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여행] 칠산바다에서 잡아온 꽃게, 영광 게장정식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여행] 칠산바다에서 잡아온 꽃게, 영광 게장정식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5.16 09: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이면 법성포에선 간장게장이 인기 메뉴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영광] 진도ㆍ여수ㆍ목포ㆍ영광은 간장게장이 유명하다. 영광 법성포는 조기로 유명해서 사계절 언제 가도 굴비 정식이나 조기 백반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5월이면 법성포에서는 조기보다 꽃게가 더 많이 팔린다. 달콤한 법성포 게장정식을 먹고 왔다.

조기와 함께 먹는 법성포 간강게장
영광 법성포에 다가가자 눈앞에 굴비 말리는 풍경이 그려지고, 코끝에서 굴비 말리는 냄새가 난다. 포구 옆에는 작은 수산시장이 자리를 잡고, 보리굴비와 말린 조기, 반건조한 민어와 박대, 어부들이 잡아온 꽃게 등을 팔고 있다.

좌판의 꽃게는 대부분 암컷이다. 가끔 수컷도 보이지만 암컷이 압도적으로 많다. 봄철에 연안으로 산란하러 접근하는 암꽃게가 많이 잡힌 탓이다. 수족관에 있는 꽃게들은 모두 엎드려 있는데, 나무상자에 담겨 있는 꽃게들은 하얀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다. “왜 눕혀 놓는지 이유는 몰라요. 옛날부터 어른들이 그랬어요.” 꽃게를 파는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꽃게는 사지 않으면서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해서 미안하다.

간장게장은 봄철에 잡힌 암꽃게를 사용하여 만든다. 사진/ 박상대 기자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게장이 먹음직스럽다. 사진/ 박상대 기자

큰길가에 있는 음식점 ‘굴비단길’로 들어갔다. 6년째 굴비정식과 게장정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다. 여행할 때 전문음식점 거리에서는 토박이가 경영하는 음식점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사장에게 습관적으로 슬쩍 여쭈었더니 법성포가 고향이란다. 20대 초반에 엄마 지갑을 털어서 가출했다가 어른이 되어 돌아와서 자매들이랑 음식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부엌에서 반찬을 만드는 일이나 간장게장을 담그는 일, 양념게장을 버무리는 일은 거의 제가 합니다. 상차림이나 설거지 등은 동네 언니들이 거들어 주세요.”
이순례 사장은 서빙을 직접 한다. 음식을 나르고 시중을 들면서 뭐라고 한 마디 거들어야 음식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법성포에서 굴비정식이나 간장게장을 먹을 때면 반찬 15가지 이상이 상에 올라온다. 사진/ 박상대 기자
양념게장은 보통 간장게장용 꽃게보다 작은 것을 사용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간장게장을 먹을 때 조기 매운탕을 맛볼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집집마다 미세한 차이가 나는 간장게장
간장게장은 간장 맛이고, 양념게장은 양념 맛이라고 한다. 간장게장은 주로 봄철에 나오는 암꽃게를 사용한다. 사실 간장게장은 음식점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고, 직접 만들어 먹는 집집마다의 맛도 다르다. 간장ㆍ된장 맛이 다르듯 게장 맛도 다르다. 그것은 만드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싱싱한 게를 구해서 바로 간장게장을 담갔다가 냉동을 시켜놓고 먹고 싶을 때 꺼내서 먹는 집이 있는가 하면, 싱싱한 게를 급랭시켰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게장을 담가 먹는 집이 있다. 진간장을 끓일 때 생강·마늘·다시마 등을 넣고 끓이는데 이때 간장에 넣는 재료가 집집마다 다르다. 소주를 넣기도 하고, 콜라를 넣기도 하고…. 간장을 끓여서 식힌 후 게에다 붓고, 3일 정도 숙성을 시켰다가 다시 간장을 따라내서 끓인 뒤 식은 간장을 게에다 부어놓고 이틀 정도 숙성시킨 후 먹는다.

