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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통시장 탐방]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보물찾기, 동묘 벼룩시장과 서울풍물시장
[전통시장 탐방]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보물찾기, 동묘 벼룩시장과 서울풍물시장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5.1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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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동묘 벼룩시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울] 하루가 멀다하고 신상품이 쏟아지는 대량 소비사회에 살고 있다. 새롭고 좋은 것들도 많은데 오래된 낡은 것들에 관심 두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조금 아이러니한 일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도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진정한 마니아들은 손 안의 디지털 모바일 세상보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아날로그 시장을 더 좋아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찾은 보물같은 시장, 동묘 벼룩시장과 서울풍물시장에 대한 이야기다.

나라 안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다. 주말에만 열리는 이벤트성 플리마켓이 아니라 일 년 열두 달 사시사철 열리는 자연발생적 시장이다. 동묘를 중심으로 그 일대에서 열린다는 이유로 동묘 벼룩시장이라고 불리지만 신설동역까지 골목골목마다 다 셀 수 없고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노점들이 이어진다.

개성있는 멋쟁이 손님들도 벼룩시장을 찾는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구제 의류를 구입하고 즐거워하는 외국인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국내 최대의 벼룩시장
예전에도 있었던 동묘 벼룩시장이 더욱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황학동시장의 부침과 청계천 개발이 있다. 옛날 동대문 바깥에는 미나리깡과 논밭뿐이었던 황학동이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그곳에 피난민들이 모여들었고 생계를 잇기 위해 노점을 시작한 게 황학동 시장의 출발이다.

특히, 전후 사회 복구와 새마을운동 등의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오래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 골동품시장으로 번성했다. 개발붐을 탄 청계천 복개 공사도 한몫했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도시 정비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황학동의 골동품가게들이 지금의 답십리 일대로 대거 이전했다. 밟아도 살아나는 잡풀처럼 그 빈자리는 다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노점들로 메워졌다. 단속이 나오면 금세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황학동 벼룩시장’이라고 하였다.

시장 옆으로는 산책하기 좋은 청계천이 붙어있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노점에 펼쳐진 옷을 고르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황학동 벼룩시장도 위기가 있었으니 2003년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원공사가 전환점이 되었다. 대대적인 노점단속으로 벼룩시장은 위기를 맞았고 정부에서는 노점들을 동대문운동장 그리고 다시 옛 숭인여자중학교 부지에 새로 시장을 만들어 이전시켰다. 그곳이 오늘날 ‘서울풍물시장’이 되었고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노점들은 다시 동묘 쪽으로 몰려갔으니 옛 황학동 풍물시장이 둘로 쪼개진 셈이다.

그런데 지금의 동묘 벼룩시장도 주말이면 서울풍물시장까지 이어지면서 거대한 벨트를 형성하니 결과적으로 다시 하나가 된 느낌이다. 평일도 항상 붐비지만 주말이면 더욱 많은 상인들이 쏟아져나와 벼룩시장을 구석구석 모두 구경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의 규모가 되어 버렸다.

벼룩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은 옷, 신발, 모자 같은 패션 잡화부터 시작해서 생활용품, 전자제품, 인테리어 용품 등 다양하다. ‘없는 것이 없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가격도 다양해서 1,000원짜리 의류부터 수백만 원짜리 전문가용 중고 자전거도 보인다.

오토바이 장식품들을 전문으로 파는 매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천 원짜리부터 백만 원이 넘는 상품까지 있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벼룩시장의 매력은 부담 없는 가격대와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나만의 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이다. 남한테는 고물이나한테는 보물이 될 수 있다니 쇼핑하는 과정에 묘한 쾌감마저 든다. 이런 동묘 벼룩시장을 두고 혹자는 ‘중년들의 홍대’라고 한다.

판매자와 소비자들, 그리고 구경꾼들 중에는 주로 중년들이 많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그러나 현장에 와서 보면 이는 잘못된 말임을 알 수 있다. 벼룩시장을 찾는 연령대가 무척 다양해졌다. 20~30대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그리고 심지어는 외국인도 많이 보인다.

