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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통시장 탐방] 강릉사람들의 아침맞이 강릉 새벽시장
[전통시장 탐방] 강릉사람들의 아침맞이 강릉 새벽시장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6.16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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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만 반짝 열렸다 없어지는 강릉 새벽시장을 소개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아침에만 반짝 열렸다 없어지는 강릉 새벽시장을 소개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강릉] 시장의 모습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정기시장인 오일장만 있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을 겨냥한 야시장이 많이 생기고 문화 활동 성격이 더해진 플리마켓이나 프리마켓도 우후죽순이다. 아침에만 반짝 열렸다 없어지는 새벽시장도 있다. 지역에 따라 도깨비시장이나 번개시장으로도 불린다. 번개처럼 열렸다가 도깨비처럼 사라지는 강릉 새벽시장을 소개한다.

강릉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장은 중앙시장과 주문진 수산시장이다. 인터넷이나 SNS에 많이 소개되고 입소문도 많이 나 있어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맛집이 따로 있듯 시장도 현지인들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시장이 있다. 강릉에서는 새벽시장이 그렇다.

남대천의 아침이 분주하다
강릉 새벽시장이 열리는 곳은 남대천 주차장이다. 넓은 주차장 한쪽에 강릉 농산물새벽시장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회원이 아닌 자는 판매 및 상행위를 할 수 없다라는 경고문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어 회원제로 운영됨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곳곳에 빈자리가 있다. 사과를 파는 젊은 청년이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강릉 새벽시장은 판매자들의 공간과 생산자들의 공간이 나뉘어 있단다. 판매자들은 청년처럼 사과를 매입해서 판매만 하는 상인들이고 생산자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농번기에는 생산자들 공간에 빈자리가 많이 생긴다고 한다.

보통의 시장은 그런 구분이 없어서 농산물 구입할 때, 직접 생산한 것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재래시장에 좌판을 펼치고 앉아 농산물을 파는 아주머니들 중에는 전문업자에게 구입해 파는 경우도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인 세상이다. 강릉 새벽시장은 나름대로 그 구역이 각기 구분되어 있다니 지혜로운 운영이고 소비자들로서도 신뢰가 간다.

강릉 새벽시장은 생산자와 판매자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릉 새벽시장은 생산자와 판매자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릉 새벽시장은 남대천 주차장 부지에서 열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릉 새벽시장은 남대천 주차장 부지에서 열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젊은 사과 판매자는 조영수(35) 대표로 올해 경력 10년의 나름 베테랑 상인이다. 사과 하나만 전문적으로 팔기 시작한 것만도 7년이라니 대단한 한 우물정신이다. 바닥에 펼쳐놓은 사과 옆으로는 빈 사과 상자가 수북하다. 묻지 않는다면 직접 농사지어 가져온 과수원 총각처럼 보일 텐데, 설사 묻는다고 해도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고 영업을 위한 거짓말을 할 법도 한데 안동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자신감이 내비친다. 1

강릉의 농산물은 대부분 안동공판장에서 올라오죠. 저는 인터넷도 하지 않고 여기서만 싸게 팔아요. 박리다매 전략이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론 장사가 덜 되는 편입니다.”

농산물새벽시장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곳의 품목들은 채소나 과일 위주다. 물론 수산물 상인도 있다. 손님들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고 가족 단위 쇼핑객들도 보인다. 작은 장보기용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손님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캐리어는 대형마트의 카트처럼 이용할 수 있어 재래시장 이용의 필수 품목이기도 하다. 분위기를 보니 대부분의 손님들이 찬거리를 마련하러 나온 듯하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된 오늘날에 새벽시장에서 장보기라니, 흥미롭기만 하다.

