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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①] 충무공과 하모의 도시, 진주는 지금 업그레이드 중!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①] 충무공과 하모의 도시, 진주는 지금 업그레이드 중!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07.1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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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도시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는 진주에서의 일상을 기록해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관광 도시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는 진주에서의 일상을 기록해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진주] 진주는 지금 관광 도시를 꿈꾸며 새로운 모습들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엔 고작해야 진주성과 촉석루, 유등축제만이 손에 꼽혔지만 지금은 열 손가락을 다 써도 모자랄 정도다. 자세히, 오래 봐야 보인다고 달라진 진주를 담아내기에 일주일은 길고도 짧았다.

며칠 전 진주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 속에는 진주 목걸이를 두른 하모인형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여행길에 재미 삼아 스탬프 투어에 참여했을 뿐인데 추억을 담은 선물을 보내온 것이다. 문득 일상과 여행 그 사이에 있던, 진주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리워졌다.

또 다른 충무공을 만나는 도시
이제껏 진주는 하루, 이틀씩 잠시 다녀가기만 했을 뿐 여행을 한 적은 없었다. 아마도 진주에 여행할 거리가 있나?’ 싶은 마음이 한편에 깔려 있던 것 같다. 마지막 방문했을 때 어렴풋이 느껴졌던 도시의 변화가 궁금하던 차에 마침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단박에 진주가 떠올랐다.

진주를 샅샅이 둘러볼 요량으로 일정을 촘촘히 세워나가는 사이 길어 보이던 일주일이 점점 짧아져 갔다. 스쳐 지나갈 때는 몰랐던 도시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도 컸다. 여행이 일상이 되는 건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일상이라는 익숙함을 떠나보낸 자리에 조금씩 진주가 스며들고 있었으니.

남강과 함께 바라본 촉석루. 의암이 가까이 보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남강과 함께 바라본 촉석루. 의암이 가까이 보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진주에서 머무는 동안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워케이션이 가능하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진주에서 머무는 동안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워케이션이 가능하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성 야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성 야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충무공 시호를 받은 김시민 장군 동상.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충무공 시호를 받은 김시민 장군 동상.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전통 기와를 얹은 김시민호의 모습.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전통 기와를 얹은 김시민호의 모습.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하루 일과처럼 들렀던 남강은 늘 시원하고 쾌적한 강바람이 불어왔다. 깊은 산에서 맑고 차가운 물이 흘러내려오기 때문이라 했다. 주민들처럼 매일 산책을 나서다 보니 이게 원래 내 일상이었던가 싶었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선상에 기와를 두른 관광 유람선이 오가고 있었다. 배표를 끊고 기다리니 김시민호라 적힌 배가 나룻가에 닿았다. 이름이 독특하다 생각하던 참에 동승한 문화관광해설사가 금세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이 한산도대첩, 행주대첩, 진주대첩이란 건 아시죠? 수 천 명의 군사와 백성들이 똘똘 뭉쳐 수만의 왜군을 물리친 전투인데요, 이를 이끈 분이 진주 목사였던 김시민 장군입니다. 이순신 장군처럼 사후에 충무공 시호를 받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진주대첩의 영웅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이 배의 이름이 김시민호가 된 거죠.”

해설사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견고하게 쌓아 올린 진주성이 있었다. 김시민 장군이 사력을 다해 성을 지켜냈던 덕분에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진주에서는 김시민 장군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알고 보니 숙소가 있던 진주혁신도시의 충무공동도 장군의 시호에서 따온 것이었다. 시내를 오가며 수없이 건넜던 곳은 김시민대교였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했던 또 다른 충무공인 김시민 장군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진주가 고마웠다. 이날 밤 진주성 야경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INFO 김시민호(물빛나루쉼터)
주소 경남 진주시 망경로 195
문의 055-761-3691

자연휴양림과 산림레포츠 단지 등이 갖춰진 월아산 숲속의 진주.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자연휴양림과 산림레포츠 단지 등이 갖춰진 월아산 숲속의 진주.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이 많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산책하기 좋은 오솔길이 많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자연의 품 안에 숨은 진주
진주가 푸른 도시라는 것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면 잘 느껴지지 않았을 부분이다. 경상남도에서도 진주는 산림 비율이 월등히 높은 편에 속한다. 금호지나 연꽃이 피는 강주연못, 남가람공원 등 도심 공원도 많고, 시내를 벗어나면 금세 푸른 물결이 넘실거린다.

지난해 자연휴양림과 산림레포츠 단지를 새로 개장한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진주시청에서 차로 불과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나무들이 우거진 도로를 따라 산중턱에 이르면 자연휴양림이 나타나는데 깔끔하고 세련된 시설에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앞이 탁 트인 전망이 으뜸이다. 이곳에 짐을 풀지 못한 것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새 입소문이 나 주말과 성수기 시즌엔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그야말로 핫 스폿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 건 산림레포츠 단지에 들어선 레포츠 시설이다. 숲 속 공간을 활용한 체험 시설들이 많은데 활동적이고 모험을 좋아한다면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특히 외줄에 매달린 공중자전거를 타고 숲 위를 지나가는 에코라이더는 담력 테스트나 다름없다. 나무 꼭대기를 스쳐 지나칠 만한 높이에서 천천히 움직이는데 스릴감이 대단하다. 버튼을 누르면 전진하고 떼면 멈추지만 막상 출발하면 무조건 전진할 수밖에 없다.

