었다. 웅도에는 펜션이 20여 개 있고, 지금도 공사중인 펜션과 택지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섬 뒤쪽에 있는 둥둥바위. 물이 들면 바위가 물에 둥둥 떠 있는 모양이다.
섬 뒤쪽에 있는 둥둥바위. 물이 들면 바위가 물에 둥둥 떠 있는 모양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한때 초등학교가 있던 자리에 어촌계에서 주도하여 세운 웅도어촌체험휴양마을펜션이 있다. 이곳에서 장엄한 해넘이를 구경할 수 있는데 가을이면 바다가 빨갛게 물든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웅도항에는 지금 물양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간조 때는 웅도항에서 바닷길을 따라 둥둥바위가 있는 해안까지 걸을 수 있다. 둥둥바위 해안에서도 무인도까지 가는 바닷길이 있다. 차를 끌고 섬까지 들어가는 여행객도 있는데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다. 이 길은 주민들이 수산물을 채취해서 나르는 길이다. 자동차가 많이 출입하면 갯벌은 오염될 것이고, 지역주민들과 다른 여행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여행하는 동안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공정여행이다.

INFO 웅도어촌체험휴양마을

주소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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