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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사진 맛집] ‘떠남’을 부추기는 봄이 깃든 풍경
[사진 맛집] ‘떠남’을 부추기는 봄이 깃든 풍경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03.13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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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절벽에 형성된 바람의 언덕.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서울> 따스한 봄바람에 마음이 들썩인다. 파릇파릇한 숲길과 푸른 바다, 옛 마을에 스며든 싱그러운 기운을 사진 한 장에 담아 보자.

바다, 바람 그리고 풍차
거제 바람의 언덕

전국에 ‘바람의 언덕’이란 이름이 붙은 명소들은 많다. 하지만 거제도에 있는 바람의 언덕만큼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마치 자연이 정성 들여 지은 맞춤옷처럼 언덕에 서면 절로 그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거센 바람은 자꾸만 몸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때론 막힌 가슴이 뚫리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워낙 쉬지 않고 몰아쳐대니 머릿속 잡념들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언덕을 둘러싼 바다와 섬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언덕 위에 풍차가 서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그나마 봄바람엔 마음을 토닥여주는 포근함이 실려 있다. 언덕을 타고 오르는 바람을 맞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제 막 돋아난 푸른 잔디와 그 너머로 새파란 바다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투명한 물 빛과 수평선을 겹겹이 두른 섬들은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사방에 퍼뜨린다. 언덕 위에는 빨간 날개를 단 풍차가 하나 세워져 있다. 여러가지 재밌는 모습으로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이다.

INFO
주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14-47

 

안이 비어 동굴처럼 숨을 수 있는 느티나무 고목.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게 한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어디든 카메라를 갖다 대기만 하면 포토존이 된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소나기’의 주인공처럼
익산 달빛소리수목원

시골길을 따라 먼지를 폴폴 날리며 달려가면 넓은 공터 앞 가정집이 나타난다. 익산에 있는 달빛소리 수목원 입구다. 수목원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습에 대부분 당황하지만 집 옆 언덕길을 오르면 금세 상황이 반전된다. 동산처럼 아담한 규모에 잘 가꿔 놓은 꽃과 나무들이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여린 잎들이 팔랑대고, 연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수목원은 어디든 갖다 대기만 하면 포토존이 된다.

무엇보다 놓쳐선 안 될 곳이 입구에 자라난 거대한 거목이다. 500년이 넘는 마을 당산나무인데 안이 비어 있어 작은 동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옛적엔 ‘첫사랑’ 나무라 불렀다고 하는데, 어린 연인들이 뒷동산에서 몰래 만나다 소나기라도 내리면 느티나무 구멍 안에서 비를 피하며 사랑을 키워 왔다고 한다. 마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처럼 말이다. 사랑의 맹세를 하듯 나무 앞에서 두 손 꼭 잡고 사진을 찍어도 좋을 것 같다.

INFO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천서길 149
시간 10:30~18:00 (월요일 휴무)
요금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문의 063-834-9065

 

대릉원에서 인기 있는 포토 스폿.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연못에 고분의 반영이 비친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봄날의 고분 산책
경주 대릉원

경주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여행지이다. 다만 과거에는 수학여행 코스로 이름을 날렸다면, 지금은 SNS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중에서도 대릉원은 봉긋 솟은 고분군 사이를 산책하는 즐거움에 더해 곳곳에 분위기 있는 사진 포인트가 많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 막 잔디들이 돋기 시작한 고분들은 풋풋함이 가득하다. 고분마다 크기와 형태가 모두 달라 느낌도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수줍은 소녀의 미소처럼 설렘을 주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선 우아하고 기품 있는 기운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황남대총 부근에 있는 3개의 고분이 겹쳐 보이는 곳이다. 가운데 자라난 나무 두 그루가 밋밋한 풍경에 포인트가 되어 준다. 사람들이 많을 땐 적당히 사진을 찍고 난 후 눈치껏 빠져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INFO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31-1
시간 09:00~22:00
요금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
문의 054-750-8650

서로를 감싸안 듯 자라난 회화나무. 회화나무 아래를 지나면 부부가 해로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마을 안에 오래된 고택들이 많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봄빛 따스한 돌담길
산청 남사예담촌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온 선비의 고고한 정신이 마을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경남 지역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남사예담촌이다. 마을을 에둘러 남사천이 휘감아 흐르는 명당에 자리 잡고 있으며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고가(古家) 마을 중 하나이다. 옛적엔 남사마을로 불렸다지만 2003년에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선정되면서 남사예담촌으로 더 알려졌다. ‘마을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예를 다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남사예담촌에는 문화재급을 포함해 고택이 40여 채 정도 모여 있다. 오래된 가옥들이 돌담을 따라 처마를 맞댄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따스한 봄빛이 황톳빛 담장을 환히 비춰주는 길목에 서로 엇갈린 형태로 자란 고목 한 쌍이 눈길을 끈다. 아치를 이룬 회화나무 아래를 지나면 부부가 오래도록 해로한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부부가 아니어도, 봄날의 추억을 남기기 좋은 포토 스폿이다.

INFO
주소 경남 산청군 단성면 지리산대로2897번길 10
문의 070-8199-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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