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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제주 이색 박물관 투어] 그리스 신과 제주 돌하르방이 만난다면?
[제주 이색 박물관 투어] 그리스 신과 제주 돌하르방이 만난다면?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01.1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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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제주] 어느 나라든 신화나 전설, 민담 등이 전해 내려오게 마련이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엄연히 존재해온 신들의 세계. 그리스 신화를 테마로 꾸민 박물관과 제주의 수호 석상인 돌하르방을 주제로 만든 미술관을 찾았다. 
 

인간적인 신들의 세계 
그리스신화박물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신들의 석상이 서 있는 올림포스 신전.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유럽 문화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 신화는 지금도 수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세대를 이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오히려 생명력을 더해가는 신비한 이야기들. 최첨단 과학 기술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신화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스 신화가 세계적인 교양인문서로 널리 읽히는 건 신화에 담긴 이야기들이 인간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과 영웅들의 모습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들여다보이며 시기, 질투, 미움, 사랑 등 인간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그리스신화박물관은 인간과 더불어 존재해온 고대 신화의 세계를 엿보는 공간으로 제우스와 아폴론, 포세이돈, 큐피드 등 익숙한 신화 속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전쟁의 신 아레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신화의 세계에 빠져드는 그리스 신화 박물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터널 형식으로 꾸민 포토 스폿.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박물관은 창조관과 올림포스관, 신탁관, 영웅관 등 테마에 따라 나뉘어 있다. 가장 먼저 관람하게 되는 창조관에는 12명의 신이 탄생된 과정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올림포스관은 옛 그리스 신전에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푸른 하늘 아래 새하얀 석상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각 석상마다 신들의 이름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덧붙여 있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증강 현실 세계를 경험하는 트릭아이미술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실감 나게 그려진 신화 이야기.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신탁관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우주로 공간 이동한 기분이다. 수많은 별들 가운데 내 별은 어디 있을까? 반짝반짝 빛나는 조디악 속에 자신의 별자리와 수호신을 찾아보는 재미가 숨어 있다. 뱀의 머리를 가진 메두사를 물리친 페르세우스, 미궁에 갇힌 괴물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의 대결 등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의 모험담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오디세우스의 긴 여정을 지나면 미다스의 손이나 판도라의 상자, 샘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 등 교훈을 남기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별자리를 찾아보는 조디악의 세계.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신화와 역사가 뒤섞인 트로이 목마.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INFO 그리스신화박물관
주소 제주 제주시 한림읍 광산로 942
시간 09:00~18:00,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9,000원, 소인(19세 이하) 8,000원
문의 064-773-5800
 

관람 TIP. 아이들과 방문한다면 여러 가지 미션과 학습 내용이 담긴 ‘그리스신화 원정대’ 스탬프 북을 활용해 보자. 그리스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아테네 시민권을 발급해주는 체험도 눈길을 끈다. 통합입장권을 끊으면 트릭아이미술관도 관람할 수 있다. 어플을 이용하면 AR(증강 현실) 효과가 더해지며 훨씬 재밌고 상상력 넘치는 세계가 펼쳐진다.

섬을 지키는 신령한 석상
돌하르방미술관 

갖가지 표정의 동자석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제주도는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다. 창조의 여신인 설문대할망과 오곡의 신 자청비, 바다를 관장하는 영등할망을 비롯해 수많은 신들이 오래전부터 섬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물론 신령스럽다고 해서 모든 것을 우러러볼 수는 없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신들도 많지만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신이나 잡귀, 악귀 같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돌하르방의 품에 안겨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포토존.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은 수많은 위험과 재앙들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전국 각지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같은 장승이 세워져 있다면 제주도에는 단단한 돌을 조각해 만든 돌하르방이 있다. 본래는 성문 앞이나 마을 어귀에 세워져 있던 것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제주의 마스코트로 더 유명해진 듯 하다.  

표지석의 역할을 하는 돌하르방.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곶자왈 지대에 조성된 돌하르방 미술관은 우거진 숲속에 다양한 돌하르방들을 전시해 놓았다. 수호 석상답게 근엄한 표정에 철통 같은 자세로 서 있는 돌하르방도 있지만 손 하트를 날리는 귀여운 돌하르방도 볼 수 있다. 대부분 김남흥 원장이 직접 돌을 쪼아 만든 작품들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과 몸짓이 모두 다르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세계 평화를 테마로 꾸민 전시물.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다락방처럼 꾸며진 숲속 도서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제주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돌집.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돌하르방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특히 이름에 얽힌 유래가 재미있다. 조선시대 때 제주목과 대정현, 정의현 성문 앞에 커다란 석상이 세워졌는데 이를 옹중석(翁仲石)이라 기록한 문헌이 있다. 민간에서는 우석목, 무석목, 벅수머리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돌 할아버지 같다 해서 ‘돌하르방’이라 불렀다고 한다. 부릅뜬 눈이 익살맞고 친근해진 것도 이때부터였을 거다. 긴 세월 갖은 위협에서 사람들을 지키고자 세워졌던 석상들은 이곳에서 더없이 평화롭게 보인다. 이젠 우리 스스로 평화 수호자가 되어 지켜가야 한다고 당부하는 듯 보인다. 

노래하는 모습의 돌하르방이 재밌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INFO 돌하르방미술관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북촌서1길 70
시간 09:00~17:00, 연중무휴
입장료 성인 7,000원, 소인 5,000원  
문의 064-782-0570
 

관람 TIP. 김남흥 원장은 원래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이다. 미술관 입구에 회화 작품을 전시한 상설 공간이 있다. 위층은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져 있다. 풀숲에는 작은 동자석들도 있다. 무덤가에 세워지는 동자석은 망자를 지키는 또 다른 수호신으로 제주도 사람들의 죽음과 내세의식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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