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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⑦]옛날 양반들이 여름철 복달임한 생선 목포 민어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⑦]옛날 양반들이 여름철 복달임한 생선 목포 민어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7.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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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정식.
민어정식.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목포] 민어(民魚)는 국민 생선이다. 남도지방 바닷가 사람들의 여름철 보양식이자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민어요리. 목포시내 음식점에는 벌써 민어회와 민어탕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목포시내 민어전문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민어정식. 회, 전, 탕, 부레와 껍질, 뼈다짐이 일반적이다.
목포시내 민어전문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민어정식. 회, 전, 탕, 부레와 껍질, 뼈다짐이 일반적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산란하기 위해 서남해안으로 올라온 민어들

“민어나 한 점 먹세.” 여름철에 목포나 인근 도시에서 오랜만에 만난 남도 사람들의 첫인사는 간결하다. ‘민어나 한 점’은 결코 민어를 얕잡아본 것이 아니다. 귀한 것을 말할 때, 상대방을 더 높여 주고 싶을 때 흔히 쓰는 전라도식 인사법이다. 목포역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은 구도심 거리에 ‘목포 민어의 거리’가 있다. 이른바 민어철이라고 불리는 7, 8월이면 목포시내 거의 모든 횟집에서 민어를 판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어는 수심 15~100m의 연안 해역에 서식한다. 바다 밑이 갯벌지역인 저층부에 서식하며 새우나 작은 게 등을 먹고 산다. 찬바람이 불고 수온이 낮아지면 우리나라 남해와 일본의 서남해, 남중국해 등 깊은 바다에서 지낸다. 겨울철에 유통되는 민어는 추자도 남쪽과 제주도 남서쪽 바다에서 잡은 것이다.

민어회.
민어회. 사진/ 박상대 기자

우리나라 서남해 연안에서는 봄부터 가을에 민어가 많이 잡힌다. 9~10월에 짝짓기와 산란을 하기 위해 6월부터 해남과 진도 앞바다에 나타나고, 7월이면 신안과 함평을 거쳐 칠산바다까지 이동한다. 그런 이동 과정에서 어민들의 손에 잡힌다. 큰 것은 1.5m가 넘는데 70cm 안팎, 6~7kg이 가장 많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안군 임자도 인근과 칠산바다에서 그물로 잡아온 민어를 얼음 창고에 넣어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그 시절 임자도 백사장에는 파시가 형성되었다. 지금도 신안군 임자도에서 민어가 가장 많이 잡히고, 해마다 여름이면 민어축제가 열린다. 목포 음식점들은 대부분 신안 임자도 위판장에서 민어를 수매해온다.

민어회무침.
민어회무침. 사진/ 박상대 기자

회와 회무침, 전과 찜, 그리고 민어탕

민어는 이름 그대로 국민의 물고기이자 먹을거리였다. 민어는 먼저 횟감으로 많이 이용하고, 탕을 끓여 먹는다. “민어는 활어로 먹지 않고, 활어 상태에서 피를 뺀 후 4, 5일 정도 숙성시킨 뒤 회를 뜹니다. 너무 오래 냉동실에 두면 맛이 떨어지므로 10일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지요.” 41년째 민어의 거리에서 민어전문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앙횟집 김상복 사장은 2016년 민어 요리로 목포시 음식명인이 되었다. 김 사장은 숙성시킨 시간도 중요하지만 민어의 크기와 잡은 시기, 잡은 방법도 중요하다고 한다. 낚시로 잡은 민어와 그물로 잡은 민어의 신선도가 다르기 때문이란다. 김 사장은 낚시로 잡은 민어를 선호한다. 민어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다. 또 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소화흡수가 빠르다. 철과 칼륨, 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민가에서는 몸집이 큰 민어의 뼈를 푹 고아낸 민어탕을 생선탕의 최고 순위에 놓았다. 몸이 허약한 사람이나 임산부의 몸조리를 위해 미역국을 끓일 때 민어를 넣고 끓인다고 한다.

