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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속닥속닥’ 자작나무 숲이 부르는 소리, 인제 힐링 여행
‘속닥속닥’ 자작나무 숲이 부르는 소리, 인제 힐링 여행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2.12.15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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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겨울에 더 매혹적인 자자나무 숲.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인제] 자작나무 숲은 겨울에 더 매혹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흰 눈이 소복소복 내려앉아 백옥보다 더 희게 빛나는 나무들.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인제 자작나무 숲길을 걸었다. 밤새 내린 눈에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쌓인 눈이 쉬이 녹지는 않을 테지만 자작나무 숲의 설경을 빨리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불거리는 산길을 넘어 자작나무 숲에 닿고 보니 먼저 온 이들로 주차장이 꽉 찼다. 자작나무 숲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 그 모두를 산은 넉넉한 품으로 받아주고 있었다. 

산림청에서 조성한 인제 자작나무 숲까지 임도를 따라 걷는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새하얀 자작나무와 이국적인 설경
탐방로 입구에서 산 중턱에 있는 자작나무 숲까지 원정 임도와 원대 임도 두 갈래 길로 나뉜다. 눈이 많이 쌓이면 원대 임도는 통제된다. 원정 임도는 약 3km 가량 이어지는데 길도 넓고 완만한 오르막 구간이라 크게 힘들지 않다. 하지만 아이젠 없이는 걷기 힘들다. 자칫하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어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챙겨야 한다. 출발 전 신발에 아이젠을 꽉 조여 맨 후 든든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설원 지대로 변한 길은 걷는 내내 겨울 숲의 정취로 가득하다. 소나무와 침엽수들이 가지마다 눈을 얹고 있고, 바람이 한 번씩 흔들고 갈 때마다 소복하게 쌓여 있던 눈이 흩뿌려지며 보석처럼 빛난다. 다이아몬드 알갱이들이 쏟아지는 것 같은 풍경에 황홀한 기분이 되어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지루할 틈이 전혀 없다.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되었을까. ‘자작나무 숲 진입 코스’란 푯말을 따라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자작나무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바람에 날린 눈가루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람 둘이 지나다닐 정도로 작은 오솔길은 안쪽 깊숙이 들어설수록 더욱 그윽해진다. 소나무 사이로 하얀 자작나무들이 띄엄띄엄 보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온통 흰빛을 두른 숲이 펼쳐졌다. 산속에 이런 숲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동화책 속 겨울 왕국이 강원도 인제로 옮겨온 것은 아닐까, 터무니없는 상상을 할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언덕진 비탈에도 자작나무들이 빼곡해 순백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어디서부터 숲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 그저 하얗게 보일 뿐이다. 겨울 산은 무조건 눈꽃이라고 여겨왔는데, 눈꽃이 아니어도 자작나무 숲은 충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희디 흰 자작나무만으로도 이국적인 설경이 완성되니 말이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흰 숲에 세워진 숲속교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소나무 숲이 자작나무 숲이 되기까지
나무껍질이 희고 얇은 자작나무는 국내에서 흔한 수종은 아니다. 한대성 기후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다 보니 북유럽과 러시아, 캐나다 등지에 많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북이나 고산 지역인 강원도 산간에서 드물게 보인다. 인제 자작나무 숲은 산림청에서 조성한 국유림으로 1974년부터 20여 년간 자작나무 약 70만 그루를 조림해 가꾸어 온 곳이다. 원래 소나무 숲이었지만 솔잎혹파리로 인해 병충해가 심해 소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오랜 기간 출입을 제한하고 자연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온 결과 이처럼 아름다운 숲이 탄생되었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 명품 숲이다.

숲 안에는 정자처럼 지은 숲속교실과 전망대, 인디언 집 등이 세워져 있다. 자작나무를 얹어 만든 인디언 집을 제외한 시설들은 일반 목재를 사용해 만든 터라 흰 도화지에 덧칠을 한 것처럼 무척 도드라져 보인다. 그중 인디언 집은 자작나무 숲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독특한 명소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자작나무 숲을 궁금해하고 찾아오는 발걸음이 늘어났다. 인기 포토존답게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작나무 숲은 일반에 개방되기 전에 유아 숲 체험장으로 이용되었는데 지금도 아이들이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는 최고의 학습 놀이터로 손색이 없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근사한 사진을 안기는 포토존.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인디언 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자작나무 숲에서 꾸는 백일몽
곧게 자란 자작나무는 거인이 땅에 꽂아둔 마른 양초처럼 보이기도 한다. 옛적에 초가 귀했을 때는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처럼 썼다고 하니 더욱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자작나무란 이름도 불쏘시개로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는데 알고 나니 숲이 더욱 정겹고 사랑스럽다.

솜털처럼 흩날리던 눈이 완전히 그쳤는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눈밭에 드리워진 겨울 햇살이 한낮에 꾸는 달콤한 꿈같다. 숲속 여기저기 흩어져 백일몽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자작나무들도 낙엽 하나 없이 맨 나뭇가지만 남기고 홀가분하게 계절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인다. 

자작나무 숲 주변에는 천연림을 탐방하는 치유 코스와 숲속 계곡과 임도를 함께 탐방하는 탐험 코스, 원대봉 능선을 따라 자작나무 숲을 탐방하는 힐링 코스 등 가볍게 트레킹을 즐기는 코스가 여러 개 있다.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얼면 원대 임도와 몇몇 코스는 통제되기 때문에 탐방 전에 미리 문의하는 것이 좋다. 탐방로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자작나무 숲까지 다녀오는데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입산 시간에 맞춰 가야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INFO 인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760
입산 시간 동절기 09:00~14:00 
휴무일 매주 월, 화요일(매년 3월 2일~4월 30일 산불조심기간 입산 통제)
문의 033-463-0044 

 

사진/
인제 8경 중 하나인 합강정.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수하는

합강정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 221-13

인제 8경 중 하나로 이 지역에 최초로 세워진 정자이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만나 합강을 이룬 곳에 자리해 합강정이라 이름 붙여졌다. 1676년 숙종 때 건립되었으며 화재로 소실된 것을 영조 때 다시 건축했다. 지금 모습은 1996년 국도 확장 공사로 철거한 것을 2층 목조 누각으로 복원한 것이다. 정자 뒤쪽에는 독특한 형상의 미륵불을 모신 작은 누각이 있으며 <목마와 숙녀>로 유명한 인제 출신 시인인 박인환 시비도 세워져 있다. 

따끈한 황태국 한 그릇, 용대식당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인제군을 대표하는 특산품 가운데 하나가 황태다. 그 덕분에 인제 어디를 가나 황태로 만든 음식들을 쉽게 맛볼 수 있다. 미시령 터널로 가는 도로변에 인접한 용대식당은 담백하고 깔끔한 황태해장국을 내놓는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마치 곰국처럼 진하고 구수하다.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깔나 금세 한 그릇이 비워진다.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미시령로 13  
문의 033-463-3456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언 몸을 녹이는 자작나무숲의 투데이 카페

탐방로 입구에 자리해 입산 전이나 하산 후에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몸을 녹이기 좋다. 커피와 유기농 허브티를 비롯해 직접 만든 대추차와 단호박 식혜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간단한 디저트로 강원도 감자빵과 자작나무를 본떠 만든 수제 쿠키를 곁들이면 좋다. 한쪽에 자작나무로 만든 공예품들이 진열되어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70   
문의 0507-144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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