법성포는 영광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고 할 만큼 수산물이 많이 드나드는 포구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법성포 토박이인 ‘굴비단길’ 이순례 사장. 사진/ 박상대 기자
간장게장의 마무리는 간장을 한 숟가락 떠먹는 것. 사진/ 박상대 기자

“음식 맛은 손맛이라고 하잖아요. 간장게장도 게장을 담는 사람의 손맛이 작용합니다. 음식점들은 서로 그 손맛의 비밀을 가지고 있지요. 간장을 끓일 때 넣는 것, 끓이는 시간, 숙성시키는 시간은 영업비밀이라 잘 안 가르쳐 주죠. 그래서 게장 맛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순례 사장은 간장게장의 숨은 맛은 비밀이라며 웃는다. 꽃게의 주황색 알과 흰 살을 먹고, 게발에 있는 살을 파서 먹는다. 게살만 발라서 비빔밥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다. 간장게장은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게딱지에 남아 있는 알과 국물에다 밥을 비벼 먹으면 고소함이 입가에 번진다.

사돈끼리 식사할 때는 간장게장을 피하라고 했고, 옛날 선비들은 서로 체통을 지키느라 게딱지에 밥을 비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부엌에서 일한 여인들의 몫이었다. 진짜 간장게장은 여인들 차지였다는 사실이 재밌다. 그런데 간장게장을 진짜 좋아하는 고수들은 게딱지 비빔밥에서 멈추지 않는다. 접시에 남아 있는 간장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안을 헹군다. 달착지근한 맛과 향내가 입안에 촉촉이 스며든다.

꽃게는 긴 마름모꼴 등딱지를 하고 있다. 큰 것은 갑각의 길이 10㎝, 너비 22㎝에 달하며 이마에 3개의 돌기가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꽃게의 천적은 불가사리나 문어, 그리고 인간이다. 낙지하고는 서로 천적 관계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꽃게는 몸길이는 8~9 cm이고, 너비는 16~19 cm인 마름모꼴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봄철과 가을철에 꽃게장은 스테미너식
간장게장은 아주 짜지도 않고, 달콤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마지막 게장 국물(간장)을 먹기 전에 밥 한 그릇을 추가한다. 뱃살이 쪄서 걱정인 사람은 간장게장을 먹으면 안 된다. 양념게장은 싱싱한 꽃게를 급랭시켰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양념과 버무린다.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와 액젓, 생강과 다진 마늘, 소주 등을 섞어서 양념을 만든다. 먹기 좋게 자르고, 껍질이 단단하면 다리뼈를 부숴서 양념과 버무린다.

산란기는 6~8월이며 2년생 한 마리가 2만여 개를 산란한다. 대체로 다른 게는 잘 달리지만 헤엄은 치지 못하는데 꽃게는 물속에서 헤엄치고 다닌다. 깊은 바다에 살다가 산란을 위해 연안에 올라와 헤엄치고 다니다 어업인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든다.

일반적으로 가을 꽃게는 꽃게탕으로 끓여 먹는다. 사진/ 박상대 기자
간장게장을 먹을 때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면 별미를 느낄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꽃게의 수명은 3년 남짓이지만 한두 해 자란 개체들이 유통된다. 1년 동안 대략 12차례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은 직후에는 껍질이 잘 깨지고, 2주 지나면 딱딱하다. 허물을 벗은 직후에는 문어나 낙지한테 잡아먹히고 어린 꽃게들은 서로 동족을 잡아먹기도 한다. 꽃게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비만과 고혈압 예방에 좋으며, 키토산이 풍부하여 스테미너를 증진시키고 뼈를 단단하게 한다.

꽃게는 9~11월 가을철 꽃게잡이(수컷) 이후 12~3월까지 넉 달간 금어기, 다시 4월부터 6월말까지 봄철 꽃게잡이(암컷)가 펼쳐진다. 법성포 음식점에서는 철마다 법성포위판장에서 꽃게를 구매하여 냉동창고에 보관한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간장게장과 꽃게탕을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vf2416 2023-10-02 20:26:16
이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생선끊음ㅎ심지어 오뎅까지ㅋ 그런데 희한케도 혈압이136으로 떨어짐ㅎ http://kin.naver.com/qna/detail.naver?d1id=5&dirId=50502&docId=216843816&page=1#answer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