중앙횟집 김상복 사장. 목포시 음식 명인이다.
중앙횟집 김상복 사장. 목포시 음식 명인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민어탕은 영양분이 풍부한 보양식으로 알려지면서 효도음식이 되었다. 어촌 사람들은 민어를 잡으면 집안 어른과 이웃집 어른들에게 먼저 드렸다고 한다. 때문에 평소에 부모에게 민어를 충분히 드리지 못한 자식들은 돌아가신 뒤에 제사상에 올릴 정도라고 한다. 민어회는 최고의 생선회로 손꼽힌다. 얇게 썰어 놓으면 윤기가 흐른다. 몸통과 꼬리부분, 뱃살 부위가 각기 식감이 다르다. 양념은 자기취향에 맞춰 먹으면 된다. 민어의 살점은 튀김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회무침으로 조리해 먹기도 한다. 뼈다짐을 먹어야 진짜 민어를 먹은 것 “껍질은 살짝 데친 겁니다. 뱃살은 양념간장을 찍어 잡수세요. 부레는 양념소금을 찍어서 드시면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건 뼈다짐입니다. 안도현 교수가 극찬한 건데 소금을 조금 찍어서 맛보세요. 부드러운 뼈와 아가미와 뱃살을 빻았고 다진 마늘과 참기름, 풋고추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민어 뼈다짐과 부레, 껍질. 소금을 살짝 찍어서 먹으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민어 뼈다짐과 부레, 껍질. 소금을 살짝 찍어서 먹으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김 사장은 민어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일일이 설명해 준다. 껍질과 뼈다짐, 부레를 먹는 동안 잇몸과 잇몸 사이에서 오돌오돌, 쫀득쫀득, 말랑말랑한 식감이 뇌세포를 건드린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자 훨씬 깊은 민어향이 온몸에 번진다. 민어의 본고장인 전남 목포와 신안 지방 사람들은 뼈다짐을 별미중의 별미로 꼽는다. 요즘 민어전문음식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요리로 민어찜이 있다. 이른 봄에 추자도 인근에서 잡힌 민어를 건조시켰다가 여름철에 찜을 만든 것이다. 민어찜은 다소 퍽퍽한 느낌이 있지만 건조시킨 것을 감안하면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민어는 불과 40년 전만 해도 서남해안에서 고루 잘 잡혔다고 한다. 지금은 지나친 남획 때문인지 기후변화 때문인지 민어가 예전보다 덜 잡힌다고 한다. 금어기를 두는 등 대책을 세워야 더 오래 편한 마음으로 민어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포탕.
연포탕. 사진/ 박상대 기자

스태미너 강화에 좋은 무안 갯벌 낙지

무안에는 낙지의 거리가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안쪽에 30여 개의 음식점이 있고, 수산시장이 있다. 금어기인 6월 말이 지나면 낙지를 먹을 수 있다. 무안이나 신안에서 잡은 낙지는 대부분 갯벌에서 서식하는 뻘낙지이고, 여수나 고흥, 완도 등지에서 잡은 낙지는 대부분 통발낙지다. 통발낙지는 금어기를 제외한 사계절에 잡지만 뻘낙지는 추운 겨울에는 잡을 수 없다. 낙지가 갯벌 속에 깊이 들어가서 겨울을 나기 때문이다. 낙지는 봄철에 산란 후 석 달 후면 부화한다. 새끼 낙지는 부화 후 어미의 살을 뜯어 먹고 몸집을 키워 순식간에 성어가 된다. 낙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데쳐서 먹는 연포탕, 익혀서 먹는 초무침과 낙지볶음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 먹는다. 부드러운 낙지는 산낙지로 먹어야 제맛을 만끽할 수 있다.

목포유람선. 사진/ 박상대 기자
목포유람선. 사진/ 박상대 기자

<맛있는 목포여행>

목포항 주변 여행지

호남선의 종점이 있는 목포시는 서남해로 나가는 관문이다. 목포는 대륙으로 가는 길과 바다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고장이다. 역사적인 유적지 유달산과 노적봉, 유행가 가사 속의 섬 삼학도, 그리고 남농 허전, 차범석, 이난영, 천승세 등 문화예술인을 많이 배출한 도시다. 문화예술인 못지 않게 유명한 음식도 많이 있다. 민어, 홍어, 병어, 갈치, 낙지 등등 여러 음식재료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사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구도심 거리와 평화광장으로 대표되는 신규해안, 유달산과 고하도를 잇는 케이블카와 요트, 유람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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