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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각양각색 매력의 시장들이 한곳에,전주 도깨비시장과 남부시장
각양각색 매력의 시장들이 한곳에,전주 도깨비시장과 남부시장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2.10.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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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도깨비시장 풍경.
전주 도깨비시장 풍경.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전주] 전주의 옛 이름은 ‘완산’이었다. 요즘 ‘온고을’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모든 것이 갖춰진, 풍족하고 살기 좋은 땅이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물산이 풍부하고 사람이 몰리니 시장도 일찍이 발달하였다. 전주를 대표하는 남부시장부터 청년몰과 야시장, 그리고 새벽에만 열리는 전주천 건너 천변의 도깨비시장까지, 전주천 양쪽은 다양한 모습의 시장들이 어우러진 커다란 종합시장 단지이다.

전라도란 이름이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에서 따왔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만큼 전주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조선시대부터 전주성에 딸린 4개의 성문마다 그 바깥에서 큰 시장이 열렸는데 그중 서문장과 남문장의 규모가 가장 컸다.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서는 이들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오늘날의 전주를 대표하는 남부시장이 탄생되었다.

전주천변 도깨비시장.
전주천변 도깨비시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전주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깨비시장.
전주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깨비시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새벽을 여는 도깨비시장

남부시장 건너편의 도깨비시장은 새벽에 나타나 날이 밝으면 사라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새벽 4~5시부터 시작하여 아침 10시 무렵까지 이어지는데 바로 옆 남부시장과는 경쟁관계이면서도 보완관계를 이루는 묘한 관계다. 시장은 매곡교와 싸전다리 사이 남쪽 길가 인도와 그 아래 하천부지에서 열린다. 일대 내륙지방에서 생산된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주를 이루지만 어물이나 공산품도 보인다. 추석 대목장을 넘긴 9월 중순에는 자연산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많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주 주위의 진안과 장수 일대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능이는 1킬로에 15~17만 원 정도고 송이는 30만 원이요.” 한 부부가 능이버섯을 신문지에 깔아놓고 팔고 있는데 서민들에겐 만만찮은 가격을 부른다.

도깨비시장은 채소와 과일이 다양하고 저렴하다.
도깨비시장은 채소와 과일이 다양하고 저렴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바람에 날아갈까 작은 돌을 올려놓은 모습이 정겹다.
바람에 날아갈까 작은 돌을 올려놓은 모습이 정겹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능이로 술 담그면 시끄매! 반주로 딱딱 먹으면 완전 좋아!” “옛날부터 돼지고기 먹고 체한 데엔 능이가 최고지!” “백숙에도 좋고 고기와 같이 볶아 먹어도 좋지!” 먹어보고 하는 소리인지 먹어보지도 않고 하는 소리인지 옆에서 구경하던 손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지며 바람을 잡는다. ‘1능이 2송이 3표고’라는 말이 있는데 정작 시장가격으로는 희귀성에서 앞선 송이버섯이 훨씬 비싸다. 그렇지만 이 말엔 향과 맛이 뛰어난 능이버섯도 송이버섯 못지않다는 뜻, 송이버섯이 제 아무리 좋아도 쉽게 먹기 어려우면 능이버섯만 못하다는 뜻이 담겨있을 것이다.

버섯 좌판을 펼친 문경화(60) 씨는 13~14년 전부터 버섯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버섯 나올 철에만 이곳 도깨비시장에서 판매를 하고 평상시에는 진안장, 무주장, 장수장 등의 산간지방 5일장을 다니는데 주품목은 생활용품과 잡화다. 본업을 잠시 미루고 버섯 약초꾼으로 외도하는 기간은 기껏해야 백로 무렵부터 시작하여 한 달 정도다.

진안 장수 등지 산간지방에서 나온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진안 장수 등지 산간지방에서 나온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버섯철에만 나온다는 문경화 씨.
버섯철에만 나온다는 문경화 씨.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접하는 능이요리는 대부분 값이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한다. “중국산은 흙이 없어 깨끗하고 다듬은 흔적들이 있어. 향과 맛도 완전 다르지.” 의외로 구별하기 쉽다고 했더니 요즘은 일부러 중국산 버섯에 흙을 묻히는 장사꾼도 있다는 귀띔이 돌아온다. 모르고도 속고 알고도 속는 세상이다. 버섯 장수 외에도 익혀온 꼬마 고구마를 시식시키면서 손님을 끄는 고구마 장수, 먹을 줄 아는 사람만 사 먹는다는 양하(양애, 양앗간) 파는 장수, 맵지 않은 고추라고 강조하는 고추 장수… 전주 뿐 아니라 전주 외곽도시에서 찾아든 상인들과 장바구니 든 손님들로 가득한 천변은 하루를 여는 새벽시장답게 활력 넘쳤다.

