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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모시와 소곡주의 마을, 서천군 한산
[마을따라 마음따라] 모시와 소곡주의 마을, 서천군 한산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2.09.13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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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공방 부채이야기에서는 부채 제작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체험도 가능하다.
부채공방 부채이야기에서는 부채 제작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천] 서천군은 충남에선 서해안 끝자락으로 풍족한 어항과 아름다운 해수욕장 등 빼어난 해양관광 명소를 품고 있어 바닷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한산면은 서천에서도 평야가 발달한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남쪽에 맞닿은 금강 덕에 예로부터 농사가 잘 되었고 덩달아 전통적 농촌문화가 발달하였다.

충남 서천군의 한산면은 인구 2천 5백여 명에 불과한 평범한 시골마을이지만 상당히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고려 때부터 써왔다는 ‘한산(韓山)’이란 지명에 ‘큰 고을’이란 뜻이 담겨있어서인지 아니면 조선시대 말엽까지 한산군으로 불린 역사적 내력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한산모시나 한산소곡주가 워낙 유명해서도 그럴 수 있다.

한산모시관의 베짜는 여인 동상.
한산모시관의 베짜는 여인 동상.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나절 즐길거리 가득한 한산모시공예마을

농촌에서 모시풀은 민가 주위에 무성하게 자라나서 잡초 취급을 받지만 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모싯잎을 넣어 송편을 빚는다. 모시를 넣으면 방부효과가 있어서 상하기 쉬운 송편의 보존성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모싯잎에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데 면역력 강화와 심혈관 질환 예방, 골다공증 예방 등에도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모싯잎송편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석을 앞둔 무렵이면 농촌의 아낙들이 집 주위에 자생하고 있는 모시풀을 찾아다니곤 한다. 모시풀은 천연 옷감의 소재로서도 그 역사가 깊다. 모시로 짠 옷은 통기성이 좋아 특히 여름에 어울리는 고급소재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시가 서기 860년대에도 있어서 당나라로 보내졌을 정도라고 한다. 특산품으로서의 역사가 1,00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한산모시관.
한산모시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산모시관의 전시물.
한산모시관의 전시물.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우리나라 모시는 금강을 낀 충청남도 지방에서 주로 생산이 되었는데 조선시대에는 ‘저산팔읍(苧産八邑)’이라고 하여 모시 유명 산지로 8곳을 손꼽기도 하였다. 당시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산과 서천·비인·홍산·임천·정산·남포·부여가 그곳인데 요즘 행정구역으로는 서천·청양·보령·부여로 모아진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는 이들이 한산으로 집중이 되었고 오늘날 한산은 유일하게 모시의 고장으로 명맥을 이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한산모시짜기’가 등재되는 쾌거도 이루었다.

지현리에 들어선 한산모시관과 한산모시공예마을은 한산의 모시를 홍보하고 그 문화를 보전·전승시키기 위한 시설이다. 한산모시관이 모시에 대한 이해를 돕고 모시 생산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면 한산모시공예마을은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산모시공예마을 초가집 단지.
한산모시공예마을 초가집 단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쪽빛아낙네의 천연염색 체험.
쪽빛아낙네의 천연염색 체험.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산모시공예마을은 자연부락이 아니고 서천군에서 조성한 체험단지이다. 기와집 단지와 초가집 단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집집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기와집에서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로 천연염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쪽빛나그네’가 있다. 쪽물과 같은 천연염료로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직접 염색하여 즉석에서 건조하여 가져갈 수 있는 체험이다. 홀치기 기법으로 다양한 무늬까지 넣을 수 있어서 개성 넘치는 기념품을 손수 만들 수 있다. 비용이 좀 비싸지만 모시의 고장이니 모시 천연염색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바로 옆 ‘실이랑바늘이랑’은 바느질공방이다. 알록달록 오색 팔찌 만들기와 같은 간단한 체험에서부터 천연 목화솜을 활용한 브로치 만들기, 모싯잎 모양 컵받침 만들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초가집 단지에서는 부채공방 ‘부채이야기’가 인기다. 충남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된 부채장의 지도로 부채 꾸미기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공작선, 파초선, 맨드라미선 등 멋진 모양의 부채를 기념품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부채공방 바로 옆은 다례공방으로 다례체험을 통해 모시 잎차를 시음할 수 있으니 집집마다 계속 이어지는 체험활동에 잠시 쉬어가는 효과도 있다.

