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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근교 여행] 염화미소가 범람하는 560년 된 연꽃저수지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
[근교 여행] 염화미소가 범람하는 560년 된 연꽃저수지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
  • 최보기 작가(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1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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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아 온통 연꽃으로 가득해질 시흥 관곡지에 다녀왔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여름을 맞아 온통 연꽃으로 가득해질 시흥 관곡지에 다녀왔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여행스케치=시흥] 시흥에 아주 오래 된 연꽃저수지가 있다. 턱없이 크지도 않고 아주 작지도 않은 연못이다. 이곳이 조선의 한 선비가 조선 땅에 연꽃 씨앗을 처음 뿌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조선 선비의 그윽한 향기가 피어난다.

강희맹, 베실구지 연못에 연꽃씨를 뿌리다
경기도 시흥시 하중동은 지세가 서해 쪽으로 뾰족이 내밀었다 해서 옛날부터 베실구지라 불렸다. 조선 전기 농학자 강희맹(1424~1483) 선생이 세조 9(1463)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남경의 한 연못(전당지)에서 연꽃씨를 채취해와 이곳의 관곡지(官谷池, 시흥시 향토 유적 제8, 못의 가로 23m, 세로 18.5m)에 뿌렸다. 이로부터 이 일대에 연꽃이 널리 퍼지면서 연성(蓮城)’이라는 지역 별칭이 추가됐는데 연성문화제, 연성동, 연성초, 연성중등이 그 역사를 잇는다.

연꽃테마파크에는 가끔 새들이 찾아온다. 사진은 이찬 작가의 연꽃 위의 개개비.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테마파크에는 가끔 새들이 찾아온다. 사진은 연꽃 위의 개개비. 사진 / 이찬 작가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에는 홍련과 백련이 많이 핀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에는 홍련과 백련이 많이 핀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조선 경종 때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 '호조벌'. 사진 / 최보기 작가
조선 경종 때 둑을 쌓아 만든 간척지 '호조벌'. 사진 / 최보기 작가

한옥, 정자, 정원, 묘소 등과 함께 있는 관곡지는 강희맹 선생의 사위였던 사헌부 감찰 권만형의 후손이 대를 이어 살며 관리 중이다. 사유지인 탓에 주말(, )에만 일반인에게 개방되나 기와를 얹은 돌담이 높지 않고 연못이 바로 담장에 붙어있어 밖에서도 대강은 볼 수 있다.

관곡지 담장 곁에 난 농로로부터 약 21넓이의 연꽃밭이 시작된다. 이곳이 사유지 관곡지에 잇대어 시흥시가 조성한 연꽃테마파크인데 호조벌이라는 너른 벌판의 일부다. 호조벌은 약 300년 전인 조선 경종 때 개펄에 둑을 쌓은 간척지다. 1970년대 경지정리로 지금의 모양을 갖췄다. 곧고 길게 뻗은 농로가 자전거길과 코스모스 만발하는 가을 산책길로 유명해졌고, 국도 39호선이 호조방죽 위를 통과한다. 호조벌을 관통하는 보통천을 따라 노니는 저어새, 왜가리, 개개비, 오리, 쇠물닭 등 다양한 텃새와 철새들은 연꽃테마파크를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안긴다.

연꽃테마파크에는 다른 수생식물도 살고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테마파크에는 다른 수생식물도 살고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주변에는 다른 꽃들도 핀다. 백일홍과 불도화도 피어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주변에는 다른 꽃들도 핀다. 백일홍과 불도화도 피어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INFO 관곡지
주소 경기 시흥시 하중동 208번지
운영시간 토~일요일(무료),

하절기(4~9) 10:00~19:00,
동절기(10~3) 10:00~17:00

연못은 비에 젖지 않고, 연꽃은 진흙탕에 지지 않고
글쎄 올해는 어찌 된 영문인지 연꽃이 좀 늦네요. 기후 탓인가 싶은데 그래도 칠월 중순 넘어가면 활짝 피겠죠. 구월까지는 여기 있을 테니 많이들 오시라고 해주세요.”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를 가르는 농로 입구에서 이동 카페(푸드 트럭)를 운영하는 홍 사장님도 이제 연꽃 한철 시작이다. 그녀 덕분에 모르고 지날 뻔했던 귀하신 여름 철새 쇠물닭을 친견하는 영광을 얻었다. 바로 옆 돌담 안에서는 시흥시 문화재 상시관리원 김운기 선생이 살뜰히 관곡지를 보살피는 중이었다. 주변에 떨어진 살구 한 알을 건네는, 푸근한 인상이 물과 연을 조용히 담고 있는 관곡지와 빼닮았다.

연꽃은 칠월부터 구월까지 핍니다.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관리하고 있어요.”

연꽃은 불교의 꽃, 염화미소를 닮았다고 한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은 불교의 꽃, 염화미소를 닮았다고 한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에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에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테마파크에는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테마파크에는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테마파크는 물 반, 연꽃 반이듯 사람도 일반인 반, 사진작가 반이다.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관람로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여념이 없는 두 사람과 맞닥뜨렸다. 서울 사당동에서 온 안대용 선생은 과거 큰 병을 얻은 후 건강과 마음수련을 위해 카메라를 잡았고, 병을 이겨냈다. 매년 이맘때면 이곳을 찾는 그가 노리는 것은 개개비다. “예쁘기로는 연꽃 위에 앉은 개개비를 따를 새가 없지요. 부리까지 벌리면 그야말로 환상입니다.” 제 둥지의 뻐꾸기를 제 새끼로 알고 키워주는 가련한 운명의 개개비! 선생으로부터 귀한 연꽃 위 개개비작품을 얻었다. 서울 목동 박형윤 선생은 언론인인데 연꽃과 철새를 같이 찍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는 개개비, 딱따구리, 꾀꼬리, 파랑새, 후투티(추장새) 등 조류 찍기를 즐긴다.

