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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호수 따라 발길 닿는 대로 느릿해져 아름다운 충주 여행
호수 따라 발길 닿는 대로 느릿해져 아름다운 충주 여행
  • 권선근 객원기자
  • 승인 2022.10.17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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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가을 산이 빚어내는 풍경이 멋진 충주호.
호수와 가을 산이 빚어내는 풍경이 멋진 충주호.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충주] 소백산맥의 기암괴석이 남한강 물줄기를 만나 역대급 풍경을 펼쳐놓은 충주호가 흐르는 충추는 가족끼리 산책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강원도에서 넘어온 남한강 물결이 느릿해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 충주에서 만나는 물길과 시장 풍경. 충주호에는 뛰어난 자연경관과 중원문화유적을 즐길 수 있게 8가지 코스로 조성된 ‘풍경길’이 있다.

그중 ‘종댕이길’은 단연 으뜸이다. 그리 힘든 오르막이 있지도 않고, 바위를 타고 넘을 일도 없으니 쉬엄쉬엄 걸으며 숲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충주 시민은 물론 여타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명품길이 되었다. 친환경 녹색길인 종댕이길 중 이번 여행 코스인 제1코스는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충주호를 오른쪽에 두고 걷는데, 호수와 가을 산이 빚어내는 풍경이 깊고도 은은해 걷는 내내 청량하고 상쾌하다.

종댕이길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책길이다.
종댕이길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책길이다.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호수와 가을 산이 빚어 낸 풍경, 종댕이길

종댕이길의 출발점은 ‘마즈막재’ 정상의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종댕이길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 따라 나오는 오솔길을 걸으면 된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산책길을 만들어 놓은 종댕이길에는 잔잔한 볼거리도 많다. 제1 조망대에 서면 깨끗한 충주호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코코넛 재질 매트에 노랑꽃창포, 달뿌리풀, 갯버들 등 친환경 소재로 조성한 물 위에 떠 있는 별모양의 인공수초섬을 만난다.

충주 출신인 신경림 시인의 <별을 찾아서>라는 시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수초섬은 일상의 잡념을 버리고 사색에 잠긴다는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섬 중앙의 조형물은 세종 15년(1433년)에 제작돼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던 혼천의 모양을 살렸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나지막한 종댕이 고개를 만난다. 종댕이 고개는 한 번 넘을 때마다 건강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오르락 내리락 해볼까 마음먹게 된다.

종댕이길 최고의 전망대인 밍계정.
종댕이길 최고의 전망대인 밍계정.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종댕이길의 반환점인 출렁다리.
종댕이길의 반환점인 출렁다리.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종댕이 고개를 지나 자리잡은 정자인 밍계정은 충주호의 탁 트인 정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종댕이길 최고의 전망대다. 고개를 넘으며 가빴던 숨을 고르고 가을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윤슬(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보고 있으면 드문드문 충주호를 오가는 유람선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된다. 호숫가를 걷는 길은 종댕이길 중간에 놓인 출렁다리에서 끝이 난다. 주황색의 다리는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경치를 연출한다. 마즈막재 시작부터 출렁다리를 지나 다시 마즈막재로 돌아오는 종댕이길은 그리 무리하지 않게 다닐 수 있어 가족여행 코스로 안성마춤이다.

활옥동굴 입구.
활옥동굴 입구.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힐링과 모험을 동시에! 활옥동굴

마즈막재에서 충주호수로를 따라 남산 방면으로 가다 보면 10분 거리에 활옥동굴이 있다. 종댕이길에서 땀방울이 돋았다면 활옥동굴에서는 오싹 한기를 만난다. 활옥동굴은 1922년 일제 강점기에 개발한 국내 유일의 활석 광산을 2019년 관광자원으로 재탄생시켜 문을 연 인공동굴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은 약 100년 동안 활옥, 백옥, 활석 등을 채굴했던 곳이다. 기록상 길이 57㎞, 비공식 기록으로 87㎞에 이르는 동양 최대 규모의 광산동굴이다. 활옥동굴 내에는 18개의 관람 포인트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광산의 흔적을 보여주는 광물을 위, 아래로 운반하는 기계인 500마력의 권양기, 동굴이 품어 발효시키는 농작물을 키우는 동굴농원 등 볼거리가 많아 천천히 둘러보는 데만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동굴농원에는 LED 수경재배법으로 물고추냉이와 버섯이 자라고 있다. 동굴 출구에 있는 기프트숍에서 직접 기른 고추냉이를 구매할 수 있다.