10년 경력의 사과장수 조영수 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10년 경력의 사과장수 조영수 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릉 새벽시장의 풍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릉 새벽시장의 풍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약성 좋다는 엄나무 순을 팔고 있는 상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약성 좋다는 엄나무 순을 팔고 있는 상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제철 과일이나 나물, 강원도 깊은 산에서 나온 약초나 약재는 기본이고 꿀이나 발효청, 두부 등도 보인다. 텃밭 가꾸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모종을 파는 상인들, 예쁜 꽃 화분을 파는 상인들은 여럿이다. 전체적으로 군산이나 전주의 새벽시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아기자기함이 있고 강릉사람들의 아침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새벽시장에서도 여전한 강릉 두부의 인기
강릉 새벽시장은 따로 건물이나 시설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노점이 좌판 형태를 하고 있다. 아예 싣고 온 트럭을 매대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벽시장의 인기 품목으론 단연 두부가 돋보인다. 강릉은 원래 초당두부로 유명하지 않은가. 초당두부 전문 음식점 중에는 2~3시간 줄 서기는 예사인 곳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고 음식값도 흔히 알고 있는 다른 지역의 시세를 웃돌 정도다. 그런 두부의 고장에서 만난 새벽시장 두부라니 관심이 절로 간다. 따끈따끈한 그 두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인데 가격까지 착하다. 새벽시장 최고 인기에 오른 이유를 알 듯하다.

그중 김진만(54)·권순미(52) 부부가 운영하는 두붓집에는 줄을 선 사람들이 10여 명에 이를 정도라 주인 부부가 허리를 펼 틈이 없다. 새벽시장을 나오기 위해선 전날 밤 11시부터 두부 작업을 시작한다. 새벽 5시에서 6시쯤 시장에 나오는데 아침 9시 정도면 두부가 떨어져서 철수한단다. 새벽시장이 파한다고 해서 하루일과가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지역의 식당들에 두부를 납품하느라 분주하다. 초당두부가 대개 그러하듯이 이들 부부 역시 깊은 동해의 심층수를 이용해서 만든다. 다른 점이라면 보통 두부보다 크기가 커서 한 모에 1kg 정도나 된다. 잘 만들고 양도 많은데 값은 1모에 2,500원에 불과하다.

1모에 1kg이나 되는 새벽시장 두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1모에 1kg이나 되는 새벽시장 두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3대째 두부를 판매하고 있는 김진만, 권순미 씨 가족.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3대째 두부를 판매하고 있는 김진만, 권순미 씨 가족.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권순미 씨는 시장경력이 올해로 25년째로 실질적으로 새벽시장 두부 장사를 총괄한다. 처음엔 친정엄마를 도와주는 정도였는데 11년 전부터는 전면에 나섰다. 일이 바빠지면서 27세 아들이 합류했고 친정엄마는 휴일에만 나와 손을 거든다. 3대째 운영해오고 있고 아직도 3대가 현장에서 뛰고 있는 별스러운 노점이다. 자연스레 얼굴을 트고 지내는 단골들도 많아졌다.

원래는 엄마가 하시던 일이에요. 손맛이 좋고 두부를 잘 만들어 오래전 한국인의 밥상이란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었어요. 엄마 때부터 하면 46년이 넘었죠.”

권 씨가 자랑하는 친정엄마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부부의 두부 사업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강릉 새벽시장의 아쉬움이라면 천변에서 열리다 보니 시장 내에 먹을거리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푸드트럭이 여럿 들어왔었으나 지금은 한 대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관광객들에게 필수코스처럼 되어버린 중앙시장이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어서 연계하여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한편, 2005년에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강릉단오제가 올해는 618일부터 625일까지 본행사 기간을 갖는다.

강릉단오제의 관노가면극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강릉단오제의 관노가면극 모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Info 강릉 새벽시장(농산물새벽시장)
주소 강원 강릉시 옥천동 377번지

맛집 메카, 강릉 중앙시장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강릉 중앙시장의 지하 수산시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강릉 중앙시장의 지하 수산시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먹거리 매장이 많이 들어섰다. 감각적이고 젊은 취향에 맞는 맛집들이 즐비하고 그중 SNS에서 입소문 난 집에는 대기 줄도 길다. 해산물이 먹고 싶다면 지하로 내려가면 된다. 지하는 수산시장인데 제철 활어나 선어를 저렴한 가격에 회로 먹을 수 있고 포장을 해서 바닷가나 숙소에 가져가서 먹을 수도 있다. 회덮밥이나 물회 등의 단품 메뉴도 강릉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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