한산소곡주갤러리.
한산소곡주갤러리.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술 빚는 마을에선 나그네도 시인

넓고 기름진 들녘, 풍부한 수자원, 모시라는 걸출한 특산물까지, 한산의 이런 풍요로움은 질 좋은 술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집집마다 빚었던 가양주인 소곡주는 모시와 더불어 오늘날 한산의 보물로 자리매김하였다. 한 잔 두 잔 마실 때는 맛있어서 취하는 줄 모르다가 나중에는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하여 소곡주를 ‘앉은뱅이술’이라고도 불렀다.

서천군에서는 한산소곡주의 내력이 1,300여 년 전인 백제왕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하니 그 귀한 술을 아니 마시고 지나갈 수 없겠다. 게다가 부락마다 양조장들이니 앉은뱅이 겁낼 일이 아니다. “정식 등록된 양조장은 70곳인데 미등록된 곳을 포함하면 300여 곳에서 소곡주를 빚고 있습니다.” 한산면 소재지에 위치한 한산소곡주갤러리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며 시음행사를 하고 있는 직원이 ‘한산에서 소곡주를 얼마나 많이 빚는지’로 안내를 시작한다. 서천군 한산면의 주민등록 가구수가 약 1,400여 가구인데 그중 300여 곳에서 소곡주를 빚고 있다니 놀랄 정도다. 가히 술 빚는 마을이라 할 만하다.

술독에서 익어가고 있는 한산소곡주.
술독에서 익어가고 있는 한산소곡주.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산소곡주 시음을 해 볼 수 있는 한산소곡주갤러리.
한산소곡주 시음을 해 볼 수 있는 한산소곡주갤러리.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산소곡주갤러리는 한산소곡주의 홍보와 판매를 위해서 조성한 공간인데 방문객들이 부담 없이 소곡주를 시음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소곡주는 매일 6가지 종류를 준비하여 시음을 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은 어느 양조장의 술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맛을 보게 된다. 블라인드 시음을 거쳐 내 입에 쏙 맞는 소곡주를 만났다면 즉석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소곡주 한 잔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졌으니 금강변의 신성리 갈대밭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요즘 MZ세대들에겐 낯설지만 기성세대들에겐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인 갈대밭이 사시사철 시원한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영화 속 장면처럼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는데 갈대밭 위로 조성된 공중 산책로도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소곡주 한 잔의 취흥이 더해진 여행자이기에 도도히 흐르는 금강과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성 충만한 시인이 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갈대밭 속으로 들어가 멋진 인생사진 하나 건지는 추억을 쌓는 것도 좋으리라.

신성리 갈대밭 전망대.
신성리 갈대밭 전망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신성리 갈대밭으로 해가 내려오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으로 해가 내려오고 있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INFO 한산소곡주갤러리

운영시간 10:00~17:00(월요일 휴무)

주소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173번길 21-1

<여행쪽지>

선베이크 카페에선 갓 구운 빵과 한산모시라떼 같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선베이크 카페에선 갓 구운 빵과 한산모시라떼 같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맛집 추천

맛집으로는 한산모시공예마을 내 한옥카페 선베이크를 추천할 만하다. 갓 구운 빵과 한산모시라떼 같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한산에는 식당이 많지 않고 이웃한 장항읍에는 맛집들이 몰려있다. ‘장항 6080 음식골목, 맛나로(路)’라는 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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