아는 사람만 산다는 양하.
아는 사람만 산다는 양하.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성문밖 시장들이 오늘날 남부시장으로 발전했다.
성문밖 시장들이 오늘날 남부시장으로 발전했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전통의 남부시장과 청년들의 고양이몰

도깨비시장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남부시장이다. 남부시장은 전주성의 남문인 풍남문에서 전주천까지, 천변을 따라 형성되었다. 전주 제일 명소인 한옥마을과도 가까워 관광객들도 자주 찾아드는 곳이다. 전주천을 가로지르는 싸전다리나 매곡교에서는 남부시장의 흘러간 역사를 유추해볼 수 있다. ‘싸전’이라는 다리 이름은 쌀 시장이 성행했음을 말해준다.

매곡교는 연죽다리, 연죽교로도 불리곤 했는데 이 또한 연초와 장죽(담뱃대)을 주로 파는 시장이 있어서 유래된 이름이다. 매곡교 위쪽의 완산교에선 소금시장도 열렸고 매곡교 일대 하천부지에서는 제법 큰 규모의 우시장이 형성되기도 하였으니 이 동네시장 내력이 짱짱하다. 남부시장은 향토음식의 메카이기도 하다. 서민들이 오랜 시간 즐겨왔던 별미를 맛볼 수 있는데 콩나물국밥과 순대, 팥죽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콩나물국밥은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이라는 하나의 표준을 만들어냈다.

남부시장 삼번집 콩나물국밥.
남부시장 삼번집 콩나물국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문열기 전 남부시장 청년몰.
문열기 전 남부시장 청년몰.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남부시장 2층에는 청년몰이 조성되어 있다. 2011년에 생겨 ‘국내 최초’의 타이틀을 지녔다. 이색 음식점과 카페, 기념품점, 공방, 책방 등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다양한 업종들이 입주해 있다. 남부시장 청년몰의 사례가 전국으로 퍼져갔을 정도로 한때 유명세를 탓으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곳 역시 많이 위축이 되었다. 그럼에도 텅텅 빈 다른 지역의 청년몰과 달리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에 의해 그런대로 정상 운영이 되고 있다.

청년몰 입주 업소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이른 시각, 한가롭게 구경을 하다 문을 열고 있는 청년 사장과 눈이 마주쳤다. 이번 주 주말에 개업할 예정이라 막바지 준비 때문에 일찍 나왔다는 권윤(38)씨는 ‘호기스(Hoagies)’라는 간판을 단 그의 가게를 미국식 샌드위치 바로 소개했다. 멕시코에서 5년간 주재원으로 근무한 해외 경험을 살려 외국식 샌드위치를 팔 계획으로 입주했단다. 주 메뉴는 바게트에 얇게 저민 햄과 버터를 채워 넣은 ‘잠봉뵈르(Jambon Beurre)’인데 짭짤한 풍미가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역시나 평범치 않으면서도 톡톡 튀는 젊은 감각이 느껴진다.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 개업을 준비중인 호기스 대표.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 개업을 준비중인 호기스 대표.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9년차 베테랑인 남부시장 청년몰의 연희공방 이연희 대표.
9년차 베테랑인 남부시장 청년몰의 연희공방 이연희 대표.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전통매듭공방인 연희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희 씨는 9년차 청년몰 베테랑이다. 한옥마을 방문객이 천만 명을 넘어가던 활황기와 코로나 사태로 치명타를 입었을 때를 모두 겪었다. 다행스럽게 지금은 코로나 후유증을 벗어나고 있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2층 청년몰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많다. 젊은 사장들이 대체로 고양이를 좋아하는데다가 손님들 반응도 좋아 청년몰의 상징처럼 되어가고 있다. 이 참에 행정스럽고 건조한 ‘청년몰’이라는 이름 대신에 ‘고양이몰’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차별화된 콘셉트가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남부시장 고양이들은 이슈와 함께 남부시장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 홍보대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고양이가 많아 고양이몰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고양이가 많아 고양이몰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쪽지>

맛집

보통의 콩나물국밥은 콩나물과 밥 그리고 갖은 양념에 계란을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데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은 수란이 따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펄펄 끓여 나오는 보통의 콩나물국밥에 비해 국물 온도도 적당히 뜨겁다. 현대옥과 삼번집 그 외 조점례남문피순대, 동래분식 (팥죽)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청년몰

남부시장 청년몰 맛집 백수의 찬
남부시장 청년몰 맛집 백수의 찬.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백수의찬’은 청년몰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7년째 전화번호도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

도깨비시장, 남부시장 주차장

주소 전주시 완산구 전동 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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