화소가 낮은 단종된 옛날 디지털카메라를 구하러 왔다는 대학생을 어떤 장난감가게에서 우연히 만났다. 최신식 디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감성을 영상에 담고 싶어서 옛날 디카를 찾는다고 하는데 그를 통해 요즘 옛날 디카가 유행하고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같은 목적으로 어느 외국인도 그 매장을 찾아와 글로벌 트렌드가 된 것을 실감했다.

노점에서 고른 옛날 LP판.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발걸음을 붙잡는 이색 풍물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유통일자가 임박한 식품도 벼룩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의욕적으로 생산은 했는데 유통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하여 폐기를 앞둔 멀쩡한 식품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매대에 올라온다. 몰려든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야 물건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신촌에서 왔다는 미국인 여성 3명은 저렴한 구제 의류를 구입한 뒤 행복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했다.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저렴한 옷값을 투자하고 고르는 재미에 이색적인 문화체험까지, 옷 이상의 즐거움을 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풍물시장에는 좀 더 고급스러운 품목들이
좌판을 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서울풍물시장이다. 서울풍물시장은 번듯한 건물인데다가 입주한 상인들 역시 적법한 세금을 내고 영업을 하다 보니 파는 물건들이 더 고급스럽고 고가에 속하는 편이다.

이곳에는 벼룩시장에서 볼 수 있는 품목들도 있지만 주로 고급 인테리어용품, 골동품, 취미용품 등이 주를 이룬다. 손님들 역시 동묘 앞 보다는 눈높이가 더 높은 마니아들이 많다. 밀리터리룩, 고가구, 각종 인테리어 장식용품, 해외 풍물 등이 주를 이루는데 전체 2개 층이 품목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생활잡화, 구제 의류, 골동품이 1층에 있고 2층에는 생활잡화, 의류, 취미생활 존이 있다.

이국적인 외국 풍물들도 많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전문성이 느껴지는 군용품 가게.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판매장 외에도 2층에는 ‘청춘1번가 테마존’이라는 색다른 시설이 있는데 60~70년대 서울 시내 상점가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추억의 교실, 청춘사진관, 국밥집, 문구점 등의 가게 모습은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어도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 든다. 풍물미용실도 있는데 실제로 커트와 염색을 할 수 있다.

외부에는 전통문화체험관이 있어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 한지 탈, 한지 손거울, 부채, 열쇠고리 만들기 등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나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 공예체험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지난 4월 22일에는 서울풍물시장 개장 15주년 행사도 열렸는데 풍물시장 분위기에 맞는 흥겨운 공연이 펼쳐져 상인들과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려는 서울풍물시장의 노력이 돋보인다.

황학동 돌레코드, 없는 음반이 없을 정도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전 세계 여행기념품이 모두 모였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청계천 건너 성동공고 옆에는 옛 황학동 시장이 남아있는데 중고 가전제품 매장과 중고 레코드점이 눈에 띈다. 특히 돌레코드는 50년 업력을 자랑하는 황학동의 터줏대감인데 서울시로부터 ‘서울 백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중에서 음반을 못 구하면 이곳으로 달려올 정도로, 없는 LP 음반이 없다는 곳이다. 20만 장이 넘는 음반이 있다는데 좁은 가게 안에서 추억의 LP를 뒤적거리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신제품에 익숙한 사람은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벼룩시장. 그러나 구경하는 재미에 지갑을 열지 않아도 즐겁고 운이 좋으면 나만의 보물도 건질 수 있으니 서울 도심에서 가장 가성비와 가심비가 좋은 여행지다.

서울풍물시장 2층의 청춘1번가 테마존.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동묘맛집의 고기튀김. 사진/ 김수남 여행작

<시장 맛집>
동묘 앞 벼룩시장 골목 속에 ‘고기튀김’ 맛집이 있는데 ‘동묘맛집’이라는 상호 아닌 상호가 붙어있다. 30년이나 된 노점 느낌의 ‘시장스러운’ 가게이지만 연예인들도 여럿 다녀갔단다. 1인분에 5,000원이라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도 몇천 원으로 시장 구경의 피로를 싹 풀 수 있다. 문의 010-3265-5769.
• 인근의 광주식당은 동태탕만 전문으로 팔고 있는데 이곳 역시 30년이 넘었다. 7,000원의 착한 가격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문의 02-2236-5247.
서울풍물시장 02-2232-3367. 매주 화요일 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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