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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숙취해소와 입맛 살려주는 최고 생선, 아귀찜 & 아귀탕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숙취해소와 입맛 살려주는 최고 생선, 아귀찜 & 아귀탕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3.1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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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여수 아귀 한상 차림. 사진/ 박상대 기자 

[야행스케치=여수] 참 못 생긴 생선 아귀. 못 생겨도 맛은 좋다는 생선. 여수에 가면 아귀찜이나 아귀탕을 꼭 먹어봐야 할 것이다. 장거리 여행에 지친 여행자의 입맛을 확 살려준 여수 아귀찜을 맛보고 왔다.

여수 사람들이 선호하는 생물 아귀
서울 사람들한테 “아귀찜 맛있는 고장”을 물으면 마산이나 통영을 먼저 말한다. 그런데 여수를 아직 안 가본 사람들 이야기다. 여수 수산시장과 여객선터미널 부근, 오동도 입구나 시청 로터리 인근, 구 도심 거리에도 아귀요리를 파는 음식점들이 자주 눈에 띈다. 전라도 ‘아짐’들의 손맛이 곁들여진 아귀찜이나 아귀탕은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수 아귀는 여수 국동항 위판장에서 아침마다 거래가 이루어진다. 사진/ 여행스케치
아귀는 겨울을 나고 봄에 산란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여수에서는 아귀를 ‘아구’라고 부른다. 이중모음을 잘 구사하지 않는 남도 사람들의 표현법이다. 여수에서는 자연스럽게 아구찜이나 아구탕이란 호칭이 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여수시 국동항 수협위판장에는 이른 아침에 각종 생선 경매시장이 열린다. 아귀도 수십 박스에서 수백 박스씩 팔려나간다. 아귀요리의 성패는 아귀를 고르는 눈에서부터 시작된다.

아귀는 제주도 서귀포와 부산 앞 먼 바다에서 잡힌다. 일본 홋가이도와 대만 인근에서도 잡힌다. 태평양 연안에서 잡은 경우도 있지만 여수항까지 오지 않는다. 아귀요리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식당에서는 먼 바다에서 잡은 뒤 냉동시킨 생선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귀는 못 생겼다. 그러나 맛이 좋고 영양도 좋다. 사진/ 여행스케치

“위판장에서 일하는 단골 경매사가 건강하고 살찐 아귀를 잘 골라 줍니다. 좋은 아귀를 가져와야 조리실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요. 재료가 먼저, 정성은 나중입니다.”
3년째 아귀요리를 판매하고 있다는 최지훈 사장(미평동 황금아구)은 싱싱한 아귀를 구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최 사장 말은 싱싱한 생물 아귀와 냉동한 아귀는 조리해 놓았을 때 맛이 다르다는 것. 생물은 살이 쫀득하고 냉동은 살이 퍽퍽하다.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아귀살

아귀는 주로 암초나 해조류가 무성한 해저에 서식하며 봄철에 산란한다. 몸은 갈회색 표피에 연한 청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입이 유난히 큰데 머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아래턱이 매우 발달해 있으며 양턱에는 뾰족한 이빨이 가지런히 나 있다.

아귀탕은 무와 콩나물에 이어 미나리를 넣어서 끓인다. 사진/ 박상대 기자
아귀찜은 따뜻한 밥에 비벼 먹으면 더 맛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아귀는 육식성이라 뱃속에서 통째로 삼킨 물고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 먹고 가자미 먹는다’라는 말이 생겼다. 일거양득이 따로 없다.음식을 조리할 때는 껍질을 벗기고, 지느러미를 잘라낸다. 날카로운 이도대부분 잘라낸다. 아귀는 주로 세 가지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아귀찜, 아귀탕, 아귀숙회. 아귀는 익혔을 때 살이 탱글탱글하고 씹으면 쫄깃하다. 맛은 담백하고, 육즙이나 감칠맛을 느끼기 어렵다. 때문에 주로 진한 양념과 곁들이는 찜요리를 가장 선호한다.

