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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9.13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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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들은 장대 끝에 부챗살 모양의 ‘거랭이’라는 손틀도구로 모래밭을 긁어서 재첩을 캔다.
어업인들은 장대 끝에 부챗살 모양의 ‘거랭이’라는 손틀도구로 모래밭을 긁어서 재첩을 캔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하동·광양]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거랭이’라고 하는 손틀도구를 이용하여 재첩을 채취하는 어업방식이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제7호로, 강모래 속에 서식하는 재첩을 약 7mm 간격의 손틀도구로 잡아 올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남녀성인이 함께 참여하는 재첩잡이 손틀어업현장에 다녀왔다.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2018년에 ‘국가중요어업유산(제7호)’으로 지정됐다.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2018년에 ‘국가중요어업유산(제7호)’으로 지정됐다. 사진/ 박상대 기자

하동과 광양 일대 믿음직한 산업으로 부각된 재첩

지리산을 휘감아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은 참 많은 사람을 먹여살린다. 농사를 짓게 하고, 수산업을 풍성하게 하고,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섬진강이 많은 한국인의 입에 회자되고, 여러 사람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요인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아우르며 흐른다는 점이다. 섬진강이 품고 있는 역사성과 문화성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전하게 한다. 그리고 멀리 사는 사람들에게 섬진강으로 다가오게 한다.

섬진강의 물과 재첩, 전어, 벚굴 등 모든 동식물은 두 지역의 공유재산이다. 섬진강은 우리나라 재첩의 주생산지다. 이는 재첩이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기수역)에 서식한다는 사실을 엿보게 한다. 한때 낙동강에서 더 많은 재첩을 어획했는데 낙동강 하굿둑을 막은 이후 섬진강 하구가 최대 산지가 되었다. 섬진강의 재첩 생산량은 국내 재첩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어업인들은 뜰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나갔다가 재첩을 싣고 돌아온다.
어업인들은 뜰배를 타고 강 가운데로 나갔다가 재첩을 싣고 돌아온다. 사진/ 박상대 기자

섬진강 하구를 지키고 있는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는 전통어업유산인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진행되는 고장이다. 조선시대 이래 면면이 전해 오는 전통어업을 보전·관리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남획을 예방하기 위해 어린 재첩은 잡지 않고, 치패방류 사업을 벌인다.

또 재첩 서식지를 잠식하는 우럭 조개를 잡아내는 등 재첩 보호에 힘쓰고 있다.재첩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업인들의 생계를 지키는 수단이 된다. 일단 물에 들어가면 돈벌이를 할 수 있다. 가족의 밥벌이는 물론 자녀들의 학비를 만들 수 있다. 둘째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동송림공원이나 광양 섬진강 매화로 등 강변에서 보면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는 어업인들을 마주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로 재첩어업은 하동과 광양에서 믿을 만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동·광양 일대 섬진강은 국내 최대 재첩 산지로 국내 생산량의 70%이상을 차지한다.
하동·광양 일대 섬진강은 국내 최대 재첩 산지로 국내 생산량의 70%이상을 차지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섬진강변을 지나다 보면 물속에서 허리를 숙였다 세웠다 하는 사람들과 그들 주변에 떠 있는 홍갈색 PVC통들, 그리고 작은 뜰배들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잔잔한 강물에 빛나는 윤슬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풍광이다. 관광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촬영한다. 한때는 300~400명씩 작업을 했다는데 지금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작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사람과 PVC통과 작은 쪽배들이 연출한 장면은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재첩을 PVC통에 잡아온 후 강가에서 선별작업을 한다.
재첩을 PVC통에 잡아온 후 강가에서 선별작업을 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어엿한 수산업과 가공식품업으로 자리잡은 재첩

재첩잡이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쉬고, 벚꽃이 피는 4월부터 조업을 시작하여 11월말까지 계속한다. 6~8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하루에 6~8시간씩,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줄곧 물에서 일한다. 광양시 사람들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작업을 하고, 하동군 사람들은 어업 법인을 중심으로 참여한다. 어촌계는 어촌계원들이 그날 그날 잡아온 재첩을 가공업자에게 넘기고, 작업에 참여한 대로 일당을 모아서 지급한다. 영어법인(손틀방류, 섬진강사람들)에서는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획한 양만큼 어업인들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이때 참여한 사람들은 어업면허가 있는 개인사업자이다.

