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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물관 순례] 백제 무왕대 조성한 왕궁과 후대의 사찰유적, 백제왕궁박물관
[박물관 순례] 백제 무왕대 조성한 왕궁과 후대의 사찰유적, 백제왕궁박물관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1.1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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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상대 기자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에 자리한 백제왕궁박물관.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익산]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에는 백제왕궁박물관이 있다. 백제 무왕대에 조성한 왕궁에서 발견된 유리와 금제품, 도가니와 토기, 백제의 왕릉 등 대표유물 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유물전시와 학생들의 체험활동이 활발한 박물관이다. 

백제의 왕릉터를 입증하는 유품들
익산(益山)이 백제 땅이었다는 사실이야 초등학교만 제대로 다녔어도 다 안다. 그런데 익산에 백제의 왕궁이 있었고, 왕릉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호남고속도로에서 익산시내로 접어들면 ‘백제의 왕도 익산’이란 글씨가 눈에 띈다.

익산 나들목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달리면 왕궁면 왕궁리 백제왕궁박물관이 나온다. 중앙에 큼지막한 3층짜리 검정색 현대건축물이 서 있고, 황금색 현판이 빛나고 있다. 왼쪽으로 널따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언덕 위에 오층석탑이 서 있다. 오른쪽으로 주민들이 살고 있는 탑리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백제왕궁박물관 전경. 사진/ 박상대 기자
사진/ 박상대 기자
왕궁 이후 사찰이 있던 자리에 홀로 서 있는 오층석탑. 사진/ 박상대 기자
오층석탑 뒤쪽에 있는 목탑의 주춧돌들. 사진/ 박상대 기자

“이곳에서 30여 년 발굴한 유물들을 모아 2008년 왕궁리 유적전시관으로 개관했는데, 2015년에 백제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보존가치가 높아졌어요. 2021년에 전시관을 리모델링하고, ICT체험관을 증축하면서 백제왕궁박물관으로 이름을 변경했지요. 지금은 왕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여러 유산을 보전하고,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백제왕궁박물관(이하 박물관)에서 만난 이은석 학예연구사는 교육적 가치와 기능을 강조했다. 본 박물관의 1층은 물론 2층에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곳 있다. 1층에는 백제왕궁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백제왕궁실이 있고, 유물을 어떻게 보관하고 어떻게 옮기는지 알려주는 열린수장고가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백제왕굴박물관 앞에 있는 탑리마을. 백제인들이 터를 잡은 마을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사진/ 박상대 기자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 모습. 사진/ 박상대 기자

왕도(王都)의 조건은 왕궁·왕릉·사찰·성곽(토성) 등이다. 이곳이 왕궁이었음을 입증해주는 유물로 首府(수부) 도장이 찍힌 기와조각이 전시되고 있다. 왕릉터에 사찰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고, 사방으로 성곽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웃 마을에 무왕릉이라는 쌍릉이 있다. 백제왕궁실에서 사진과 유물들을 보며 익산이 왕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체험실과 3D영상관, ‘왕궁의 서가’라는 이름을 가진 독서실과 휴게실, 다양한 고고학 관련 문화재들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밖으로 나가면 발굴체험실이 있는데 이미 여러 유물(팔찌, 귀고리, 목걸이, 그릇 등)을 감춰 두고 학생들이 발굴 체험을 하게 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王宮寺(좌), 首府(우). 사진/ 박상대 기자
백제왕궁 발굴체험식. 사진/ 박상대 기자
사진/ 박상대 기자
디지털로 재생한 백제 왕궁 모습. 사진/ 박상대 기자

백제 왕궁 영상과 발굴한 왕궁 화장실 
2층에는 ICT로 피어나는 백제정원과 어린이디지털 체험실, 가상체험관이 있다. 청소년들이 마치 게임하듯 벽면을 터치하면 새로운 화면이 전개되고, 키오스크를 터치하면 더 깊은 지식과 공간을 접속할 수 있다. 백제 사람들의 식탁과 도가니를 이용해서 유리병을 만드는 방법이 시연된다. VR체험실에서는 먼 옛날 백제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역사뿐만 아니라 첨단과학과 예술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이 화장실입니다. 백제 왕실에서 사용하던 화장실이 발굴되었거든요. 현대 수세식 화장실보다는 못하지만 그 시절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어요. 그 모형인데 아이들이 여기서 실험을 하면서 즐거워합니다.”