데친 콩나물과 익힌 살코기, 그리고 갖은 양념과 미더덕 등을 버무린 아귀찜은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한다. 애주가들은 아귀찜에 소주를 마시면서 세상에 부러울 것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양념과 콩나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온몸에 기운이 불끈 솟는다.

아귀숙회는 아귀살과 뱃살, 그리고 간(애)을 고춧가루 없이 익힌 음식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아귀탕은 파뿌리와 다시마, 야채 등을 넣고 끓인 맑은 육수에 살코기를 넣고, 무와 대파, 콩나물, 청양고추를 넣어서 끓인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을 때 미나리를 넣고 잠시 두면 미나리의 숨이 죽는다. 미나리를 건져 고추장이나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숙회는 적당히 익힌 대창과 뱃살, 꼬리살, 간(애)을 찜틀 위에 놓고 따뜻하게 먹어야 제맛이다. 아귀의 간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있어 별미로 꼽힌다. 간은 간장이나 소금을 찍어서 먹으면 좋다. 그런데 간은 싱싱한 생물 아귀를 사용할 때만 숙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100명에게 맛보이고 판매 개시한 아귀요리

여수에서 음식맛을 잘 안다는 식도락가가 추천한 미평동 아귀전문 식당 황금아귀를 찾아갔다. 추천인은 반드시 예약하고 가라고 했다. 장소가 넓지 않고, 당일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음식을 맛볼 수 없다고 한다.

“순전히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이론입니다. 아귀 전문 음식점을 개점할 때 약 100명한테 맛을 선보였습니다. 냉동한 것과 생물을 따로 조리하고, 양념과 야채의 종류, 익히는 시간 등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지금의 맛을 찾을 수 있었어요.”

황금아구 최지훈 사장. 사진/ 박상대 기자
아귀찜은 콩나물을 아삭아삭하게 살리는 것이 기술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아귀탕은 시원한 국물맛이 그만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최 사장은 작은 공간에서 당일 준비한 재료를 다 소비할 때까지만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그래서 예약이 필수다. 이 집은 최사장 부부가 아귀요리를 만들고, 나물과 반찬은 어머니가 만든다. 어머니는 30년 남짓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인 조리사 출신이다. 몸에 좋은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손가락이 기억하고 있다.

아귀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 등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으로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고, DHA 성분이 풍부하여 뇌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치매 예방이 필요한 노약자와 두뇌 노동이 많은 수험생의 건강식으로 좋다는 이야기다.

아귀숙회는 싱싱한 아귀를 사용해야 대창과 간을 넣어 조리할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수시 미평동에 있는 황금아구. 사진/ 박상대 기자

각종 비타민은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켜주고 혈행을 좋게 하여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때문에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아귀는 타우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타우린은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고, 기력회복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그리고 아귀에 함유된 철분, 인 등은 빈혈을 예방하여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아귀는 여러 야채와 함께 먹으면 식이섬유가 보충되어 좋으며, 특히 무와 함께 먹을 경우 무가 아귀의 소화를 돕기 때문에 서로 궁합이 좋다고 한다. 또한 다량의 콜라겐이 들어있어 피부미용에 효능이 있다고 하니 아귀는 더할나위 없는 몸에 좋은 생선이다.

여수 서대회무침. 사진/ 박상대 기자

쌀밥에 비벼 먹는 서대회무침
서대회는 여수의 대표적인 회다. 가자미목에 속한 물고기 서대는 서대기, 설어(舌魚)로 쓰였다. 서대는 얼핏 보면 가자미랑 너무나 닮았다. 몸이 옆으로 납작하고 비대칭이며, 2개의 작은 눈이 머리의 한쪽에 있다. 성체는 몸길이가 12∼40㎝에 달하며, 주로 남해와 서해에서 서식한다.

서대는 서남해에서 매년 4월 조기를 잡을 때 함께 그물에 들어온다고 한다. 서대류는 회무침을 만들어 먹거나 구워서 먹는다. 간혹 찌개를 끓여서 먹기도 한다. 봄이면 여수시내 수많은 음식점에서 서대회를 판매한다.대부분 막걸리식초를 사용하여 회무침을 만든다. 봄철이 제철이며 회무침을 하얀 쌀밥에 비벼 먹으면 바다를 먹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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