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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고즈넉한 전통 온천마을… 일본 슈젠지
고즈넉한 전통 온천마을… 일본 슈젠지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11.0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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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취와 뜨끈한 온천에 푹… 빠지다
시즈오카현에 있는 슈젠지는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산간의 온천마을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일본] 숲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본 시즈오카현 슈젠지(修善寺) 온천마을은 이즈 반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온천 지역이다.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가츠라강과 그 강변을 따라 일본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과 작고 오래된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유구한 온천 마을의 운치를 느끼기엔 제격이다.

강 가운데 솟은 노천, 돗코노유

마을에 흐르는 가츠라강을 따라 아담한 상점과 고풍스러운 외관을 하고 있는 료칸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빨간 교량이 시선을 잡아끈다. 소원을 빌며 이 다리를 건너면 그 사랑이 성취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빨간 교량 너머로 강 한 가운데에 솟은 정자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언뜻 정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신발을 벗고 발을 담구고 있어 노천 족욕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돗코노유(獨鈷の湯)’라고 불리는 족욕장은 시즈오카가 속한 이즈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곳을 이용하고 있던 테츠코 씨는 “1910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요양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슈젠지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온천 중 하나”라며 “슈젠지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역시 단풍철”이라고 말한다. 11~12월이 단풍철인 슈젠지의 아름다운 절경과 가츠라강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발을 담그고 앉아 느긋하게 슈젠지 풍경을 감상해보자.

1922년 문을 연 마루큐 료칸. 시계방향으로 외부 전경, 내부 온천 사진. 사진 제공 / 마루큐 료칸.

온천을 즐기는 방법

일본 온천 성분은 우리가 잘 아는 유황천을 비롯해 11개의 종류가 있다. 그 중 시즈오카 현은 알칼리성 온천에 해당한다.

미끈미끈한 물이 특징인 알칼리성 온천은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고 신경통, 근육통, 관절통 및 타박상이나 염좌에 좋다. 또한 피로로 뭉쳐 있거나 겨울이면 수족냉증이 심해지는 이들에게도 효과만점.

슈젠지 온천마을엔 1872년 창업해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아라이료칸을 비롯하여 유구한 역사를 지닌 료칸들이 많다.

그 중 마루큐 료칸은 치쿠린노미치라 불리는 대나무 숲길 끝에 있는 곳. 1922년 문을 연 이곳은 오래된 역사를 방증하듯 료칸 곳곳에 옛스런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1996년 개조해 시설 자체는 깔끔한 편이다.

마루큐 료칸의 온천은 대욕장, 가족탕, 개별 노천탕으로 구분된다. 대욕장은 실내·외로 나뉘어 자쿠지, 사우나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탕과 혼자서 조용히 온천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24시간 이용 가능한 개별 노천탕도 3개가 있다. 특히 노천탕은 5층 야외에 있어 슈젠지 온천마을의 풍경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대욕탕 앞에 있는 우유자판기. 사진 / 김샛별 기자.

마루큐 료칸에서 추천하는 입욕법은 다음과 같다. 팔, 다리, 배 순서로 온천수를 몸에 적시고 낮은 온도의 온천에 먼저 들어간다. 그 후 뜨거운 온도의 온천으로 이동한다. 이때 입욕 시간은 5분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온천에서 나온 뒤에는 물기를 바로 닦아내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을 취하는 것이 좋다.

온천은 10분~15분 정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며 식사 직전이나 직후에는 입욕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일본 온천에는 대부분 우유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은 뜨겁게 온천을 하고 나오면 우유 한 잔을 마신다고. 우리나라 우유에 비해 훨씬 더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뜨끈한 온천을 마쳤다면, 병우유 한 잔으로 마무리 해보자.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슈젠지. 사진 제공 / 시즈오카현 서울사무소.

비운의 역사적 무대, 슈젠지

슈젠지(修善寺)는 사실 슈젠지 온천마을에 있는 절 이름이다. 이 절의 이름을 따 슈젠지 온천마을로 불리는 것. 그 정도로 슈젠지는 이 마을을 대표하며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돌을 깨 , 온천수를 솟게 한 고보대사가 건립했다고 알려진 슈젠지는 가마쿠라 시대, 미야모토 가문 흥망의 배경으로 비운의 무대이기도 하다. 가마쿠라 막부 제2대 장군인 미나모토 요리에가 슈젠지 절에 유폐된 뒤, 23세의 젊은 나이에 암살되었다. 이 비극적 사건은 이후 가부키 극작가 오카모토 키도가 <슈젠지 모노가타리>로 탄생하기도.

역사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비운의 무대였던 슈젠지 절은 실제로는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간의 결이 살아 있는 오래된 나무들이 빚어낸 따뜻함과 노란빛의 등, 잘 조경된 나무들이 경내를 둘러보는 이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특히 단풍철에 맞춰 들른다면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는 정원이 특별 개방된다.

산책하기 좋은 푸른 대숲길인 치쿠린노미치. 사진 / 김샛별 기자

푸른 대숲 산책, 치쿠린노미치

가츠라 강을 따라 가다보면 치쿠린노미치(竹林の道)라 불리는 푸른 대숲이 보인다. 교토의 관광지인 치쿠린노미치를 닮았다. 슈젠지가 작은 교토라 불리는 것도, 가츠라 강 위에 놓인 빨간 다리와 이 치쿠린노미치 때문.

교토의 치쿠린노미치보다는 작지만, 약 400미터에 이르는 대나무 숲길은 슈젠지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하기엔 충분하다.

치쿠린노미치를 걷다 보면 대나무 숲 한가운데에 놓인 동그란 벤치가 보인다. 대나무로 만든 이 벤치는 꼭 한국의 평상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으면, 대나무 잎들을 건들이며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느낄 수 있다. 

대나무 숲길이 끝나는 길은 마을 어귀와 이어진다. 저녁이 되면 각 건물들이 밝히는 조명들이 서로 어우러져 골목은 따뜻하고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저녁이 되면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져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슈젠지 온천마을. 사진 / 김샛별 기자

정성스런 제철요리, 가이세키

료칸 여행은 온천 여행이면서 동시에 식도락 여행이다. 료칸마다 정성스럽게 내어주는 식사인 ‘가이세키(懐石)’는 약 1시간 30분~2시간 동안 천천히 시간을 들여가며 요리를 즐기는 일본의 정식요리를 칭하는 것으로 ‘료칸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료칸에서 힘쓰는 부분이다.

가이세키는 대부분 그 지역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조미료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루큐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역시 모두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최고의 재료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료칸 여주인이 친절하게 가이세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칸 주인이 오늘의 메뉴에 대해 설명해주며, 음미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 지역 특산물인 에비사쿠라(벚꽃새우), 우나기(장어), 와사비(고추냉이) 등이 눈에 띈다. 곁들인 녹차 역시 일본 제1 녹차 생산지인 시즈오카 특산품이라고 첨언한다.

가이세키는 눈으로 먼저 맛보는 요리라고 할 정도로 그 모양이 아름답다. 그릇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으며 음식과 함께 장식되는 것 또한 계절에 맞는 분위기로 담아낸다.

요리의 맛과 풍미, 그를 담아내는 특별한 그릇과 먹고 있는 곳의 분위기까지… 이 모든 것이 눈과 혀를 만족시키며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Info 슈젠지 온천마을
시즈오카 공항 → 시즈오카역 → 슈젠지역 → 슈젠지온천행버스 탑승 → 종점 슈젠지온천역 하차(약 10분 소요)
인천~시즈오카는 에어서울 직항편이 월, 화, 목, 금, 토요일 출발한다. 약 1시간 5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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