VR체험실에서 백제로 역사여행을 떠날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사진/ 박상대 기자
화장실체험. 사진/ 박상대 기자

이 학예사는 화장실에서 발견한 막대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대나무 조각인데 원형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매끈한 막대로 변을 본 뒤를 처리했다는 이야기다. 휴지가 거의 없던 시절이니 뒤를 처리할 때 사용한 물건이다.
발굴할 때 세 갈래 좁은 홈(배수로)이 있어 파고 들어갔는데 곡식 알갱이도 나오고 막대도 나오더라고 한다. 처음엔 곡식 창고나 부엌인 줄 알았는데 배수로 끝지점에 이르니 악취가 심하게 풍겼다. 여러 학자들이 모여 의견을 모은 결과 정화시설이 조성된 백제 왕궁의 화장실이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백제 왕실의 화장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물들. 사진/ 박상대 기자
백제 왕실에서 사용한 변기. 사진/ 박상대 기자

무왕 시대 왕궁이라는 여러 자료들
일제강점기 때 발굴한 이래 100년 만에 재발굴한 익산 쌍릉은 주인이 백제 무왕(武王. 서동. 600~641)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선화공주와 결혼한 후 백제의 부흥을 주도했던 그 왕이다. 성은 부여(扶餘) 씨, 이름은 장(璋)이다. 제29대 법왕(法王)의 아들이며, 제31대 의자왕(義慈王)의 아버지이다.

선대의 두 왕이 1년 남짓씩 집권하다 사망하고, 왕권이 약화 되었을 때 서동(薯童)은 얼떨결에 왕위에 올랐다. 서동은 마(麻)를 캐면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중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선화공주)을 부인으로 맞아들였고, 왕이 된 후 백성들에게 인심을 얻었다. 이후 41년 동안 왕위에 있으면서 수차례 신라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왕권은 안정되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왕궁과 무왕. 사진/ 박상대 기자
사진/ 박상대 기자
1층에서 백제 왕과 왕실 사람들의 의상을 바꿔 입는 환복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무왕은 강화된 왕권에 힘입어 재위 후반기에는 고향인 익산 지역에 별도(別都)를 경영하고, 장차 천도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동시에 왕궁평성(城)을 익산에 축조하고, 익산에 동방 최대 규모의 미륵사(彌勒寺)를 창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왕대에 백제의 수도를 익산으로 옮겼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1976년 일본 쇼레인에서 『관세음응험기』가 발견되었고, “백제 무광왕이 지모밀지로 천도하고 새로 정사를 지어 경영했는데…”라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무광왕은 무왕이고 지모밀지는 익산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발견한 사료가 백제 왕궁을 살려낸 셈이다.

왕궁터에 서 있는 오층석탑
백제왕궁박물관을 찾아간 날씨는 몸시 추웠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눈이 녹은 곳에는 땅이 질척거렸다. 백제 왕궁 건물은 보이지 않고 오층석탑과 부부송이라는 아름드리 소나무 두 그루만 서 있다. 화려했던 왕궁은 사라지고, 성곽을 이루고 있었다는 석죽과 흙담이 복원되어 있다. 역사는 사라지고 복원되기를 반복한다.

왕릉터에서 발굴한 기와 파편들. 사진/ 박상대 기자
성곽 중간에 있던 망루. 돌과 흙으로 쌓았다. 사진/ 박상대 기자

왕궁터에 인적은 없고, 거친 찬바람이 분다. 바람에 실려온 가느다란 겨울 햇살이 적막감이 흐르는 잔디밭을 맴돌고 있다. 까치 두 마리가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에 몸을 숨긴다. 40년 이상 집권한 무왕 시대의 찬란했던 영화는 어디로 갔을까? 국보인 왕궁리 오층석탑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탑에는 이끼가 끼어 있고, 군데군데 퇴색하고 마모된 부분도 눈에 띈다.

옛 모습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높이 8.5m의 오층석탑. 사진/ 박상대 기자

“옛날에 왕궁터에 사찰을 짓는 예가 많았지요. 여기도 제석사가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오층석탑 옆에 목탑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주춧돌들이 있지요.”
이 학예사는 사람들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대부분 사라졌는데, 돌을 재료로 만든 것들은 온갖 풍상을 견뎌내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웃는다. 

어린이디지털체험실에서 백제왕궁을 설명하는 이은석 학예사. 사진/ 박상대 기자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된 계단 옆에 서재가 있고, 1층 아래쪽에 휴식공간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기획전시실에서는 학생들의 그림을 전시하기도 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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