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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칠산바다 그 화려했던 날들 속으로, 부안 위도
[마을따라 마음따라] 칠산바다 그 화려했던 날들 속으로, 부안 위도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2.12.1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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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위도 띠뱃놀이.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안] 음력으로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한다. ‘바를 정(正)’ 한자를 쓰는 것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을 바로잡으라는 뜻일 게다. 양력 1월에 마음먹은 굳은 결심이 작심삼일처럼 흐트러지고 있다면 음력 1월에 다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면 된다. 위도 띠뱃놀이가 열리는 부안군 위도로의 섬 여행은 마음을 새롭게, 바르게 하는 정월 여행지로 제격이다. 

위도 앞바다를 칠산바다라고 한다. 칠산바다는 영광군 칠산도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영광에서부터 부안 위도를 거쳐 넓게는 고군산군도 밑 해역까지를 말한다. 칠산어장이라고도 하는데 큰 규모의 조기 파시가 열렸던 황금어장의 대명사다. 오죽하면 조기도 칠산바다 물을 먹어야 알을 밴다는 말이 있었을까. 

파장금항 전경.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서해훼리호위령탑. 위도 뱃길은 과거 끔찍했던 해난사고의 현장이기도 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황금어장 조기 파시의 현장, 파장금항
위도의 관문은 파장금항이다. 여객선에서 내리면 고슴도치 두 마리가 마중 나와 있다. 위도가 고슴도치처럼 생긴 섬이라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를 쓰는데 착안하여 조성한 조형물이다. 살아서 자체 번식을 하는 건지 수년 전부터 섬 곳곳에 다양한 모습의 고슴도치 조형물들이 많이 생겼다. 

파장금은 옛 조기 파시의 근거지였다. 파시는 바다 위에서 열리는 대규모 수산시장이다. 위도의 조기 파시는 연평도의 조기 파시와 더불어 나라 안에서 꽤 명성을 날렸다. 4월 초순에서 하순까지 이어지는 파시 기간에는 한국과 일본의 어선 천여 척이 넘게 몰려들었고 거기 딸린 어부들도 5천여 명이 넘어 파장금 전체가 들썩거렸다. 주머니가 두둑한 어부들을 상대하느라 술집, 요릿집과 여관 등이 불야성을 이루었고 그곳에 종사하는 아가씨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그 시절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50년 전 이야기다.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옛 조기 파시의 영화를 보여주는 파장금마을의 뒷골목.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위도까지는 격포항에서 뱃길로 50분 거리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위도는 풍요의 섬이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조기를 말린 굴비는 ‘영광굴비’가 독보적인데 그 명성 또한 위도에서 유래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이후 칠산바다에 ‘물 반, 고기 반’이었던 시절엔 위도가 영광 땅이었고 지금처럼 부안군 섬이 된 것은 1963년 이후다. 파장금에는 옛 조기 파시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반듯한 식당들 사이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옛 영화를 알 수 있는 빛 바랜 흔적들이 즐비하다.

삼오정, 인천관, 협동상회, 다복상회 그리고 희미한 글씨의 미장원과 여인숙….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건물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 가건물이거나 간단하게 지었던 것이라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래도 도로변 앞줄은 반듯한 건물들이 화려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백제회관의 여주인은 올해 63세로 칠산바다의 화려했던 날들의 뒷모습만 살짝 봤다고 증언한다.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딴치도 방향에서 떠오르는 해가 칠산바다 물 위에 빛나는 수중일출.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위도해수욕장에 숨어있는 대월습곡의 비경.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내가 18, 19에 섬에 들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아가씨들이 있었어. 조기는 많이 안 나왔어도 삼치는 정말 흔했지.”
파장금이 파시의 현장이라면 진리마을은 위도의 행정중심지이다. 면사무소가 있고 작은 섬 지방임에도 특이하게 옛 관아 건물까지 남아 있다. 비록 동헌 건물만 홀로 덩그러니 남았지만 이순신 장군이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전할 정도다. 