강가에서 재첩 선별작업을 하는 사람들.
강가에서 재첩 선별작업을 하는 사람들. 사진/ 박상대 기자
작은 재첩이나 돌멩이들을 골라낸다.
작은 재첩이나 돌멩이들을 골라낸다. 사진/ 박상대 기자

“광양이나 하동 가릴 것 없이 옛날 사람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 거랭이를 이용해서 재첩을 잡지요. 허리춤까지 빠지는 물속에서 거랭이를 반복적으로 넣었다 올렸다 하면서 채취하는데 거랭이의 철사 간격은 7mm 정도를 유지합니다. 어린 재첩을 잡지 않으니 재첩 씨를 말리지 않고, 다른 생물의 다양성 유지를 돕는답니다. 섬진강 하구 생태계를 건강하게 해주는 친환경적 어업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중국과 일본의 재첩잡이는 배 위에서 하는데 섬진강의 재첩잡이는 물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지요.”

강진호 손틀방류영어조합 대표는 섬진강 재첩잡이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선정된 계기를 ‘오랜 전통을 가진 독창적인 내수면 어업이고, 섬진강의 자연 생태환경을 보호한 덕분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재첩은 고급 음식으로 대우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홍보를 해주고, 재첩을 잡는 어업인들의 생각이 하찮은 일에서 귀한 일로 바뀌고, 재첩을 보는 국민들의 인식도 귀한 먹거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는 어업인은 약 500명이다.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는 어업인은 약 500명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재첩은 깨끗이 씻은 다음 맹물에 끓여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먹는데, 뽀얀 국물이 매우 담백하고 시원하다.
재첩은 깨끗이 씻은 다음 맹물에 끓여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먹는데, 뽀얀 국물이 매우 담백하고 시원하다. 사진/ 박상대 기자

시원한 해장국과 짙은 향기 풍기는 회무침

하동 재첩특화마을 일대, 광양시 망덕포구 일대에는 재첩요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여러 곳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갈 때도 창문을 열고 달리면 재첩국 냄새가 차 안으로 밀려든다. 광양보다 하동 쪽에 더 많은 음식점이 있다. 음식점은 어촌계를 통해서 재첩을 구매하거나 직접 잡아서 음식을 만든다.

재첩을 고아 적당히 식으면 내장이 다치지 않게 속살만을 빼낸다. 식은 조갯살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손님이 찾을때마다 뜨거운 국물로 토렴한다. 재첩국은 재첩과 국물에 부추(정구지)를 잘게 썰어 띄우면 된다. 감자와 부추를 넣고 부침개를 만들기도 하고, 초고추장과 애호박과 양배추를 넣고 버무린 숙회무침, 그리고 재첩과 야채를 섞어서 비벼 먹는 비빔밥이 대표적인 재첩요리다.

재첩회무침.
재첩회무침. 사진/ 박상대 기자

옛날 하동 사람들은 강조개, 광양 사람들은 걍조개라 불렀다. 지금은 재첩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음식맛도 하동과 광양이 비슷하다. 희끄무레한 국물맛과 작은 조개 알갱이의 맛이 얼마나 다르겠는가. 화려하지도 않고, 톡 쏘는 개성도 없는 맛이다. 그러나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나 토박이 술꾼들은 재첩국을 간 해독과 숙취 해소에 좋은 최고의 해장국이라 부른다.

재첩은 이제 가공식품으로 더 많이 팔려나간다. 재첩을 잡는 사람이 어촌계와 영어법인 2곳에 속한 500여 명이고, 가공공장 종사자가 500여 명이다. 가공공장에서는 재첩 알갱이를 진공포장하여 서울을 비롯한 타지역 사람들에게 온라인 판매하여 택배로 보내준다.

재첩은 이제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져 널리 판매되고 있다.
재첩은 이제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져 널리 판매되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광양 망덕포구.
광양 망덕포구. 사진/ 박상대 기자
하동송림.
하동송림. 사진/ 박상대 기자

<섬진강 재첩을 먹을 수 있는 여행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광양과 하동지역 주민들이 재첩을 잡아서 판매한다. 섬진강 하구에는 자전거전용길과 도보용길,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하동과 광양은 아름다운 섬진강을 따라 걷는 남파랑길47-51코스로 이어져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1. 광양 망덕포구 - 광양시 진원면 섬진강 하구에 있는 포구마을. 횟집과 재첩국 파는 음식점, 카페가 있다. 섬진강 하구에 있어서 풍광이 아름답다.

2. 정병욱 가옥 -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섬진강 하구에 있는 가옥. 윤동주 시인의 후배이던 정병욱(국문학자)이 학도병으로 끌려가면서 시인의 육필원고를 어머니에게 맡겼고, 어머니는 마루 밑에 땅을 파고 항아리에 숨겨 해방 후에 빛을 보게 했다.

3. 하동재첩특화마을 - 재첩 요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모여있다. 재첩국 정식, 회덮밥, 부침개 등 다양한 재첩요리를 맛볼 수 있다.

4. 섬진강 자전거길 - 광양과 하동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 전용길이 조성되어 있다. 중간에 쉼터도 있고, 산책로도 있다.

5. 하동 송림 - 18세기에 하동부사 전천상이 섬진강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어,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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