앞선 자전거와 간격을 유지하느라 잠시 멈춰 섰을 때 심장이 얼마나 뛰어대던지 마치 공중곡예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종착지에 닿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지만 태연한 척 동행에게 한마디 건넸다. “그래도 인생에 이런 도전 한번쯤 해 볼만 하지 않아요?”

숲 사이를 고공 행진하는 에코라이더를 타볼 수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숲 사이를 고공 행진하는 에코라이더를 타볼 수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키 큰 나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숲을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키 큰 나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숲을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에코라이더에 비하면 곡선형 짚와이어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나선형으로 된 레일을 따라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내려오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그네처럼 느껴진다. 적당한 짜릿함에 한 번은 아쉽고 두세 번은 더 타도 좋을 것 같다.

숲 사이에 나무 구조물을 세우고 그물을 연결한 네트어드벤처는 아이들 천국이다. 공중에서 마음껏 뛰고 구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친다. 이밖에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는 목재문화체험과 숲 놀이, 오솔길 산책을 즐기는 우드랜드도 있고 치유의 숲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청곡사와 문산성당을 넣으면 하루 코스 나들이로 완벽하다.

일상에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는 공간이 가깝게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지척이고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멋진 숲이 있는 진주에서, 일주일은 너무 짧았다.

100년 역사를 품은 문산성당. 한옥과 고딕 양식 건물이 조화롭게 서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100년 역사를 품은 문산성당. 한옥과 고딕 양식 건물이 조화롭게 서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한적한 산속에 들어앉은 청곡사의 모습.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한적한 산속에 들어앉은 청곡사의 모습.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청곡사는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서 멀지 않아 가볍게 들르기 좋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청곡사는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서 멀지 않아 가볍게 들르기 좋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INFO 월아산 숲속의 진주
주소 경남 진주시 진성면 달음산로 313
문의 055-746-3670

도시 재생을 꿈꾸는 재활용 관광지
전국에 폐 역사를 문화공간으로 만든 곳들이 많은데 진주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다니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문을 연 철도문화공원은 옛 진주역을 활용한 재활용 관광지이다. 버려지거나 방치된 건물과 부지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재활용(업사이클링) 관광지의 탄생은 도시 재생 차원에서도 의미가 깊다.

1920년대부터 삼랑진-진주 열차가 오가던 옛 진주역은 2012년 역사가 이전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후 민간에 넘어가 한동안 냉면집으로 운영되었다고. 열차역에서 냉면집, 다시 철도문화공원으로,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옛 진주역이 이제야 제 옷을 입게 된 셈이다. 역사 뒤편에는 알록달록한 꽃밭과 맹꽁이 생태공원,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차량정비고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국립진주박물관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공간이다.

최근에 문을 연 철도문화공원은 옛 진주역사를 활용한 재활용 관광지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최근에 문을 연 철도문화공원은 옛 진주역사를 활용한 재활용 관광지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역사 안에 통일호, 비둘기호 등 추억에 남은 열차들을 재현해 놓았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역사 안에 통일호, 비둘기호 등 추억에 남은 열차들을 재현해 놓았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열차 대신 자전거와 사람들이 오가는 진치령 기차터널.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열차 대신 자전거와 사람들이 오가는 진치령 기차터널.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과거에 기찻길이었던 추억을 떠올려주는 조형물.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과거에 기찻길이었던 추억을 떠올려주는 조형물.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터널 안에 색색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터널 안에 색색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폐선된 구간에 철길을 걷어내고 자전거와 도보 길을 만든 진치령 기차터널은 또 다른 재활용 관광지이다. 터널 안에 색색의 조명과 예쁜 포토존을 만들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터널 밖에는 벚나무가 늘어서 있는데 조만간 벚꽃 명소로 이름을 날리지 않을까 싶다. 내년 봄을 기대하며 나만의 원픽으로 찜해두었다.

남강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 수달을 모델로 새로운 마스코트 하모를 선보였는데 요즘 진주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진주가 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데 있어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아마도 하모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모가 수달을 부르는 말인가 싶었는데, 상대방 말에 동의하거나 긍정의 의미를 표시할 때 쓰는 지역 사투리였다. 수달과 하모, 진주를 나타내는 특색 있는 키워드다.

하모와 인상 깊은 첫 만남은 금호지에서 이뤄졌다. 푸른 녹음이 둘러싼 연못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하모를 보고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만화의 한 장면 같은 순간도, 곳곳에서 하모를 만날 때마다 괜히 반가워 쪼르르 달려가 찍었던 사진들 모두 재밌는 추억으로 남았다. 하모를 본뜬 디저트들도 많다던데 먹지 못하고 온 것이 못내 아쉬울 뿐. 아무래도 조만간 진주로 다시 떠나야 하지 않을까. 역시 일주일은 짧았다.

진주의 새로운 마스코트인 '하모'. 남강에 사는 수달을 모델로 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진주의 새로운 마스코트인 '하모'. 남강에 사는 수달을 모델로 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Travel Tip.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지난해에 이어 경상남도에서 18개 시군별로 한 달 여행하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숙박비(2박 이상 29박 이하)와 체험비 일부를 지원하며 개인 SNS를 통한 홍보 미션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각 시군 홈페이지를 참조. 진주는 9월 중 3차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진주문화관광재단 055-795-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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