활옥동굴 내부의 LED로 만든 조형물들.
활옥동굴 내부의 LED로 만든 조형물들.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동굴에서의 카약은 신나는 모험이다.
동굴에서의 카약은 신나는 모험이다.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여느 동굴과 다르게 백색 모암이 많아 우윳빛을 띠며 밝고 은은해 보이는 활옥동굴 내부에는 LED 조명을 설치해 어둡고 칙칙한 동굴의 느낌을 환하게 바꿔놓았다. 무지갯빛을 밝힌 조형물을 설치해 동굴에서만 즐길 수 있는 빛의 축제가 아이들의 눈길을 한껏 사로잡는다. 야광벽화 등 광산의 흔적을 체험하고 동굴 보트장에서 투명 보트를 즐기는 등 건강한 휴식과 힐링을 맛볼 수 있는 모험이 가득하다.

활옥동굴에서 인기를 끄는 체험 중 하나는 카약을 타고 암반수가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따라 동굴 내부를 둘러보는 것이다. 모두 150m의 구간을 돌며 물속에 있는 황금송어와 철갑상어를 만나는 경험은 동굴탐험의 재미를 더한다. 카약은 2인승과 3인승이 있으며 입장권을 미리 구매해야 한다.

5개 시장이 연결된 충주 전통시장.
5개 시장이 연결된 충주 전통시장.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대장간부터 순댓국까지 없는 것이 없다! 전통시장 투어

어느 곳이든 전통시장을 방문해보면 그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다. 충주 역시 마찬가지다. 충주천을 따라가다 보면 5개 시장이 연결되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큰 전통시장을 만날 수 있다. 자유시장, 무학시장, 공설시장, 충의시장, 풍물시장으로 이어진 전통시장을 거닐다보면 다양한 노포를 만나는 재미가 남다르다.

5일과 10일에 열리는 오일장은 볼거리가 더욱 많다. 5개의 시장 중 자유시장, 무학시장, 공설시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무학시장은 채소, 생선, 닭고기 등을 주로 판매하는데 순대만두골목이 유명하다. 이곳의 순댓국은 시래기를 듬뿍 넣어 담백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순대·만두 골목은 주머니 가벼운 이도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충주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삼화대장간을 지키는 김명일 명인.
삼화대장간을 지키는 김명일 명인.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무학시장과 자유시장에서 멀지 않은 누리장터에는 삼화대장간이 있다. 삼화대장간은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3호 야장(대장장이)이 하루 종일 뜨거운 풀무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든이 넘은 김명일 명인이 지금도 대장간을 지키는 이유는 그 명맥을 잇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한때는 인부 5~6명을 거느릴 정도로 잘나갔지만 1990년대 들어 공장식 대량생산과 값싼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이젠 홀로 대장간을 지키고 있다. 전통 대장간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한 삼화대장간의 시그너처는 복조리에서 착안해 김 명인이 만든 복호미다. 손안에 답삭 들어오는 크기지만 그만큼 귀엽고 친근감을 더한다.

40년째 국수를 만들고 있는 무학국수.
40년째 국수를 만들고 있는 무학국수.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직접 반죽하고 국수를 만들어 말리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는 시장풍경이다.
직접 반죽하고 국수를 만들어 말리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는 시장풍경이다.
무학국수.
무학국수. 사진/ 권선근 객원기자

자유시장의 다른 끝에는 40년째 국수를 만들고 있는 무학국수가 있다. 소면, 칼국수, 메밀국수를 파는 이 집의 국수는 여러 번 틀을 돌려서 자연 바람으로 말리기 때문에 쫄깃함이 남다르다. 요즘은 콩가루를 넣은 국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를 잇고 시간을 품은 점포들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진다. 시래기순댓국 한 그릇 먹은 뒤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해 보고 손국수를 구매할 수 있는 충주의 전통시장은 기대하지 않은 뜻밖의 추억을 선사한다.

INFO 충주호 종댕이길

1코스 종댕이길 안내소(마즈막재) → 종댕이오솔길 → 생태연못 → 제1조망대 → 밍계정 → 제2조망대 → 출렁다리 → 숲해설안내소 → 종댕이길 안내소(마즈막재)

거리 7.3km, 3시간 소요

주소 충북 충주시 종민동 산 84-1

INFO 활옥동굴

운영시간 11~3월 09:00~18:00/ 4~10월 09:00~18:30/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10,000원/ 청소년 9,000원/ 유아 8,000원/ 카약 탑승료 3,000원

주소 충북 충주시 목벌안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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