연꽃테마파크에는 연과 관련된 특산품판매장이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테마파크에는 연과 관련된 특산품판매장이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주변에 카페도 여러 곳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주변에 카페도 여러 곳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남부지방에 장마가 닥쳐 몹시 덥고 습한 날씨임에도 연꽃을 보러 온 사람들은 다양했다. 서울, 인천, 안산에서 벙개친 여고 동창생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젊은 부부, 삼삼오오 정자에 모여 한담을 즐기는 어르신들, 갯골생태공원과 물왕저수지를 잇는 7.5km 자전거길을 질주하는 라이더 행렬 등등. 운동 삼아 갯골생태공원과 이곳에 자주 온다는 부천의 하인수 선생은 아직 연꽃이 만개하지 않아서인지 실망의 표정이 역력했다. “칠월 중순 즈음 아내랑 다시 올 겁니다. 여기가 좋긴 한데 이 넓은 땅에 오직 연꽃뿐이라는 것이 좀 허전하기도 합니다. 다른 것들도 좀 있으면 좋을 텐데.” 듣고 보니 그런 듯싶긴 했다. ‘자생화 식물원이 있기는 하나 그것으로는 좀 약하다.

연꽃테마파크에서는 사계절 다양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연꽃테마파크에서는 사계절 다양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꽃이 필 때면 수도권의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꽃이 필 때면 수도권의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사진 / 최보기 작가

INFO 연꽃테마파크
주소 경기 시흥시 하중동 271 (하중동 219번지 일대)
문의 031-310-6224
운영시간 상시(무료)
교통 지하철 서해선 신현역 1번 출구(버스 31-3, 61,63, 530 동아/성원 아파트 하차)

(), 너는 누구니?
염화미소(拈華微笑)! 연꽃은 석가모니의 꽃이다. 석가모니가 연꽃을 드니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말 대신 마음과 마음이 통했다. 이심전심, 교외별전, 염화시중이 다 같은 말이다. 삿된 것에 흔들리지 않는 수행으로 본질, 부처의 성품을 얻으라! 연꽃테마파크의 연은 수십 종이다. 홍련, 빅토리아 아마조니카, 가시연, 라벤더레이다, 홍일, 마리오, 온대수련(어리연, 크리스탈, 힐러리, 망가라우볼), 열대수련(블루스타, 로얄핑크, 기간티아, 론다케이) 등등.

홍련이 고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홍련이 고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수련! 작가 김훈은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서 수련을 이렇게 썼다. ‘수련은 물 위에 떠서 피지만, 한자어로는 물 수()가 아니라 잠들 수()를 골라서 수련(睡蓮)이라고 쓴다. 아마도 햇살이 물 위에 퍼져서 수련의 꽃잎이 벌어지기 전인 아침나절에 지어진 이름인 듯싶지만, 꽃잎이 빛을 향해 활짝 벌어지는 대낮에도 물과 빛의 깸은 구분되는 것이 아닌데, 이 혼곤한 이름을 지은 사람은 수련이 꽃잎을 오므린 아침나절의 봉우리 속에 자신의 잠을 포갤 수 있었던 놀라운 몽상가였을 것이다. 수련은 빛의 세기와 각도에 정확히 반응한다. 그래서 수련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의 숨 막히는 허송세월이 필요하다.’

휴일이면 수많은 여행객이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를 찾는다. 사진 / 최보기 작가
휴일이면 수많은 여행객이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를 찾는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길가에는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는 노점도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길가에는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는 노점도 있다. 사진 / 최보기 작가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에 오면 누구든 작가처럼 숨 막히는 허송세월을 보낼 권리가 있다. 이 허송세월 중에 만난 귀인(?)이 사진 경력만 무려 57년에 이르는 김종환 작가다. 연꽃테마파크 홍보대사임을 밝힌 만큼 연에 대해 해박했고, 입담도 좋았다.

그냥 연꽃은 우리나라 도처에 있습니다. 이곳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에는 560년 남다른 역사가 있지요. 그것을 미리 알고 오면 의미가 커집니다. 7월에 꽃이 가장 좋은데 기왕 오려면 오전에 와야 합니다. 연은 오후가 되면 오므라들거든요. 수련도 낮에 자는 친구와 밤에 자는 친구가 따로 있어요.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 하듯 먹을 수 있는 연은 참련, 먹을 수 없는 연은 화련, 두 쌍이 같이 피면 쌍화라고 하죠. 조상님들이 개련, 쌍련을 피했던 거죠. 연은 꽃, , 열매, 줄기, 뿌리까지 식용과 약용으로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박향미 시흥시 문화유산해설사. 사진 / 최보기 작가
박향미 시흥시 문화유산해설사. 사진 / 최보기 작가

<본초강목>에 따르면 ()은 열과 갈증을 다스리고 나쁜 피를 없앤다고 기록돼 있고, <약성본초>에서는 오장육부의 기운이 부족할 때 채워주고, 속이 상한 것을 낫게 해준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연근은 당근 등 다른 식물에 비해 비타민C가 월등히 많고, 뮤신, 탄닌, 녹말, 칼륨 또한 풍부하다. 과연 눈이 즐겁고, 입에도 좋은 것이 연이었다!

INFO 갯골생태공원
주소 경기도 시흥시 동서로 287(장곡동 724-32번지)
운영시간 상시(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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