위도의 철 지난 해수욕장들은 특유의 겨울 정취가 매력적이다. 특히 위도해수욕장은 곱고 단단한 모래사장이 아름다워 쉬엄쉬엄 산책하기에 좋다. 위도해수욕장 왼편 갯바위 끝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서의 명성에 어울릴만한 대월습곡이 숨어있다. 마치 커다란 책 한 권을 접어놓은 듯한 독특한 지질형태가 눈길을 끄는데 채석강 느낌의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진짜는 격포 채석강이 아니라 위도 대월습곡이다!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대리마을 원당에서 열리는 당굿.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돈 벌러 가자 칠산바다로 돈 벌러 가잔다, 위도 띠뱃놀이
파장금항에서 약 7km 떨어진 대리마을엔 전통 풍어제인 위도 띠뱃놀이가 전해진다. 매년 음력 1월 3일에 열린다. 띠로 배를 만들어 띄워 보내서 붙여진 이름인데 원당제라고도 한다. 국가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풍어제 중에서 가장 버라이어티하고 감동적이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행사는 원당에 올라 당굿을 시작으로 주산 돌기, 띠배 제작, 용왕제, 띠배 띄우기 순으로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에 관광객들이 제한 없이 참여할 수가 있다.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원당의 당집 모습.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대리마을에서 원당에 올라 당굿을 펼친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눈이 오는 가운데 당굿을 마치고 하산하는 굿패들. 사진/ 김수남 여행 작가

칠산바다와 대리마을을 발 아래 내려다보며 펼치는 흥겨운 원당굿은 천상의 축제 같고 당굿을 마치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또한 마을 부녀자들이 바닷가를 돌며 용왕밥을 줄 때 가래질소리와 같은 주민들의 생생한 민요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위도 띠뱃놀이만의 매력이다.

그러나 가장 압권은 역시 띠배 띄우기다. 마을에서 자라는 띠풀과 나무로 작은 배를 만들고 선원을 상징하는 허수아비 제웅도 만들어 태운다. 그리곤 위도 앞 바다로 매달고 나가서 떠나보내는 의식인데 액운을 실어 내보내는 의미와 함께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비는 주민들의 염원을 담았다. 띠배를 매달고 나가는 어선에서는 흥겨운 풍물과 함께 배치기소리와 술비소리, 가래질소리 등의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위도 띠뱃놀이 중 용왕제 모습.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김수남 사진작가
위도 띠뱃놀이 중 수중고혼들을 위한 용왕밥 던지기.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돈 벌러 가자 돈 벌러 가잔다 연평 바다로 돈 벌러 가잔다. 에 에헤 에헤야 칠산바다에 들어온 조기 우리 배 사공님 애태운단다. 에 에헤 에헤야 우리네 사공 신수가 좋아 오만 칠천 냥 벌었단다. 에 에헤 에헤야 ~”
흥겨운 꽹과리 소리가 칠산바다 겨울바람 사이로 퍼져나가면서 축제는 절정으로 치솟는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전승 노력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분 보유자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81명의 보존회 회원들이 열정적으로 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수관에서 만난 김안수(60) 사무국장은 보존회에서 띠배 미니어처 만들기 체험과 농악·소리 체험 등을 일반인 대상으로 진행하는 등 전승과 홍보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단다. 다만, 70가구 120여 명이 사는 대리마을엔 교회도 1곳 있어서 마을 주민들 중 절반 정도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종교를 떠나 전통민속문화의 하나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지역사회 안팎에서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비수기 섬의 호젓함에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신년 여행의 의미를 더해보는 위도여행, 풍어제 노랫소리처럼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여행쪽지

백은기 기사(좌), 백제회관(가운데), 위도 띠뱃놀이 보존회 사무국장(우). 사진/김수남 여행작가

격포 선착장 위도를 들어가기 위해선 부안군 격포항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약 50분 소요. 포유디해운(063-581-0023), 신한해운(063-581-1997) 두 선사가 번갈아 가며 운항하는데 출발시각이 유동적이라 사전문의가 필수다. 12월 기준으로는 하루 총 4회 운행. 

위도 버스와 백은기 기사 섬 안의 유일한 대중교통으로 빨간색 공영버스가 있는데 여객선 도착 시각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 2005년부터 핸들을 잡고 위도 곳곳을 누비고 있는 백은기 기사는 문화관광해설사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타면 구수한 입담으로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10대째 위도를 지키고 있는 토박이의 내공은 이미 SNS나 인터넷을 통해 많이 소문났다. 올해 위도에서 처음 열린 호박축제에서 추진위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위도 알리기에 열정이다. 010-3658-3875.

위도 맛집 파장금의 백제회관(010-4881-4192)은 회, 해물요리 전문점이다. 특히, 위도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정성껏 만든 백반이 일품이다. 김치도 직접 담근 것을 내놓는데 심어놓은 배추를 꼭 첫눈 맞힌 후에 뽑아 김장을 한다. 추워서 고생이 되어도 그래야 김치가 아삭하고 맛있단다.

대리마을 숙박 해맑은바다펜션(010-5693-7423)은 12명까지도 묵을 수 있는 독채 펜션으로 펜션 바로 아래 논금해수욕장을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 아리울(063-582-1655)도 식사와 숙박을 한다.

위도띠뱃놀이보존회 010-3766-0556 김안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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